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가에 자리잡은 주름이
제법 친숙하게 느껴지는 나이.
삶의 깊이와 희노애락에
조금은 의연해질 수 있는 나이.
잡아야 할 것과 놓아야 할 것을
어슴푸레 깨닫는 나이.
자신의 미래에 대한 소망보다는
자식의 미래와 소망을 더 걱정하는 나이.
여자는 남자가 되고
남자는 여자가 되어가는 나이.
밖에 있던 남자는 안으로 들어오고
안에 있던 여자는 밖으로 나가려는 나이.
나이를 보태기보다
나이를 빼기를 좋아하는 나이.
이제껏 마누라를 이기고 살았지만
이제부터는 마누라에게 지고 살아야 하는 나이.
뜨거운 커피를 마시고 있으면서도
가슴에는 한기를 느끼는 나이.
먼 들녘에서 불어오는 한 줌의 바람에도
괜시리 눈시울이 붉어지는 나이.
겉으로는 많은 것을 가진 것처럼 보이나
가슴 속은 텅 비어가는 나이.
사람들 속에 묻혀 있으면서도
사람들의 냄새가 한없이 그리워지는 나이.
공연이 끝난 후 빈 객석에 홀로 앉아 있는 것처럼
뜻모를 외로움에 빠져든 나이.
불혹의 강을 건너
지나온 세월의 흔적을 애써 감추려
듬성듬성 서리내린 머리카락 몇 개를
조심스레 뽑는다.
부질없는 짓인 줄을 알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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