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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고 싶은 이야기

할머니의 편지

by IMmiji 2013. 3. 5.

사랑하는 손녀에게,

 

지난 번에 말해 주었듯이 너와 네 남편될 사람이,

예전에 네 할아버지와 내가 나누었던,

그런 사랑으로 이루어진 결혼 생활을 하기 바란단다.

그 때 너는 "그런 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지요?" 라고 물었지.

 

외적인 아름다움이나 열정,

낭만적인 분위기에 좌우되는 사랑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육체적 매력을 뛰어넘어 몸과 마음과 정성을 다 바치는

헌신적인 사랑을 의미하는 것이지.

이 할머니의 결혼 생활 역시 바닐라 아이스크림처럼 평범하지는 않았단다.

우리 둘은 모두 잘못도 많았고 서로 희생도 많이 했단다.

 

결혼하기 두 해 전,

네 할아버지의 한쪽 발이 사고로 뭉그러진 적이 있었다.

그리고 아들 둘이 태어난 후, 할아버지의 다리는 무릎 아래로 절단되어야 했어.

그 후로 네 할아버지는 항상 고통 속에 있었단다.

할아버지가 얼마나 상처를 입었는지 또 그로인해 내가 얼마나 고통을 받았는지

사람들은 모른단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할아버지와 나와의 사랑을 자라나게 했지.

 

1944년에 우리는 캘리포니아 주로 이사를 했고,

할아버지는 유나이티드 항공사에 기술직으로 취직해서

1971년까지 근무했었지.

또한 목수일에도 뛰어난 할아버지는 손수 우리집을 지었단다.

우리는 매일 아침 서로의 손을 잡고 기도했었지.

 

할아버지는 낭만적인 편은 아니었지만 내게 꽃을 가져다 주기도 했단다.

신문지에 싼 꽃을 말이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일주일 전, 그러니까 우리의 결혼 34주년 때엔

꽃병에 꽃다발을 꽂아 준적도 있었지.  이것이 사랑이란다.

 

할아버지는 언제나 나의 차를 최고의 상태로 유지시켜 주었고,

또한 손님이 올 때면 집 주변을 돌아보며 나를 도와 주었단다.

손님에게 우리집을 잘 보이고 싶다기 보다는

그 점에 대해서 내가 신경쓰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어.

 

할아버지는 개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내가 피에르를 기르도록 해주었지.

나를 반기며 뛰어나오는 피에르가 얼마나 멋진 개냐고 칭찬을 늘어 놓으면,

하루 종일 하는 일이 현관 계단 앞에 누워 있는 일 뿐이라면

자기도 나를 맞으러 그렇게 뛰어나올 것이라고 말했단다.

피에르가 죽던 날, 할아버지는 울고 있는 나를 꼭 껴안아 주었어.

이것이 사랑이란다.

 

사랑이란 언제나 아름답고 매혹적인 것만은 아니야.

그것은 네가 아플 때에 너를 도와서 화장실로 데려가 주는 것이며,

너희들 두 사람 중, 한 번에 한 사람씩만 화를 내는 것을 의미하지.

 

사랑의 가장 멋진 묘미 중의 하나는 구속하지 않고,

서로를 감싸안아 주는 것이란다.

너의 행동과 친구들이 늘 한결같지는 않을 것이야.

사랑은 어떤 부분에서는 서로 의견을 달리하는 것을 용납한단다.

 

모든 것을 네 남편과 이야기하도록 해라.

결혼 생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말은,

"미안해요" 와 "당신을 용서해요"라는 말이다.

화가난 채로 걸어나가 버리면, 사랑은 너를 따라 나오며,

"당신은 이렇게 나를 떠날 수 없어요"라고 말한단다.

 

이 세상의 유일한 빛으로 너를 바라보는 그런 남편을

네가 만날 수 있기를 이 할머니는 바란다.

그가 손을 뻗어서 아무런 이유 없이 괜스레 너의 손을 잡을 때,

그것이 바로 사랑이란다.

 

                                   할머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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