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머언 길목을 돌아
한줄기 빛나는 등불을 밝힌
우리의 사랑은 어디쯤 오고 있는가.
아직은 햇살도 떨리는 1월의 아침
뜨락의 풀뿌리는 찬바람에 숨을 죽이고
저 푸른 하늘엔 새 한 마리 날지 않는다.
살아갈수록 사람이 그리웁고
사람이 그리울수록 더욱 외로워지는
우리네 겨울의 가슴,
나처럼 가난한 자
냉수 한 사발로 목을 축이고
깨끗해진 두 눈으로
신앙 같은 무등이나 마주하지만
나보다 가난한 자는
오히려 이 아침 하느님을 만나 보겠구나.
오늘은 무등산 허리에 눈빛이 고와
춘설차 새 잎 돋는 소리로
귀가 시린 1월의 아침
우리의 기인 기다림은 끝나리라
어머니의 젖가슴 같은 땅도 풀리고
꽃잎 뜨는 강물도 새로이 흐르리라
우리의 풀잎은 풀잎끼리 서로 볼을 부비리라.
아아, 차고도 깨끗한 바람이 분다
무등산은 한결 가즉해 보이고
한줄기 사랑의 등불이 흔들리고 있다.
< 1월의 아침 / 허형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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