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을 즐기다~~
겨울 날씨답지 않게 연일 푸근한 날이 이어지는 가운데,
명절 동안에 있으리라던 비소식조차 이 도시는 무관 했었다.
비는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화창한 봄날씨가 계속 되었다.
아직 한겨울인 정월에, 4월의 봄이 찾아온 듯한,
이 따사로운 날씨를 '예'로 들어서,
목사님은 Already... not yet<이미와 아직>의 신앙에 대해
어느 때보다 말씀이 충만한 예배를 인도하셨다.
주일 전날에도 어찌나 날이 따뜻하고 화창하던지,
목사님은 가족들과 함께 가까운 호수 공원으로 산책을 나가셨는데,
새로 단장한 공원의 분위기가 너무 좋았고,
포근한 날씨 덕분에 산책하시는 동안 참 행복하셨다며,
성도들에게 한 번 가볼 것을 적극 권하셨다.
차를 타면, 우리집에서 10분이면 가는 거리에,
그 호수공원이 있는데 거길 한 번 가보는 게 어찌 그리 어려운지 참...
내가 생각해도 참 마음의 여유 없이 살아온 듯하다.
어젠 예배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에 잠시 차를 돌려 갔었다.
정오 무렵이라, 사람도 많지 않았고, 공원은 한가로움 그 자체였다.
오리와 백조들이 쉬엄쉬엄 오고 가는 것을 지켜보며,
마치 그 아이들이 말귀라도 알아듣는 것처럼,
소심해서 큰소리로 부르지도 못하면서,
"얘들아~~ 이리와 봐~~" 하며, 애같이 불렀었다.
그런 나를 누가 보면 오글거린다 할까봐서... ㅋㅋ
바깥 온도가 자그마치 22도였다!
나처럼 겉옷을 벗어 손에 들고 다니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날은 정말 포근했다.
2월의 시작에서 4월 중순의 봄과 깜짝 데이트를 한 거였다.
가끔씩 그런 여유를 느낄 때면 절로 드는 생각이,
그 시간에 그런 한가로움을 즐기며 거닐 수 있다는 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복' 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기회를 허락받았다는 사실에 무한 감사가 절로 된다.
이제는 익숙해졌다고 여겼는데,
그리고 그렇게 폰으로 모습을 담는 것이 나뿐 아닌데,
폰을 들고 호수 공원의 여기저기를 찍는 것도 쑥스럽고,
더우기 그 배경으로 내 모습이 찍히는 건 더 멋적었다.
아직 훈련의 양이 한참 모자란 게 분명하다... ^^
한 거라곤, 호수가에 서서 오리랑 백조를 바라보고,
한 바퀴 돌면 2km라는 호수 전경을 눈에 가슴에 담으며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면서 잠시 산책한 게 다인데,
너무 따뜻한 날씨 덕분인지 시원한 게 마시고 싶어졌다.
호수 산책로에서 5m도 안되는 거리에,
2차선 도로만 건너면 유명 커피 가게들이 죽 늘어서 있다.
한 번씩 친구들이랑 가던 가게에 가서,
얼음 가득 넣은 아메리카노 한 잔 주문해서 마셨다.
커피 가게 창 너머로 호수 전경이 훤히 다 보인다.
거기 그렇게 앉아 있으면 왜그리 생각나는 이들이 많은지...
그 많은 사람들 다 꼽아도 편 손 둘이면 족하지만~~
둘이든 셋이든... 아니, 달랑 하나여도,
그 여유로운 시간과 공간 속으로 초대하고픈 이가,
같이 하고픈 사람이 하나라도 있다는 게 행복 아니겠는가.
어제의 그 이른 봄을 함께 즐기고픈 이들이 생각나고,
그리운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이 감사했다.
아무리 눈부시게 아름답고 포근한 봄날이어도,
혼자라면... 그보다 더 슬픈 일이 또 있을까.
운동한다고, 트레이닝복 입고 혼자서 열심히 걷는 이들도
나름 그 화창한 날씨를 즐기고 있었겠지만,
다정하게 손잡고, 팔짱 끼고 느린 걸음을 걷는 이들이
훨씬 더 아름답고 행복하게 보였던 건 사실이니까... ㅎㅎ
아무튼, 나는 충분히 이른 봄을 즐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