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아 오른 생기로 봄을 피워
푸풋한 교태로 벌 나비 마다않고
긴 꼬리로 줄줄이 엮어 치맛자락에 감추었더냐
잎잎이 무성한 사연은
들끓던 한여름 붉은 정염이
발자국마다 기다림으로 줄 세워 목 빼게 하였더냐
앙상한 나목마다
까맣게 타버린 해묵은 잔가지가 애잔하고
검불 위에 툭툭 떨어지는 삭정이 마음도 고독하다
빈틈에 뿌린 씨앗 감추려 해도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흙 묻은 오점은
잎잎이 고개 숙여 한 겹 한 겹 벗어야 될 테지
헐거워진 기운으로 때 묻은 옷을 벗어
나목이 되려 하니 오만한 뒷모습에
끝끝내 고열이 오르내릴 테지
돌아오는 봄에 다시 피려거든
발밑에 땅을 보고 주인이 있는 땅이라면
씨앗이 심기지 않게 땅을 단단히 굳혀야 될 테지
< 11월의 뒷모습 _ 이민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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