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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그렇게 소중했던가

by IMmiji 2013. 2. 20.

 

 




버스가 지리산 휴게소에서 십 분간 쉴 때,

 

흘러간 뽕짝 들으며 가판대 도색 잡지나 뒤적이다가,

 

자판기 커피 뽑아 한 모금 마시는데 버스가 떠나고 있었다.

 

종이컵 커피가 출렁거려 불에 데인 듯 뜨거워도,

 

한사코 버스를 세워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가쁜 숨 몰아쉬며 자리에 앉으니,

 

회청색 여름 양복은 온통 커피 얼룩,

 

화끈거리는 손등 손바닥으로 쓸며,

 

바닥에 남은 커피 입안에 털어 넣었다.

 

그렇게 소중했던가,

 

그냥 두고 올 생각 왜 못했던가,

 

꿈 깨기 전에는 꿈이 삶이고,

 

삶 깨기 전에는 삶은 꿈이다.

 

 


 

그렇게 소중했던가 / 이성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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