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식 두 해를 지내는 동안,
몇 번인가 감기 증상이 오면서 결국 잡혔구나...싶어
불안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든 적이 있었다.
면역을 억제함으로써 내 안에 들어온 바이러스든 세균이든
제대로 몸이 감지를 못하고 다 받아들이는 탓에,
별 것도 아닌 걸로 큰 고생을 할 수 있는 게 현재의 내 몸이었다.
그런데도 희한할 정도로 그 다음날이 되면,
나를 불안케 했던 그 증상들이 사라지고 평소처럼 돌아가곤 했었다.
참으로 신기할 노릇이었다.
그런 증상들이 생기면 예외없이 다음날부터 중환자 모드가 되었으니까.
헌데 이번엔, 그냥 목소리만 이상해졌었다.
다른 데는 별다른 증상없이 목소리만 내 것이 아니었다.
대게는 겪을 거 다 겪고난 뒤에 오는 증상이 그 목소리 이상과
마침내는 목소리를 잃어버리는 일이 수순이었다.
헌데 이번엔 모든 것이 반대였다.
소리부터 이상해지고 어제 아침엔 아예 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그러다 밤새 종합 감기 세트를 다 들이붓듯 했었다.
머리 아프고, 열나고, 식은땀나고, 침을 살킬 수 없을 정도로 목이 아프고
그러다 기침이... 제일 먼저 시작해서 제일 마지막까지 나를 괴롭히는
그 기침이 터지면서,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파왔다.
예전에도 이런 증상이 있었을 때, 담당 선생님께서 가까운 병원에 가서
X-ray를 찍어보고, 폐렴이라고 하면 바로 응급실로 달려오고,
아니면 가까운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라고 하셨었다.
해서 밤새 아프고 잠 못자고를 했더니 기력이 바닥이었고,
힘들어서 이리 누웠다 저리 누웠다를 하다가 병원이 문을 여는 시간에 가서
의사한테 증상을 얘기하고 X-ray를 찍었다.
월요일이라 대기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다행히 사진상으로는 별 문제가 없다면서 약을 처방해 주었다.
처방받은 약을 들고 가정의학과에 가서 사진 찍은 얘기를 하고,
처방받은 약들을 보여줬더니, 증상에 대한 것만 있고 항생제나
위장약이 없다면서, 아마도 바이러스성 감기로 보는가 보다...했다.
오늘도 여의사는 내게 링거를 맞으라고 했다.
항생제를 넣은 링거라기보다는 영양제를 넣은 링거라고 난 생각한다.
겉으로 내가 그렇게 힘이 없어보이는지...
제대로 자지 못한 증상이 링거를 두 시간 남짓 맞는 동안 이어졌고,
침대에 눕지 않고 바깥 소파에 앉아서 링거를 맞던 나는,
졸음을 쫓아보겠다고 링거 바늘을 꽂지 않은 왼손으로 폰을 들고
혼자서 오랫만에, 정말 오랫만에 셀카를 찍어봤다.
뭔가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시간은 왜그리 길게만 느껴지는지...
귀에는 첨부터 이어폰을 꽂고 내내 음악을 들었다.
그렇게 음악을 듣지 못했더라면 정말 길고도 긴 두 시간이 될 뻔했다.
약의 대부분이 나를 잠재우려는 강한 약들이라고 여의사가 일러줬는데,
그 말처럼 내내 머리가 멍하니, 내가 뭘 하는가...를 되묻곤 했다.
두 시간 정도에서 링거가 끝나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폰으로
셀카 놀이를 얼마나 해댔을지 모르겠다.
물론 내가 그럴 수 있었던 건, 오늘 따라 가정의학과엔
들어오는 환자가 없었고, 너무도 한산했기 때문이었다.
하여 이런 주책도 나름 부릴 수 있었던 거라고나 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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