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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이야기

나도 그녀처럼...

by IMmiji 2013. 4. 4.

"걱정할 건 없어. 그래도 되도록이면 빨리 와 주렴."

엘리노아 스미스 언니의 전보였다.

당시 나는 영국의 한 영화사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런던에 있었다.

 

나는 너무 가슴이 아파 얼떨떨했다.

엘리노아 언니가 지병으로 이따금씩 몸이 안좋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이 전보는 틀림없이 자신의 임종이 가까웠다는 사실을

은근히 암시하는 내용이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언니는 항상 눈부시게 매력적이고 상냥하며

진정 행복한 모습으로 가까운 사람들에게 굉장한 활력을

불어 넣어주곤 했다.

사람들의 등을 토닥여 주고, 기분을 돋워 주며

인생을 새롭게 바라보도록 해주는 보기 드문 재주를 갖고 있었다.

 

처음 세상에서 가장 무섭다고 하는 그 병마가 덮쳤을 때

의사들은 이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언니에게 말해 주었다.

그러나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사람들에 대한 언니의 따뜻한 관심은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또한 하나님의 섭리에 대한 뿌리 깊은 신앙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언니는 나를 필요로 하고 있다.

침대에 누워 깊은 고통 속에 빠져 있을 언니를 떠올리며

나는 서둘러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언니는 거실의 소파 위에 산뜻하게 앉아 있었다.

불치의 병을 앓는 사람이라기 보다 마치 열일곱 살 여학생처럼 보였다.

 

"나탈리!"  언니는 기뻐하며 팔을 벌려 나를 안았다.

"네가 이렇게 와주니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어. 하고픈 말이 너무 많구나."

다른 사람이 들으면 내가 일상적인 일로 잠깐 들른 것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밤이 깊어 엘리노아 언니가 방으로 들어가자 의사는 나를 한쪽으로 데려갔다.

"캘머스 부인, 임종을 지키는 일이 무척 힘겨울 겁니다.

마지막 순간의 고통이 극심할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의학적으로 말한다면 의사의 말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의사의 말과는 상관없이 나는 언니의 얼굴에 감도는 광채를 보았다.

언니의 영적인 힘이 그 고통을 이겨 내리라는 예감이 스쳤다.

그 후 며칠간 언니는 의사들을 당황시킬 만큼 일을 많이 했다.

의사들은 그녀의 모질도록 고통스러운 임종에 대비하고 있었다.

언니는 의사들의 엄격한 충고와 치료를 무시했다.

 

어느 날 밤 언니는 침대 옆으로 나를 불렀다.

"나탈리, 의사들이 억지로 약을 먹이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해 줘.

그들이 내 고통을 덜어 주려 한다는 건 나도 안단다.

하지만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싶어.

나는 죽음이 또 하나의 아름다운 순간이 될 거라고 믿어."

 

나는 약속했다.

그러나 나중에 그녀의 용기를 생각하며 혼자서 울었다.

그리고 밤새도록 뒤척이면서 내게는 불행이라고 밖에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을

언니는 하나의 승리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느 날 오후 언니는 아주 가볍고 쾌활한 어조로 문득 생각난 듯

몇몇 친구들을 저녁 식사에 초대하자고 했다.

나는 무척 놀랐지만 언니는 기분이 매우 좋은 듯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내게 웃어 보였다.

그녀의 얼굴에 가득한 행복감이 나로 하여금 반대할 수 없도록 했다.

 

파티가 있던 날 밤 엘레노아 언니는 세심한 몸단장으로

내가 익히 알고 있는 고통의 흔적을 감추었다.

손님들이 도착하기 전에 우리는 그녀가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것을 도왔다.

노란색 야회복을 입고 청록색 의자에 앉아 있는 언니는

생동감으로 충만하여 반짝이는 듯했다.

 

파티는 대성공이었다.

언니가 얼마나 자신의 고통을 잘 감추었던지

손님들은 그녀가 병에 걸린지조차 모를 정도였다.

그러나 그날 밤 그녀를 침대로 옮기자 비로소 심한 피로가 얼굴에 드러났다.

이것이 마지막 친교의 자리라는 것을 언니는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런 식으로 죽음을 대비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며칠 뒤, 마침내 마지막 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나는 몇 시간씩 언니의 침대곁을 지켰다.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마다 나는 영원한 삶에 대한 언니의 조용하고도 진지한 확신에 놀랐다.

한 번도 육체적인 고통이 그녀의 영적 힘을 이기지 못했다.

 

"자애롭고 친절하신 하나님,

제 마음을 밝게 하시고 평화를 주옵소서."

그녀는 마지막 날들 동안 그런 기도를 계속 반복했다.

우리는 오랫동안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고,

언니가 잠드는 것을 보고는 조용히 간호사와 자리를 떠나 잠깐 휴식을 취했다.

 

몇 분 후 언니가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나는 재빨리 언니 방으로 돌아갔다.

임종의 순간이 온 것이었다.

침대 곁에 앉아 언니의 손을 잡았다. 불이 붙을 듯 뜨거웠다.

그런데 언니는 몸을 일으켜서 거의 앉는 자세를 취했다.

 

"나탈리." 언니가 말했다.

"사람들이 많아. 프레드가 있고... 그리고 루스도 있어...

여기에서 무얼 하는 거지? 아, 알겠어!"

나는 전율을 느꼈다.  루스! 루스는 몇 주 전에 갑자기 세상을 떠난 사촌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언니에게 루스의 갑작스런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었다.'

 

등줄기를 타고 한기가 훑고 지나갔다.

나는 무언가 강력하고도 경이로운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언니의 목소리는 놀랍도록 명료했다.

"참 이상하구나.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다니!"

갑자기 언니는 마치 반갑다며 포옹을 하듯 행복한 몸짓으로 팔을 뻗었다!

"나 올라갈께."  언니가 속삭이듯 말했다.

 

그리고는 팔을 내 목둘레로 떨어뜨리더니 내 품 속에 늘어졌다.

마침내 그녀의 영혼과 의지는 고통을 환희로 돌려 놓은 것이다.

내가 언니 머리를 베개 위에 내려 놓으니 언니의 얼굴은 따뜻하고

평화로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

 

이것이 언니가 나에게 남겨 준 유산이었다.

그녀의 마지막 아름다운 선물이었다.

나는 삶과 죽음 사이에 그토록 앏은 커튼이 있음을 보았다.

영원한 삶에 대한 놀라운 진실의 일부를 얼핏 본 것이다.

죽음은 결코 어떤 식으로든지 나를 더 이상 두렵게 하지 못할 것이다.

 

 

(마지막 선물<Her final gift> - - by Natalie Kalmus)

 

 

이 글은 1995년 6월호 가이드포스트지에 실린 내용입니다.

제가 저의 마지막을 위해 늘 드리는 기도의 내용과 너무 흡사해서

옮겨 적어봤습니다. ^^ ^^

아파하트3토닥토닥즐거워홧팅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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