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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이야기

"응답하라, 미지!"

by IMmiji 2016. 1. 29.














이미 두 발의 감각을 잃은지도 오래 되었고,

그 감각 잃은 발이 굳어짐을 느끼면서 힘들어한지도 한참인데,

나는 '마치 석고로 내 발을 굳히는 듯하다' 고 표현했지만,

신경외과의는 그것을 '심한 통증' 이라고 정정해 주었다.

그래서 신경안정제와 더불어 통증완화제까지 복용하게 되었고,

요즘들어 감기 기운마저 있어서, 그 약까지 보태니,

약에 취해서 혼절하듯 시도때도 없이 잠만 늘어났다.

하긴, 그래도 하루 동안의 전체 수면 시간을 다 합해봤자,

대여섯 시간에 불과하지만...

약 때문이 아니어도 난 자야할 상태다.



그러다 지난 해부터는, '저혈당 무감증'까지 생겨서,

40여년 병든 내 몸은, 더 이상 저혈당을 감지하지 못하고,

땀으로 옷이 다 젖어서 떨며 깨어난 뒤에야 저혈당인 줄 알고,

길을 가다가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가 응급실에서 눈을 떠야지

내 혈당이 거의 시체 수준인 17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떤 천사의 손길이 달콤한 음료가 든 스트로를 내 입에 넣어주지

않았더라면, 그 17 마저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랬으면, 어쩌면... 영영 못 깨어났을지도 모르고...



문제는, 그런 일이 한두 번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점점 더 자주, 더 심하게, 때로는 이틀 연이어 그러기도 해서,

본인인 나보다 주변 사람들을 더 놀라게 하고 힘들게 해서 걱정이다.

그냥 조용히 그대로 데려가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는데,

매번, 것도 기적적으로 깨어나게 해주셔서 뭐라 말을 할 수가 없다.

하기야 그래서 갈 것 같았으면 난 이미 골백번도 더 갔을 거다.

이젠 그렇게 해서 깨어나는 걸 감사해야 될지조차 모르겠다.

늙으신 엄마가 응급실서 깨어난 내 얼굴을 감싸시면서,

고맙다고, 감사하다며 눈물 흘리시는 걸 보는 게... 고통스럽다.

그런 딸을 지켜보셔야 하는 엄마는 나보다 더 그러실 거고...



주사를 적게 놔라, 아니, 맞지 말아라, 제발 많이 먹어라...는

나에 대한 요구와 같은 주문은 이제 귀에 못이 박히려 한다.

내 몸 어디선가 숨어 있던 인슐린이 갑자기 튀어나오는지,

그 때와 시를 알 수 없는 나로서는, 그렇다고 오르는 혈당때문에

주사를 맞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춥다고 나가지 마라, 감기 걸리면 넌 죽는다, 아니, 또 쓰러진다고

염려해주는 친구들이 있어서 감사한데, 그들을 걱정시키는터라

행복하지는 않다. 그저 미안할 따름이다.

대관절 어디까지 갈 것인지... 얼마나 더 처박힐 건지...



날마다 전화를 주는 친구가 있다.

전에는 출,퇴근길에 영어나 중국어 회화를 들었다는데,

근래는, 몇 년째 내가 진행하는 토크 방송을 애청하고 있다.

간혹 내가 입원해 있을 때면, 그 방송이 중단되어 못 듣는데,

그럴 때는 예전처럼 회화를 들으면 될텐데, 재미가 없다나...

한 번씩 그렇게 중단돼야 토크 방송의 소중함을 아는 게지... ㅎㅎ

요즘 그 친구의 퇴근길 마지막 멘트는,

"제발 뭘 좀 먹고 자!!" 이다.  어제도 그랬었다. 

대답은 "알았다!" 해놓고선, 난, 괜찮아서 그냥 잤다.



그리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난 혼미함 그 자체였다.

친구가 와서, 응급 처치(팔에 포도당이 든 링거를 꽂고,

입에는 주스를 연거푸 들이키게 하고...)를 다 한 상태였다.

혈당 체크부터 해서, 40 아래면, 지난 번처럼 구급차를 부르고,

40 이상이면 제가 처치를 하겠다고 판단했단다.

지난 번에도 40대였는데, 오늘 아침에도 그랬다고...

그런데 다행히도 지난 번과는 달리 내가 주스를 거부하지 않고

잘 받아 마시더라는 거였다.  그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지만,

안 봐도 비디오이고 안 들어도 오디오였다.



