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거치대가 뭔지 난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다.
사용할 일이 없었는데다가, 워낙 정보에 늦다보니...
처음 위에 있는 삼발이 거치대를 본 것이,
지난 가을이었던 것 같다.
정기 검진일에 병원에 갔다가,
담당 선생님의 책상 위에 놓여 있는 걸 봤었다.
나란히 놓여있던 컴퓨터 모니터 옆에서 희한한 물체를 보며,
대관절 저건 뭣에 쓰는 물건일까...싶었다.
그 다음 정기 검진일에 가서야 그 용도를 알게 됐었다.
벌어진 손 모양 위에 선생님의 휴대폰이 놓여 있었던 거다.
아하, 저것이 저렇게 쓰이는구나...했었다.
보면 볼수록 신기하면서도 내 눈엔 더없이 웃겼다.
그러다 최근에 가끔씩 영상 통화를 걸어오는 친구 때문에,
그리고 제대로 세워지지 않는 폰으로 인해,
나도 그 폰 거치대라는 게 필요해졌다.
책을 뒤에 받치고 세워보기도 했고, 큰 머그에 꽂아보기도 했지만,
제대로 서 있지를 않는 거였다.
그럴수록 선생님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삼발이 거치대가 생각났다.
휴대폰 액세서리를 파는 곳에 가면 있을 줄 알고
한 번 작정하고 시내 중심가에 가봤었지만... 그런 건 없었다.
몇 군데를 가봐도, 그냥 세워놓고 집는 것들은 있었지만,
모양도 종류도 몇 가지 되지 않았고, 뭣보다 비쌌다.
그래도 절충을 해서, 하나 장만해 왔는데,
요즘 폰들이 제법 무게가 나가는 관계로 거치대는,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쩝.
책이나 머그보다...는 그나마 낫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사용했다.
그런데 오늘, 병원에 가서 진료실에 들어가 자리에 앉는데,
바로 내 눈 앞에 그 거치대가 놓여 있는 것이었다!
걔는 늘 안쪽에, 선생님 왼편에 놓여 있었는데 말이다.
오늘은, 환자들이 들어가면 앉는 쪽, 선생님 오른편에 있었다.
어쩐 일로 걔가 거기 있는지 알 순 없었지만 여튼, 거기 놓여있었다.
선생님께서 내 검사 결과를 보시느라 비슴듬히 몸을 돌려
두 개의 모니터를 향해 계실 때,
내 앞에 놓인 삼발이 거치대를 살짝 만져봤다.
불과 1초도 안 걸렸을 동안에 스치듯 건드려봤을 뿐인데,
다시 자세를 바로 하신 선생님께서 그 거치대를 집어 내게 건네시는 거였다.
헉, 선생님은 뒤에도 눈이 있으신 게 분명혀... 내심 놀라며,
"이 거... 저 하라구요?" 했더니,
그렇다는 의미로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이셨다.
"제 마음을 어찌 아시고... ㅎㅎ"하며 웃었더니,
선생님께서도 말없이 입꼬리를 올리셨다.
"제가 이게 마음에 들어 진작부터 구하러 다녔는데,
이런 게 없더라구요... 정말 감사합니다~~"
쉰을 바라보는 아줌마가, 그깟 거치대 하나에 아이처럼 좋아하니,
선생님은 마냥 우습게만 보이셨는지, 결국 웃음을 터뜨리셨다.
어디서든지 쉽게 구할 수 있는 거라고 해도,
그걸 선생님께서 주셨다는 것에 기뻐하고 감사할텐데,
구할 수 없다는 것에 그 기쁨과 감사는 배가 되었다.
친구는 인터넷 쇼핑에 들어가면 구할 수 있다고 했지만,
난 한 번도 인터넷으로 뭘 사본 적이 없었고 살 생각이 없다.
내 짐작대로, 저 삼발이 거치대는,
제약회사에서 선생님께 갖다 드린 거였다.
거치대 중앙에 선전하는 약 이름이 적혀 있다.
정기 검진 때마다 절로 눈길이 가서 눈도장을 찍긴 했지만,
나도 저런 걸 하나 장만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게 다였다.
하긴, 거치대를 사러 같이 다녔었던 친구와
며칠 전에 커피를 마시며, 그 거치대<선생님께 있는> 얘길 하다가,
선생님께 주시면 안되겠냐고 하면 너무 주책스러울까... 했더니,
친구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어때서? 말씀드려 보라~는 거였다.
그래도 어떻게 그러냐...며 웃고 말았는데,
그것이 지금 내 책상 위에 보란듯이 세워져 있다는~~~ ^^
스탠드랑 마치 세트인 것처럼,
하얀색 두 물체가 사이좋게 놓여 있다.
그래, 넌... 내 꺼...야, 결국 내 것이 될 운명<?>이었던 겨.
내 것이 될 것은, 시간이 걸릴 뿐... 나한테 오는 모양이다.
그게 물건이든 사람이든 혹은 상황이든... 결국은...말이다. ㅎㅎ
진료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명절 잘 보내시라는 인사와 함께 다신 한 번 더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렸다, 삼발이를 흔들면서~~ ㅋ
그리고 선생님과 난 같이 소리내어 웃었다.
그게 무엇이든, 사람이 원하는 걸 가지면 그저 좋은가 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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