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은 삶과 죽음의 혼돈이다
큰 이파리 사이 행간의 슬픔을 읽지 못하고
세상 건너 간 이별의 빨간 단풍
어김없이 계절은 서쪽으로 몰려가고 노랗게 물든 마음들이
길을 나서기 바쁘게 가을 잎 먼저 툭 떨어진다
널찍한 강보에 쌓여 허공에 툭 떨어진 노란 열매는
자주 운동장에서 홀로 뒹굴었다
오래된 서랍을 열고 잠자던 일기장을 꺼내
그날의 곱던 햇빛과 바람과 머리칼 날리던 옆자리의 그녀를 만난다
남자에게도 상실의 계절이 있다면
간이역의 그 삐걱대던 판자 집 같은 것 아닐까
살면서 살펴야 할 것들이 많다
파란색 노즐을 들 것인지 빨간색 노즐을 들 것인지
새들도 자기 몸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나뭇가지를 골라 앉는다
가을이 부서진다
노랗게 노랗게 샛노랑 그리움만 남겨두고 바람 속에 운다
다섯 시 방향 출구를 알리는 하루의 마감 소리들
그 품에 보듬어 주지도 못할 노년의 세월이 모여드는 곳
< 11월,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 _ 이한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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