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 시

11월의 뒷모습

by IMmiji 2021. 11. 30.

돋아 오른 생기로 봄을 피워

푸풋한 교태로 벌 나비 마다않고

긴 꼬리로 줄줄이 엮어 치맛자락에 감추었더냐

 

잎잎이 무성한 사연은

들끓던 한여름 붉은 정염이

발자국마다 기다림으로 줄 세워 목 빼게 하였더냐

 

앙상한 나목마다

까맣게 타버린 해묵은 잔가지가 애잔하고

검불 위에 툭툭 떨어지는 삭정이 마음도 고독하다

 

빈틈에 뿌린 씨앗 감추려 해도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흙 묻은 오점은

잎잎이 고개 숙여 한 겹 한 겹 벗어야 될 테지

 

헐거워진 기운으로 때 묻은 옷을 벗어

나목이 되려 하니 오만한 뒷모습에

끝끝내 고열이 오르내릴 테지

 

돌아오는 봄에 다시 피려거든

발밑에 땅을 보고 주인이 있는 땅이라면

씨앗이 심기지 않게 땅을 단단히 굳혀야 될 테지

 

 

< 11월의 뒷모습 _ 이민숙 >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월 어느 오후  (0) 2021.12.07
행복한 12월  (0) 2021.12.05
11월의 밤하늘  (0) 2021.11.27
살아가는 힘  (0) 2021.11.24
11월의 시  (0) 2021.11.2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