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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저무는 날에

by IMmiji 2013. 12. 30.

 

 

 

저무는 날에

-김남조-


날이 저물어 가듯
나의 사랑도 저물어 간다
사람의 영혼은
첫날부터 혼자이던 것
사랑도 혼자인 것

제 몸을 태워야만이 환한
촛불 같은 것
꿈꾸며 오래오래 불타려 해도
줄어드는 밀랍
이윽고 불빛이 지워지고
재도 하나 안 남기는
촛불 같은 것

날이 저물어 가듯
삶과 사랑도 저무느니
주야사철 보고지던 그 마음도
세월 따라 늠실늠실 흘러가고
사람의 사랑
끝날엔 혼자인 것
영혼도 혼자인 것
혼자서
크신 분의 품안에
눈 감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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