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해서 나흘째 되던 날인가,
그 전 주에 가기로 했던 사랑방 가을 나들이를 가지 못했다고,
나한테, 갈 수 있겠냐고, 집 앞으로 태우러 오겠다고,
그리고 집 앞에까지 태워다 주겠다고,
차만 타고 다닐 건데, 가서 맛있는 것도 먹으면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겠냐...고 해서, '그러겠다' 대답했었다.
집에 와서, 내내 집 안에서만 지내고,
별로 움직이는 일이 없다보니,
실제적인 내 상태가 어떤지 제대로 파악을 하지 못했다.
마음으로는, 충분히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해서 별 생각없이, '갈 수 있다'고 자신있게 대답했었다.
오랫만에, 얼굴에 화장도 좀 하고, 옷도 챙겨 입고서...
집 앞에 도착했다...는 전화를 받고 집을 나섰댔다.
그 주가, 단풍이 절정이라고 해서,
더 늦으면 단풍 구경도 못한 채 가을을 보낸다고 해서,
무릴 해서 갔었는데, 막상 가보니, 단풍이 들긴 했는데,
아직 '절정'은 아니었다.
차를 타니, 전에 없이 '멀미'가 나는 게 그리 썩 좋은 상태는
아닌 듯했지만, 그래도 모처럼 바람을 쐬니 좋았다.
발을 딛고 걸음을 걸으니 스스로가 느끼기에도
비틀거리는 듯해서, 내내 차에만 있었다.
잠깐 차를 세웠을 때, 따라 내려서 도로의 모습을 한 컷 담았었다.
사랑방에서 어딜 가면, 주로 폰카를 들고 찍는 건 나였는데,
컨디션이 그렇다보니, 그 날은 겨우 도로에서 한 컷 담고서,
사랑방 목자께서 우리 모습을 몇 번 찍어주셨다.
투석하는 자매가 빠지고, 사진 찍느라 목자께서 빠지셔서,
나머지 네 사람만 사진 속에 담겼다.
그 날 우리가 간 식당 입구에 나무 그네가 있어서,
맛있게 음식을 먹고 나와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자매들이랑 거기에 앉아 봤었다.
날씨도 더없이 좋고, 평일이라 사람도 많지 않아서,
나들이 하기에는 딱 좋은 날이었다.
그렇게 사랑방에서 가지 않으면 따로 어딜 가기가
그리 쉽지 않은터라... 다들 모처럼 바람을 잘 쐬었다고 좋아했다.
덕분에, 나도 나들이 다녀와서 기력이 많이 보충된 듯했다.
오는 길에, 목자께서 화훼 농원에 들러,
예쁜 꽃이 핀 작은 화분을 우리한테 하나씩 선물로 주셨다.
같이 갔던 친구가 자신의 것도 내게 주어서,
받아 온 두 화분의 꽃들이 요즘 사랑스럽게 잘 자라고 있다.
꽃을 볼 때마다 그 날이 생각난다.
그 사이 비도 내렸고, 기온도 제법 떨어지고 해서,
아마도 지금이 단풍은 절정일 듯싶다.
하지만, 그 햇살 포근했던 날의 나들이가 우리한테는,
적어도 나한테는 제일 좋은 시기였던 것 같다.
이제사 몇 장 담은 모습을 올리고보니,
새삼 그 때가 떠오르고 즐거운 기억으로 가슴이 따사로와진다.
퇴원한지 며칠되지 않아 여전히 부기가 남아 있었지만,
다들 내 얼굴이 통통하게 보여서 좋아보인다...고 했다.
그 통통함은 이제 사라지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갔지만,
불필요한 수분이 빠져서 몸이 느끼기엔 훨씬 낫다 지금이...
아무튼, 이 가을에, 잠깐이나마 함께 나들이를 하고 와서,
가을을 보내기가 덜 아쉽고 덜 섭섭한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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