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과 여름의 마지막 날은,
교회에서 친구들과 오랫만에 같이 점심을 먹고,
교회 내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며 보냈었다.
오랜 동안 예배 방학에 들어간 사랑방 친구가,
마침내 방학을 끝내고 새롭게 학기를 시작하겠다고,
함께 수강해 줄 것을 부탁한 이는 어쩌다보니 '나'였다.
나보다 좀 더 편한 이들에게 전화를 해봤으나,
아무도 받지를 않아서 마지막으로 한 이가 나였고,
교회 갈 준비를 하던 내가 그 전화를 받은 것으로,
방황하던 나이든<?>양을 예배의 자리로 인도하게 되는
기회를 뜻하지 않게 갖게 된 것이었다.
오랫만에 예배에 참석한 것이 감격스러워서라고,
목사님의 설교가 회개를 불러일으킬만큼 은혜스러워서라고,
아니면 하다못해 파송 찬송을 부를 때 나 역시도 눈물을 훔쳤던만큼
그 친구도 새삼 하나님의 사랑에 목이 매여서라고...하고 싶지만,
자신이 그동안 겪어왔던 마음 고생이 다시금 고개를 들면서,
자기연민에 울컥해진 그 친구는 예배를 마치자마자 눈물을 쏟았다.
그 눈물의 연유를 들으며, 내 입장에서야 달리 할 말이 없었지만,
그래도 그 친구로서는 너무나 힘들었기에, 그렇겠거니...하고 등을 토닥여줬다.
사람마다 느끼는 고통의 강도가 다른 법이고,
어떤 이에게는 별 거 아닌 게 어떤 이에게는 죽을만치
힘겨운 무게가 될 수 있는 게 마음의 고통이니까...
내 기준으로 결코 판단하고 단정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그저 그의 눈물을 닦아주고, 말없이 등을 다독여줄 뿐이었다.
교회 친구들이 한 번씩 그런 힘겨움을 호소하며 눈물을 쏟을 때마다
그들의 그 힘겨움이 내게 전이가 되어서인지,
듣고 오는 날이면,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서 내가 다 병이날 것 같다.
거기다가 나는 나대로 감당해야 하는 삶과 고통의 무게가 있어서
그것과 씨름을 하다보니, 몸도 마음도 지쳐서 8월의 마지막 밤은,
여름을 보내는 끝 날은, 아무 생각도 못하고 쓰러지듯 잠들고 말았다.
그렇게 잠든 걸 다행이라 여기며 감사하고 있다.
아니었으면, 나 자신의 문제에 갇혀 공연히 고민하고 힘들어하다
여름을, 8월을 마감하고 말았을테니까 말이다.
아침에 눈을 뜨니, 9월의 새 날이 어렴풋이 밝아오고 있었다.
한 두번 중간에 깨기는 했지만, 그래도 숙면을 취한 듯,
머리가 맑고 가벼워서 일어나 앉았다.
새벽의 고요에 귀를 기울이며, 잠시 나의 그분과 대화를 나누고,
이 가을에도 변함없이 나를 잘 감당해 주십사고 부탁<?>을 드렸다.
어느 때보다 이 가을을 아름답게 잘 살고 싶고,
단 한 순간도 허투루 보내지 않게 해주시기를 간구했다.
내 기분이나 상태에 상관없이,
이 가을의 첫 날을 잘 시작하고 싶어서,
아침 일찍부터, 대청소를 시작했다.
쓸고 닦고 정리해서 과감히 버릴 건 버리고...
처지도록 내버려두면, 이 몸과 마음은 한없이 바닥을 쓸고 다닌다.
아니, 아예 바닥과 한 몸이 되어 떨어질 줄을 모른다.
그럴수록 더 움직이고, 뭔가 일을 만들고, 어울려야... 벗어날 수 있다.
나의 9월을, 가을을, 무겁게 시작하고 싶지 않았다.
끊임없이 빠지는데도 불구하고,
내 머리에 머리카락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사실이
더없이 신기하고 놀랍기만 하다.
게중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빠지지 않고 남아 조금씩 길이를
더하는 희한한 머리카락도 있어서 점점 너불대고 있다.
보기에 참... 딱해서, 낮에 미장원에 가서 말끔히 정리를 했다.
지붕 개량도 하고, 거처 정리도 하고, 따사로운 가을 햇살에
건조대 가득히 빨래도 해서 보송하게 말리고 했더니...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 스스로를 칭찬해 주었다~~^^
지인들에게 아름다운 9월, 행복한 가을이 되기를 바란다고
예쁜 그림과 함께 보내주었더니 고맙다고,
나한테도 축복의 말들을 메아리로 보내주었다.
인생 뭐 별 거 있나, 먼저 건네고 먼저 축복하면 되는 거지...
누군가 나의 마음씀에 즐거워하고 작은 행복을 맛본다면,
그럼 된 거지... 뭘 더 바라겠는가?
어차피 인생은 덕을 보는 것도 손해를 보는 것도 없이,
그저 zerosum 인 것을 뭐하러 따지냐고...
내가 보낸 가을 인사에 받은 멋있는 답이다.
여기 오신 모든 블친님들께 나도 이 말로 축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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