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칠 대로 지친 몸을 이끌고 지하철을 탔다.
늘 그렇듯 지하철은 만원 상태.
나는 손잡이 하나에 위태위태한 내 몸을 맡겼다.
언제쯤 이 지긋지긋한 순간이 끝나는 걸까.
생각했던 대로 되는 일이란 게 있기는 한 건지.
한숨을 길게 내뱉으며 두 손을 손잡이에 대고
온몸을 맡기고 있던 그때,
이상하리만큼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는
노부부의 목소리가 들렸다.
할머니가 말씀하시길
“여보, 몸이 이렇게 안 좋아 어쩌오.
내가 대신 아파 줄 수도 없고…….”
두 손을 꼭 잡고 있던 할아버지가
미소 지으며 말을 건넸다.
“아픈 게 한두 번인가, 삶이 아픔이지.
그래도 그 아픔,
당신이 어루만져 주니 아물며 살아가는 거요.”
삶이 아픔이라는 말에 놀라고
이어지는 뒷말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누군가로 인해 아물며 살아간다’는 것.
그래,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나 보다.
< 아물며 살아가는 것 >
『하는 일마다 잘되리라』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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