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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스크랩] 천상병 / 귀천

by IMmiji 2013. 8. 15.

 

 

출처 : Hannah`s
글쓴이 : 한나 원글보기
메모 :

 

 

 

         

 

< 소  풍 >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의 삶이 소풍이었다고

그 소풍이 아름다웠더라고

 

오늘

한 쪽의 일터에서는 굴뚝 위에서 농성을 하고

바람이 바뀌었다고

다른 쪽의 사람들은 감옥으로 내몰리는데

이 일이 소풍이라고

 

따르는 식구들과

목마 태운 보따리

풀숲에 쉬면 따가운 쐐기

길에는 통행료

마실 물에도 세금을 내라는 세상

 

홀로 밤길을 걷고

길을 비추는 달빛조차 몸을 사리는데

이 곳이 아름답다고?

 

 

 

( 행   복 )

 

나는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사나이다

 

아내가 찻집을 경영해서

생활의 걱정이 없고

대학을 다녔으니

배움의 부족도 없고

시인이니

명예욕도 충분하고

이쁜 아내니

여자 생각도 없고

아이가 없으니

뒤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집도 있으니

얼마나 편안한가

 

막걸리를 좋아하는데

아내가 다 사주니

무슨 불평이 있겠는가

더구나

하느님을 굳게 믿으니

이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분이

나의 빽이시니

무슨 불행이 온단 말인가

 

 

 

오후에 구독하는 월간지를 보는데,

거기 천상병 시인에 대한 언급이 있어 읽다보니,

문득 천시인의 '귀천' 시가 생각나고,

너무 잘 알려진 시라 굳이 나까지 싶어 올리지 않았는데,

오늘따라 더 와닿아서 올려봤다.

 

올리는 참에,

'소풍'과 '행복' 이란 두 시도 같이 올려본다.

귀천과는 달리 사뭇 지극히 현실적이고,

'여기'에 대한 시인의 심정이 느껴져서 함께 적어봤다.

 

아름다웠던 소풍이라고,

하늘로 돌아가면 그렇게 말하겠다던 시인도,

이 땅에 사는 동안은 별반 다름이 없었다는 생각에,

동질감을 느끼고 오히려 편안하게 다가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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