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시월의 능금이게 하소서
능금알에 찰찰 넘치는 햇살이,
그 햇살로 출렁대는 남국南國의 바람이,
어머니 입김같은 바람이게 하소서
여름내 근면勤勉했던 원정園丁은
빈 가슴에 낙엽落葉을 받으면서 짐을 꾸리고
우리의 가련한 소망所望이 능금처럼 익어갈 때
겨울은 숲속에서 꿈을 벗고 있습니다
어둡고 긴 밤을 위하여 어머니는 자장가를 배우고
우리들은 영혼의 복도에서 등불을 켜드는 시간
싱그런 한 알의 능금을 깨물면 한 모금
투명한 진리가 목숨을 적시는 은총恩寵의 가을
시월에는 우리 모두 능금이게 하소서
능금알에 찰찰 넘치는 햇살이게 하소서
< 가을 - 오세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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