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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목백일홍

by IMmiji 2024. 8. 10.

피어서 열흘​

아름다운 꽃이 없고​

살면서 끝없이​

사랑 받는 사람 없다고​

사람들은 그렇게 말을 하는데

한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석 달 열흘을​

피어 있는 꽃도 있고​

살면서 늘 사랑스러운​

사람도 없는 게 아니어​

함께 있다 돌아서면​

돌아서서 다시 그리워지는​

꽃 같은 사람 없는 게 아니어​

가만히 들여다보니​

한 꽃이 백일을 아름답게​

피어 있는 게 아니다.

수없는 꽃이 지면서 다시 피고​

떨어지면 또 새 꽃봉오릴 피워 올려​

목백일홍나무는 환한 것이다.​

꽃은 져도 나무는 여전히​

꽃으로 아름다운 것이다.

제 안에 소리 없이 꽃잎​

시들어가는 걸 알면서​

온몸 다해 다시 꽃을 피워내며​

아무도 모르게 거듭나고​

거듭나는 것이다. 

 

 

< 목백일홍 _ 도종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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