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거주춤,
한 발을 뒤로 뺀 태양
오기도 그렇고, 가기도 그런지
사념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꽃도, 잎도
목구멍에서 가르랑거리는 소리
마른 모래바람에 눈이 매워
눈을 감고 몸도 숨기는데
바람만 윙윙거리며
갈퀴 같은 손가락으로
모두를 쓸어 구석으로 퍼 날라
자기의 영역을 넓혀간다
갈 것은 가고
남을 것은 보금자리를 찾아들어
맺을 건 맺고 마무리하며
스스로 동안거에 들어가는 계절
< 11월은 / 藝香도지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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