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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가을 서한

by IMmiji 2022. 9. 28.

1

끝내 빈 손 들고 돌아온 가을아,

종이기러기 한 마리 안 날아오는 비인 가을아,

내 마음까지 모두 주어버리고 난 지금

나는 또 그대에게 무엇을 주어야 할까 몰라.

2

새로 국화잎새 따다 수놓아

새로 창호지문 바르고 나면 

방안 구석구석까지 밀려들어오는 저승의 햇살

그것은 가난한 사람들만의 겨울양식.

3

다시는 더 생각하지 않겠다,

다짐하고 내려오는 등성이에서

돌아보니 타닥타닥 영그는 가을꽃씨 몇 옴큼,

바람 속에 흩어지는 산 너머 기적소리,

 

 

< 가을 서한 / ​나태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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