출근하던 친구가, 늘 그러듯이, 내게 연락을 했지만,

아무 답이 없어서, "응답하라, 미지!!" 를 몇 번 하다가,

오늘 달려온 내 오랜 친구에게 긴급 요청을 했고,

밤근무를 하고 집에 돌아가 잠을 청하려던 순간에 연락을 받고

그대로 달려온 거였다.  한두 번 있는 일이 아니다보니,

친구는 가방에 포도당 링거와 필요한 처지 도구들을 다 넣어서

온 것이었다.  내 집 비번을 알고 있는 유일한 존재이기도 한

그 친구는, 지금 생각하면, 마치 나를 위해 간호사가 된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만큼 내가 너무 덕을 많이 보고 있다.

그렇게 긴급 출동을 하는 일이 잦아서, 그 친구한테 '빚'을 자꾸

지는 것 같다고 했더니, 내 오랜 친구에게 연락한 멀리 있는

그 친구는, 빚이라 생각지 말고 덕을 본다고 여기라 했다.

빚이든 덕이든, 내가 진 모든 것을 하나님께서 갑절에 갑절로,

갚아주시기만을 간구하고 있다.



내가 어떤지, 날마다 아침이면 연락해주는 친구가 있고,

나의 '응답 없음'에 상황 판단을 한 친구가 연락을 하면,

달려와주는 응급 요원 친구가 있어서... 감사하다.

혼자가 되고, 내 옆에 아무도 없다고 걱정하고 불안해하던

가족들과 교회 친구들의 염려와는 달리, 하나님께서는 더욱

든든한 지킴이들을 내게 보내주셨다.

정작 나자신은, 가면 가는 거고 살면 또 살면 되는 거고...하며

허허거리고 있는데, 그런 나를 보고 웃음이 나오냐며 오히려

더 안쓰럽게 보고 있다.  그럼 어쩔 것인가, 이게 내 삶인 것을...

울어서 해결될 일이면, 몇박몇일이라도 울겠지만, 운다고 될 일인가.



응급처치를 마쳐놓고, 내 팔에서 링거 바늘을 빼준 뒤에,

친구는, "이제 간다... 뒷처리는 알아서 하도록..." 하며 웃고 갔다.

"그래, 알았다, 수고혔다!" 라며, 나도 웃으며 보냈다.

이제 우리 둘 사이에 '이 일'은 더 이상 새삼스럽지도 놀랍지도 않은,

일상사가 된 듯싶다.  그래서... 더 미안하고 서글프게 느껴지기도 한다.

사선을 넘나드는 일이, '일상사' 가 되었다니 말이다.

지금을 위해서, 지난 30년간 우리의 우정이 이어져온 걸까...싶다.

많은 친구가 아닌 단 하나의 친구를 오래도록 허락해주신 이유일까.

어쩌면 친구는, 주님이 보내주신 나의 '수호천사'인지도 모르겠다.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앉자마자 시계를 보고 했던 일이,

면역억제제를 찾아 먹은 거였다.

이미 약 복용 시간을 세 시간이나 넘긴 뒤라 서둘러 먹었다.

밥은 먹지 않아도 약은 챙겨먹어야 되는 게 내가 할 일이라...

친구가 간 뒤에, 몰려오는 잠을 못 이기고 정신없이 잤다.

잠이 깬 뒤에도 일어나지 못하고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리겠다고 씻고서, 그제서야 밥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차려서 앉는데, 다시 내 수호천사 친구가 전화를 했다.

조금 늦게 받았더니, 또 뭔 일이 난줄 알고 뛰어올 생각을 했단다.

저는 그 말을 하며 웃었지만 난 가슴이 아팠다.

"많이 묵어라!!" 며 당부하는 친구에게,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어제 오랫만에 전화한 교회의 투석하는 자매가,

"전 언니가 정말 부러워요. 진짜 좋은 친구분도 계시고,

기도해 주시는 목사님도 계시고요..." 라고 했을 때,

난 두 말 없이 인정했다. 그래,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

그럼 난, 그 자매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이 되어주어야겠지...

그 고통이 어떤지 이미 난 겪은 사람이고 너무 잘 아니까..

그리고 그럴 때 가족의 외면이 얼마나 큰 아픔이고 서러움인지도

누구보다 잘 아니까... 마음으로 다독여주고 위로해 주어야지..

그럴수록 더 하나님께 의지하고 기대라고... 일러주어야겠지.

이 땅에서는 살아가기가 조금 더 힘들어도, 그럴수록 우리는,

하늘을 바라보며 거기에 소망을 두고 이겨내야 한다고...

힘겨워도, 돌아보면 감사할 일들이 많은 게 인생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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