하고 싶었던 일과 하고 있는 일이
일치하는 삶이 얼마나 있을까?
내 아들아, 나는 그리 살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그 고백에 하찮은 이유를 달진 않겠다.
다만 아들아,
아직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는
너는 꿈과 닮아 있길 소망한다.
누구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는 없지만,
누구나 자신이 가진 직업에
소명 의식을 가질 수는 있다.
그리고 소명 의식은
내가 해온 일을 하고 싶었던 일로
끌어올릴 수 있음을 나는 내 삶을 통해 경험했다.
택시 운전, 나의 업은 이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이 업의 가치는
낮은 평가를 받는다.
나 역시 그 평가에 비추어 내 삶을
낮추어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27년을
한 평 남짓한 운전석에 앉은 채 생활하며
이 업에 대한 내 생각은 조금씩 변했다.
‘내가 앉은 이 운전석이
내 가족을 먹여 살렸구나,
남편으로서, 아비로서 그래도 부끄럽지 않을 자격을
이 운전석이 내게 줬구나.’
아들아, 직업란을 적어 가야 한다는 어린 너의 말에,
나의 직업이 부끄러워
“왜 학교는 쓸데없는 걸 알아 오라고 하냐”며
화를 냈던 내가, 이제는 누구보다
이 직업을 사랑하게 됐단다.
내 아들아,
일에도 힘듦은 있을 것이고,
그 일이 싫어지는 순간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면 아비의 이 말을 기억해 줬으면 한다.
싫어했던 내 일도 나의 태도에 따라
사랑하는 일이 됐단다.
좋아하는 너의 일이 문득 싫어지는 순간이 온다면,
그 일로 인해 도움받는 수많은 사람을 생각해 보렴.
그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너의 일을
그렇게 다시 사랑해 보렴.
일흔의 나이 동안
가족을 위해 살아온 아비의 무게,
그 무게만큼 쉽지 않은 삶을 살아왔다.
얼마만큼 시간이 남았는지는 알지 못한다.
허나 오늘도 운전하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한다.
“계속 살아갈 만큼
내 남은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승객은 도착지를 찾아 하나둘씩 떠나가지만,
내 질문에 정답은 없다.
그래도 질문을 시작했으니, 그 질문은 어느 거리,
어느 골목을 지나 어딘가에 도착은 할 것이다.
그때쯤 내 어깨는 조금 가벼워질까?
그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오늘따라 창문을 여니 시원한
바람이 분다.
< 아들아 >
『내가 천 개의 인생에서 배운 것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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