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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s & stories

곤드레나물밥 먹으러~~^^

by IMmiji 2014. 1. 22.

 

 

 

 

 

 

 

 

 

밤새 내린 비로 어제는 꽤 추운 날이었다.

여긴 비가 왔지만,

윗쪽, 옆쪽 지역에서 내린 많은 눈으로 인해서,

그 눈바람이 여기까지 전해졌는지,

바람도 제법 불어 절로 어깨가 움츠러드는... 추위였다.

그럼에도, 목자님의 새해 첫 초대에 응하느라 발길을 교회로 향했다.

 

평일에, 교회 식당에서 수백 인분의 음식을,

재료 구입에서부터 세팅까지 다 준비하시느라

목자님은 언제나 분주하고 하루 24시간이 모자란 분이시다.

그런 분이 일부러 연락하셔서,

다음 날에는 곤드레나물밥을 하니까.

꼭 먹으러 오라고 당부를 하셨다.

 

사랑방이 방학에 들어간 뒤로,

한 번도 얼굴을 마주한 적이 없어서,

사랑방 자매들의 얼굴도 보고 싶고 안부도 궁금하던 차에

잘 되었다 싶어 기꺼이 가겠다고 답을 드렸다.

 

 

 

한국 아줌마들의 시간 개념이란 게,

어째 세대가 바뀌고 세상이 달라져도 변할 줄을 모르는지,

일찍 가는 내가 되려 이상한 사람이 되고 만다.

 

어제도 교회 앞에 도착을 하고보니,

15분이나 일찍 갔고, 교회 식당 문을 밀고 들어서니,

앞쪽에 식사하는 사람들이 조금 앉아 있을 뿐이었다.

조리실 안에서 나를 먼저 발견하신 목자께서,

큰소리로 ㅇ집사님!! 하며 반갑게 손을 흔드셨다.

 

먼저 식사를 하겠냐시는 것을,

다들 오면 같이 먹겠다고 손사레를 쳤다.

방학이라 전에없이 교회 식당이 한가로운 것이지,

다른 때 같으면, 그 시간이면 주방도 정신이 없고,

식당에도 식사하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려서 정신이 없다.

 

마침 한 쪽에, 작년에 교구를 맡으셨던 목사님과

그 전에 담당이셨던 전도사님이 함께 앉아 식사를 하고 계셔서

인사를 드리고, 난 좀 떨어진 곳에 앉아 있었는데,

다른 자매들이 오기를 기다리며 있자니 괜히 민망했다.

해서 이렇게 사진도 찍어보고~~ ^^

 

어디쯤 오나 싶어 전화를 했더니,

누군 갑자기 남편이 몸이 안좋아 집에 와서 못 간다고 하고,

누군 다시 연락이 없길래 안 하는 줄 알았다며

아무 생각없이 집에 있다고 하고,

누군 이제사 출발한다고 하고...

그럼, 그렇다고 연락이라도 해줘야 할 거 아닌가 싶어,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무심함들에 기가 막혔다.

 

어쨌든, 늦더라도 오라고 다독<그래도 다독여야지...^^>이며

전화를 끊는데, 식사를 마치신 두 분<목사님과 전도사님>이

다가와서 새삼 다시 인사를 건네셨다.

언제나 나에 대한 인사는,

"요즘은 건강하시죠?" 이다.

그래도 근래는 좀 바뀌었다. "요즘 건강 좋으시죠?"로~

 

목사님은 인사를 하고 먼저 가셨고,

전도사님은 올해 다시 우리 교구를 담당하시게 되어,

곁에 앉아, 따뜻하게 말씀을 건네셨다.

마침 목자께서 맞은 편에 앉으시길래,

폰을 건네며 전도사님과 함께 찍어주십사 부탁했다.

팔로 전도사님을 안으니, 너무 가냘파서 놀랐다.

왜이렇게 약하세요...했더니,

목자께서 농담처럼, 여잔 좀 그래야 된다...며 웃으셨다.

그럼, 난 뭔가, 그렇지 못한 여잔데 우짜지!! ㅋㅋ

 

자매들의 소식을 전해드렸더니,

목자께서도 어이가 없으신지,

그러지 말고 ㅇ집사님은 앞에 가서 권사님들과 같이

식사를 하자며 이끄셨다.

더 기다릴 수도 없어서,

앞에 가서 권사님들 사이에 앉아서 점심을 먹었다.

자매들하고 먹으면, 곤드레나물밥 사진을 찍으려 했는데...쩝.

아무래도 연세 많으신 권사님들 앞이라 조신하니... ㅎㅎ 

 

한창 먹고 있는데,

그제서야 자매들이 들어오고,

테이블이 좁도록 한 곳에 다 모여 앉아 식사를 했다.

내가 난생 처음 곤드레나물밥을 먹어본다고 하자,

권사님들의 그 의아해 하시는 반응이란...

어떻게 그런 일이!  딱 그 눈빛이셨다.

