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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s & stories

함양 상림(최치원)공원에서

by IMmiji 2015. 7. 13.

 

 

 

 

 

 

 

 

 

지난 달 말쯤에,

여동생이 7월에 무슨 계획이 있냐고 갑자기 물었을 때,

언제나 그랬듯이, 내게는 아무 계획이 없었다.

다음 달 계획은 고사하고, 다음 주 계획도 마음대로

세워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아침에 눈을 떠서 괜찮으면

그 날은 괜찮은 상태로 뭔가를 할 수 있는 것이고,

별루면 못하는 것이라서... 미리 정하는 건 늘 힘들었다.

 

어찌될 지는 알 수 없어도, 일단 7월 둘째 주말쯤으로,

저희 가족이랑 어디 가는 것으로 약속을 했다.

받아놓은 날짜는 금방이라더니, 정말 순식간에 약속한

날이 되었고, 거짓말처럼 난 동생네랑 어딘가를 향해 

차를 타고 달리고 있었다.

그렇게 달릴 때만 해도 날씨는 더없이 맑고 뜨거웠는데...

 

본래 목적지는, 춘향골 남원이었는데,

가는 도중에 잠시 함양<첨 가봤음>에 들러,

상림(일명 최치원 공원이라고도 불린다는) 공원에서,

한 시간 남짓 산책하듯 그곳을 다녔었다.

들어갈 때는, 햇빛을 피해 그늘을 찾았었는데,

한 시간여만에 날씨는 급변해서, 공원을 나올 때 우린

비를 한 방울 맞았고, 주차장에 이를 때쯤 폭우로 변해버린

비를 가까스로 피해 차에 탈 수 있었다.

 

바로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쏟아지는 비때문에,

한 쪽에 차를 세우고 있다가 조금 기세가 꺾였을 때

그곳을 벗어날 수 있었다.

숙소에서, 뉴스를 통해, 우리가 머무는 지리산 일대가

집중호우 지역이란 걸 알았다.

상림 공원에 들어가기전에, 간단히 점심을 먹자고 해서,

가까운 식당에 들어가 다 함께 냉면을 먹었는데...

 

냉면이 문제였으면 나만 그럴 리가 없을텐데,

나혼자 배탈이 난 걸 보면, 아마도 빈 속에 매운 것이 들어가

탈을 일으킨 것 같았다. 조심을 늘 하는데도 참...

<그 전날도 친구랑 냉면을 먹었었는데, 여기서 먹은 말간

물냉면과는 달리, 거긴 물냉면에도 빨간 다대기가 어찌나

진하게 들어가 있던지... 그걸 걷어내고 먹었는데도...쩝>

좀처럼 냉면을 먹지 않는데, 몇 년만에 먹는 냉면을,

어쩌다보니, 연달아 먹게 됐다는...

 

동생은, 블로그에 올릴 거면 자기 가족들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해서 올리라는데, 그럴 거면 안 올리는 게 나을 듯하여

그냥 뺐다. 거기다 세상 누구도 건드릴 수 없다는 중 2인

조카는 사진 찍히는 걸 어찌나 거부하고 싫어하든지...

애초에, 사진을 찍고, 블로그에 여행한 이야기든, 사진이든

올리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던터라...

이렇게 생각없이 올리는 지금이... 나도 좀 쑥스럽다.

 

나 또한, 어느 순간부터 사진에 찍힌 내 모습이 너무 나이들고

보기 싫어서, 사진을 찍는 것도 찍히는 것도 싫어서...

그만둔지가... 한참이다.

여행에서 남는 건 사진 뿐이라고 철썩같이 믿는 여동생만

부지런히 찍고 찍히기를 했다는~~

게다가, 폭우까지 쏟아지는터라 사진은 더욱 더... 멀어졌다.

상림공원에서 한 시간쯤, 피어나기 시작한 연꽃을 좀 찍고,

산책길을 폰에 담은 것이 전부라는...

 

그렇게 사람이 아닌, 꽃이나 나무, 풍경을 담기 시작하면,

그게 바로 늙었다는 증거<?>라고 하는데, 맞는 듯싶다.

내가 그러고 있더라는 얘기다.

상림에서의 짧은 시간외에는, 내내 퍼붓는 비로인해,

내리는 비를 보고, 그 빗소리를 들으며 실내에서 보냈다.

여행이란, 꼭 어딘가를 가고 다니는 게 아니라,

함께 얘기하고, 먹고, 어울리는 그 자체라고 한 친구 말처럼,

처음 일박으로 가본 동생네와의 여행이... 난 나름 좋았다.

동생은, 계획하고 온 곳들을 다니지 못해 내내 아쉬워했지만...

 

그래도 그 몰아치는 비바람 속에서,

우린 광한루에 들어가 여기저기 돌아보기까지 했다.

물론, 나라면 그마저도 하지 않았겠지만,

거기까지 가서 안 볼 수 없다는 동생의 확고한 의지로... 

동생의 주문대로 우산을 포기하다시피한 제부가 사진을 찍는 바람에, 

난 난생 처음 우산 받쳐들고 비바람 속에서 포즈도 취했었다.

차에서 내릴 때, 사진은 생각조차 않고, 가방을 그대로 둔 채

내렸기 때문에, 멋진 광한루의 풍경은 담지 못했다.

언제가 될지 몰라도, 비오지 않는 날, 날씨 좋은 때에,

다시 가서 그 아름다운 비경을 담아보고 싶긴 하다.

 

생각지 않은 여행을 하게 되어서,

동생 식구들이랑 처음으로 일박하는 여행의 기회를 가져서,

난 좋았고, 그런 소중한 시간을 가지게 되어 감사했다.

가지 않으면, 한 번도 못해본 일박의 여행 기회를 놓칠까봐,

용기를 냈는데, 이게 마지막이 아니라 시작이기를 바랄 뿐이다.

오랫만에, 어디 다녀온 이야기를 쓰고, 사진을 올리니까,

기분이 너무 이상하고, 어색하기도 하고... 여튼, 그렇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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