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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가을에 밤(栗)을 받고

by IMmiji 2022. 10. 25.

 

'내년 가을이 제게 다시 올지 몰라

가을이 들어 있는 작은 열매

밤 한 상자 보내니 맛있게 드세요'


암으로 투병 중인

그대의 편지를 받고

마음이 아픕니다


밤을 깎으며

하얗게 드러나는

가을의 속살


얼마나 더 깎아야

고통은 마침내

기도가 되는 걸까요?


모든 것을

마지막으로 여기며

최선을 다하는 그대의 겸손을

모든 사람을 마지막인 듯

정성껏 만나는 그 간절한 사랑을

눈물겨워하며 밤 한 톨 깎아

가을을 먹습니다


삶을 사랑하는 그 웃음

아끼지 마시고

이 가을 언덕에

하얀 들국화로

날마다 새롭게 피어나십시오

 

 

< 가을에 밤(栗)을 받고 _ 이해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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