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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시월의 편지

by IMmiji 2022. 10. 7.

문득 잊혔던 사랑이 아련히 떠오르고 

장엄으로 타오르는 저녁놀을 바라보며 

생의 덧없음과 고독에 겨워 술잔을 기울일 

그대를 생각합니다 

 

오롯한 침묵 속에서  

저 분분히 저무는 가을꽃과 단풍처럼 

그대 또한 깊어지는 중이신가요? 

 

까닭 모르는 외로움을 타고 있을 그대에게 

이렇게 안부를 전하는 것은 

가뭇없이 먼 길 떠나는 철새들처럼 

서로의 안부가 끊기는 일이 없길 진심으로 바라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 시간, 

가을 우수에 흠뻑 젖어 계신다면 

그대 안에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오고 있다면 

벽난로에 불을 지펴 따스한 찻물을 끓여놓고 

온종일 그대를 기다리겠습니다

 

지금 그대가 꿈꾸는 사랑과 희망, 성공과 행복이 

저 단풍처럼 형형색색으로 물들어서 

남은 생을 밀고 가는 찬란한 힘이 되길 바라며 

부디 눈물겹게 아름다운 시월이길 기도합니다 

 

나는 밤하늘의 별처럼 이 자리를 지키며 

늘 그대의 발등을 비추고 있겠습니다 

 

 

< 시월의 편지 _ 황원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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