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miji 2021. 12. 7. 14:59

수업이 심심하게 느껴지는 겨울날 오후에는 옆자리 애랑 내기하 

며 놀았다. 그것은 이런 식으로 하는 내기이다. 먼저 창문 밖에서 

풀풀 나는 눈송이 속에서 각자가 눈송이를 하나씩 뽑는다. 건너  

편 교실 저 창문 언저리에서 운명적으로 뽑힌 그 눈송이 하나만을 

눈으로 줄곧 따라간다. 먼저 눈송이가 땅에 착지해버린 쪽이 지는 

것이다. "정했어." 내가 낮은 소리로 말하자 "나도" 하고 그 애도 말 

한다. 그 애가 뽑은 눈송이가 어느 것인지 나는 도대체 모르지만 

하여튼 제 것을 따라간다. 잠시 후 어느 쪽인가 말한다. "떨어졌어." 

"내가 이겼네." 또 하나가 말한다. 거짓말해도 절대로 들킬 수 없는 

데 서로 속일 생각 하나 없이 선생님 야단 맞을 때까지 열중했다. 

놓치지 않도록, 딴 눈송이들과 헷갈리지 않도록 온 신경을 다 집중 

시키고 따라가야 한다.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나는 한때 그런 식으로 사람을 만났다. 아직도 눈보라 속 여전히 

그 눈송이는 지상에 안 닿아 있다. 

 

_ 사이토 마리코 < 단 하나의 눈송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