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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이야기

영원한 어린이...

by IMmiji 2016. 5. 6.








4월이 끝나갈 무렵의 어느 날,

늘 그러셨듯이, 엄만 이것 저것 챙기셔서,

이 딸을 보러 오셨었다.

무겁게 들고 다니지 마시라고 그렇게 말씀드려도,

엄마의 두 손엔 늘 무거운 짐이 들려 있다.

제대로 챙겨먹지 않을까봐, 반찬거리가 될 재료들을

봉지마다 넣은 걸 하나 둘... 자꾸만 꺼내놓으셨다.

그리곤 한 주일전에,

부모님의 쉰번째 결혼기념일을 축하드리는 뜻에서,

봉투에 얼마쯤 넣어드렸더니, 

그 봉투(이유는, 아무리 찾아도 마땅한 봉투가 없어서... 였지만,

아마도 그 봉투가 고급져 보여서일 거라고 짐작한다. ^^)를

다시 가지고 오셔서 내게 건네셨다. 


이건 왜 또 가지고 오셨냐니까,

명목은, '어린이(?)날이어서...' 몇 자 적으셨단다.

이 나이에 무슨 어린이날은... 이랬지만,

작년에도, 그 작년에도, 그리고 그보다 더 전에도...

엄만 어린이날이 되면, 늘 나한테 편지를 쓰시고,

그 안에 돈을 넣어주셨다.

뭐든 맛있는 것을 사먹으라고 말이다.

뭐가 먹고 싶냐는 물음에, 한 번도 뭐가 먹고 싶다고,

선뜻 말하지 않는 딸에게, 차라리 돈을 줘서 직접 먹고픈 걸

사먹으라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셨던 모양이다.









어린이 날을 즈음하여   2016, 4, 28, 새벽


내겐 영원한 어린이 내 딸, ㅇㅇㅇ.

지금 현재 그 정도로만 내 옆에 있어 주길 바란다.

전화하면 엄마~~ 그 목소리 한결같이 들려 오면

바랄 것이 없어야.

현명하고, 지혜롭고, 똑똑한 내 딸.

나는 너애 엄마임이 자랑스럽다.

누구에게나 자랑한단다.

영어 잘하고, 시근 있다고, 또 음식도 잘 한다고.


온갖 말 다하고, 다 들어 준다고.

하나같이 부러워들 하드라.

얌체 같은 딸년에,

도둑 같은 딸, 숨기고, 속이고.

나는 복 터진 거지. 속 깊은 내 딸은 효녀라고.


제발 건강 유의해. 영원히 함께 가자.

맛나는 것 하나 사먹고, 기분 좋게 지내라.



부처님 오신 날에 내 딸의 건강 기원

연등을 미리 달았다.  해마다 해왔지만...




얌체같고 도둑같고 숨기고 속여도,

아무리 현명하고 지혜롭고 똑똑하더라도,

일생 아픈 딸보다야 백 번 더 효녀인 것을...

이런 딸을 두고서 무슨 복터진 거라 하시냐고...

어쩌면 울 엄만 원조 '딸바보' 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와 난,

여지껏 신앙의 벽을 넘지 못하고,

신앙으로는, 극과 극으로 갈라져 살아가는 것을...

연등을 수백 수천 개를 달며 딸 건강을 빌어도,

그건 내게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인 것을...

그저 엄마의 그 사랑이, 신앙을 넘어서,

그 무엇보다 앞서 나를 지키고 보호한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엄만 나보다 백 번 천 번 더 낫다.

엄만, 새벽마다 이 딸을 위해 기도를 하시고,

해마다 그렇게 딸의 건강을 기원하는 연등을 다시지만,

난 그런 엄마를 위해, 엄마의 영혼 구원을 위해,

언제부턴가 아무 기도도 하지 않으니까.

내가 엄마를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게 기도인데,

그 기도마저 하지 않고 하루 하루 살기에 급급해하니...

그야말로 불효녀 중에서도 일등이지 싶다.

해야 될 일등은 하지 못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등은 이리도 천연덕스럽게 하고 있으니...

입이 백 개여도 아무 할 말이 없다.


이 나이에도,

어린이 날이라고, 엄마로부터 용돈을 받고,

어디에도 견줄 수 없는 애정넘치는 편지를 받으니,

복이터진 건 엄마가 아니라 바로 나다.

늘, 그런 엄마의 딸로 태어난 걸 감사하고 있다.


오신 길이라,

준비해 두었던 어버이날 선물을 나도 미리 드렸다.

요즘 할머니들 사이에 인기인, 꽃무늬 백팩을 선물했더니,

너무도 마음에 들어하시며 좋아라~ 하시고는,

가실 때, 어깨에 메고 발걸음도 가볍게 돌아가셨다.

그런 엄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진짜 어린이는, 내가 아니라, 엄마라고 느꼈다.

어린이같은 가벼운 그 발걸음이 내내 이어지길 기도한다.


그래요, 엄마, 우리 영원히 함께 가요...

하지만 그 영원...에서 하루라도 나는 늦게 갈 거예요.

엄마 앞에 가는 불효까지는 저지르고 싶지 않으니까요...

오래 오래, 건강하게, 즐겁게 사셨으면 좋겠어요...

영원한 어린이인 이 딸은 엄마를 언제나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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