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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여행지에서

by IMmiji 2022. 3. 16.

사람들이 지나가고 또 지나갔어요.
아무도 만난 사람은 없어요.
아 도시에선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방심한 마음으로 기다렸을 뿐이지요.
멀리서 누군가 손 흔들면 나도 발돋움하며
따라서 손 흔들었지요.
아는 사람은 아니었어요.
기다리는 동안 어느새 동화책 한 권을 다 읽었어요.
동화처럼 살고 싶어요. 아니면 영화처럼.
아무도 오지 않더라도 그저 나무처럼 서있으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싶어요.
어디선가 지금 기차가 지나가고
영화관 속에선 깔깔거리며
웃고 있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배낭 위에 걸터앉아 나를 보는 사람이 있어요.
그도 어딘가를 여행하고 있는 모양이군요.
여행이란 다 그래요.
사실은 기다리는 연습인 걸요.
기다리는 동안 그저 우두커니
스스로를 보는 거죠.
내가 나를 기다린다는 말, 우습나요?
언젠가 알게 될 거예요. 머지 않은 훗날
누군가를 기다리며 당신도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어딘가에서
당신을 들여다보게 될 거예요.

 

 

< 여행지에서 _ 김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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