나 말고 다른 자매도 그렇다고 해서 나만 이상한 존재가

되는 걸 모면<^^>했다.

일부러 곤드레나물밥을 하는 식당에 찾아가지 않은 이상,

여기서 어떻게 그런 음식을 흔히 먹을 수 있겠는가.

 

향이 강한 산나물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터라,

더 먹고자는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았는지도 모른다.

그저 티비에서나 한 두번 봤을 뿐이지...

의외로 곤드레나물은 산나물 특유의 강한 향도 전혀 없고,

들기름에 볶았다고 하셨는데 들기름 특유의 향도 없이

부드럽고, 고소하고, 소화가 엄청 잘될 것처럼 부담이 없었다.

 

다음에 누가 곤드레나물밥을 먹으러 가자고 하면,

선뜻 '그러자~'고 할 정도로 맛도 있었다.

다른 권사님들이, 목자이신 우리 권사님의 바지런함을 보시며,

그저 하나라도 더 좋은 거 새끼들한테 거둬 먹이려고

불러서 저렇게 애써 챙겨 먹이는 것 좀 보라며,

한 마디씩들을 하셨다. 우리더러 들으란 듯이~~^^

말씀 안하셔도 너무 잘 알기에,

더 감사한 마음으로 맛있게들 먹었댔다.

 

 

 

 

여긴 교회 커피 가게~~

멀리 친구가 커피 주문을 하고 있다... ㅎㅎ

 

 

 

 

 

 

먹고나니, 괜히 젊은 우리들은 앉아서 주시는 것을

받아 먹기만 하고, 연세드신 권사님들은, 아무리 그것이 당신들의 

일이라고 해도, 너무 수고를 하시는 것 같아, 설거지라도...했더니,

그런 소리하지 말라시며 와서 이렇게 얼굴 보고,

같이 먹어주는 것만도 고맙다고 하시는 바람에,

그럼 제가 커피라도 가서 사올테니 권사님들 드리라고 하니,

웃으시며 우린 카페 가면 다 공짜로 먹는다셨다.

우리더러 교회 카페에 가서 차 마시며

얘기하고 있으라고 목자께서 등을 미셨다.

 

어쩔 수 없이 못이기는 척 나왔지만,

그래서 종종 교회 식당에서 밥을 먹는 게,

좀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염치없이 받아먹기만 하고 오는 듯해서 말이다.

그러면서도 다른 자매 말처럼, 친정에 온 기분이 들기도 한다.

편하게 먹고, 커피 마시며 수다를 떨어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을 뿐더러, 올 때는 뭔가를 싸서 보내고 싶어하시는

목자님을 보면, 그런 생각이 절로 든다.

 

그래서 어제도, 넉살좋은 딸들이 되어,

맛있는 곤드레나물밥 한 그릇씩 잘 먹고,

우물가<교회 카페 이름>에 앉아 커피 마시며 수다떨고,

금방 삶아다 주시는 뜨거운 고구마까지 먹고 왔다.

사진 속의 자매가, 지난 번에 박물관에 함께 간 친구인데,

그때랑 별반 다를 것도 없으면서 그땐 못 올리게 하더니,

어젠 순순히 응해주는 것으로 봐서 좋은 일이라도~~^^

 

이십 대에, 배낭에 텐트와 코펠 하나 넣고,

그렇게도 열심히 전국을 돌아다녔다나 그 친구가?

내가 배로 제주도에 가보고 싶다...했더니,

배로 간 적도 있다...며 시작된 그 친구의 여행담을 듣느라

어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다.

"너 진짜 유감없이, 원없이 젊은 시절을 보냈구나!" 했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여유만만의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럼, 그랬지~~"

 

캠핑은 고사하고,

집 떠나 밤 한 번 새워본 적 없는 나로서는,

마냥 부럽기만 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제라도 할 수 있을까 내가?

그 친구의 용기나 대담함에 따라갈 수야 없겠지만,

그리고 그렇게 앞뒤 가릴 것 없이 도전할 젊음도 없지만,

어쨌든, 이젠 이 방을, 집을 나서서 어디든 갈 수는 있겠지...

새로운 경험을, 세상을, 사람을... 만날 기회를 만들러~~^^

 

교회 현관문까지 나오셔서 우리를 배웅해 주시던 목자께서,

잘 지내고, 2월에도 이렇게 얼굴 보게 모이자...고 하셨다.

인사하고 돌아서려다, 참, 미리 인사를 드릴께요.

설 잘 보내세요!! 했더니, 그 말에 얼마나 감격해 하시던지...

말 한 마디에, 정겨운 표현 하나에 자꾸 감격해 하시는 걸 보면,

목자께서도 이젠 나이드신 모양이다. ㅎㅎ

물론, 그만큼 영적 감성이 깊으셔서이기도 하겠지만...

바람은 차가웠지만, 마음은 봄바람이라도 쐰 듯,

따사로움을 가득 안고 우린 집으로 향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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