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남자 이야기

책 읽어주는 남자 (사랑의 적은 침묵입니다)

IMmiji 2023. 3. 28. 12:47

 

사랑이 너무 쉬운 말로 써질 때,
나의 사랑도 그것으로 끝인 줄 알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머지않아
나는 혼자가 되고 말았으니까요.  
 
때문에 나는 어려운 마음,  
어려운 말을 찾아다녔습니다.  
 
도무지 알 수 없는 표현을 주워다가
제멋대로 자르고 이어 붙여
사랑이라는 글자로 만들고 나면
얼마나 만족스러웠는지 모릅니다.  
 
그러니 모두가 나를 오해하더군요.
과묵하고 사랑이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사람.  
 
도무지 속을 알 수 없고,
어딘가 앓는 듯 슬퍼 보이기만 한다며
하나둘 곁을 떠나갔습니다. 
 
여러분. 사랑의 적은 침묵입니다. 
 
사랑은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것이니,
어떤 말이든 사랑이 될 수 있습니다.  
 
내 마지막 사랑 고백은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여러분에게로 향하지만,
부디 이 글에서 사랑을 충분히 느끼시고
다시 솟아날 사랑은
가장 쉬운 말로 옮겨 적어 주세요.  
 
그렇게 함께 침묵을 몰아내고
사랑의 소란 속에 삽시다.  
 
사랑의 포화 속에서 쓰러지는 침묵을
나는 보고 싶습니다. 

 

"사랑의 적은 침묵입니다"
 
< 당신과 아침에 싸우면 밤에는 입맞출 겁니다 >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