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잊혔던 사랑이 아련히 떠오르고
장엄으로 타오르는 저녁놀을 바라보며
생의 덧없음과 고독에 겨워 술잔을 기울일
그대를 생각합니다
오롯한 침묵 속에서
저 분분히 저무는 가을꽃과 단풍처럼
그대 또한 깊어지는 중이신가요?
까닭 모르는 외로움을 타고 있을 그대에게
이렇게 안부를 전하는 것은
가뭇없이 먼 길 떠나는 철새들처럼
서로의 안부가 끊기는 일이 없길 진심으로 바라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 시간,
가을 우수에 흠뻑 젖어 계신다면
그대 안에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오고 있다면
벽난로에 불을 지펴 따스한 찻물을 끓여놓고
온종일 그대를 기다리겠습니다
지금 그대가 꿈꾸는 사랑과 희망, 성공과 행복이
저 단풍처럼 형형색색으로 물들어서
남은 생을 밀고 가는 찬란한 힘이 되길 바라며
부디 눈물겹게 아름다운 시월이길 기도합니다
나는 밤하늘의 별처럼 이 자리를 지키며
늘 그대의 발등을 비추고 있겠습니다
< 시월의 편지 _ 황원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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