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 함께 Y~~에서 수업을 듣던 언니가,
다음 날인 주말에 창원에 볼 일이 있어 가는데,
바람도 쐴겸 같이 가겠냐고 해서 그러겠다~ 했다.
언니의 고 3 아들이 태어나기전에 도서관 영어 강좌에서 만나
지금까지 알고 지낸, 그리고 내가 이식을 받을 수 있도록,
그 첫 테입을 끊어준 고마운 언니라 내겐 누구보다 특별하다.
그런데도 같이 어딘가를 가보기는 20년만에 처음이었다.
언니나 나나 나서기 싫어하고, 있는 듯 없는 듯 자기 자리나
지키려는, 좋게 말하면 무던하고 좀 덜 좋게 말하면 소심한...
그런 성격들이라 둘이는 얘기가 잘 통하고 이해도 수월하다.
몇 년의 나이 차이는, 이제 별 의미가 없어진터라,
가고 오는 내내 둘이서 수다 삼매경에 젖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늘 대해오던 사람도 그렇게 둘이서 어딘가를 가보게 되면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고 새로운 점도 발견하게 되는 듯하다.
그냥 볼 일이 있어 가는 언니를 따라 모처럼 드라이브나 한다...는
생각이나 하고 나섰던 나는, 볼 일을 보는 곳 주변에 가볼 만한 장소가
있는지를 미리 알아보고 그리로 나를 데려가고자 신경을 쓴 줄은
미처 몰랐었다. 그걸 알고나서 얼마나 고마운 마음이 들든지...
말로만 듣던 '주남 저수지'를 그렇게 해서 가게 되었다.
네비게이션의 지시만 따라 가다가 한참 길을 잘못 들어서
되돌아 나오느라 본의아니게 정말 드라이브를 원없이 하게 됐었다.
그만큼 우리들의 수다는 더 길어졌고~~^^
그때까지 구름으로 덮여있던 하늘이 우리가 차에서 내려
산책로에 발을 디디는 순간 하늘이 열리듯 빛이 비쳤다.
빛이 비쳐서 환해진 건 좋았으나 문제는 그 빛이 갖고 있는 열이었다.
모자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목덜미가 화끈거렸다.
군데 군데 안을 들여다보도록 네모 창을 뚫어놓고 있었지만
넓은 저수지를 살피기에는 뭔가 부족하고 아쉬웠다.
사람의 키만큼 웃자란 '피<벼과에 속하는 일년생초>'가 온통
저수지를 둘러싸고 있어서 산책로에선 안을 볼 수가 없었다.
철새들이 저수지를 찾아오는 건 아마도 가을, 것도 늦가을이나
초겨울인 듯하고, 그때쯤이면 그 '피'들도 옆으로 누워서
저수지 안이 절로 다 들여다보일 것 같았다.
저수지는 철새들이 오는 그 계절에 가야 제격일 듯싶었다.
저수지 산책로가 좋긴 했지만 편하게 걷기엔 아직 이른 듯했다.
반 시간쯤 걷다가 전망대가 있는 2층 건물이 있어서 더위를 피하듯
거기 들어가 내려다보니 저수지가 훤히 다 드러났다.
폰카로 거기서 몇 장 저수지와 주변 모습을 담아봤다는~~
쉰이 넘으면서, 언니는 자신의 늙어가는 모습을 찍히기 싫어해서
굳이 찍어주겠다고 강권하지 않는다.
지나가는 사람들이라도 있었으면 함께 찍어달라고 부탁이라도 했을텐데...
생각지 않게 간 주남 저수지였지만... 좋았다.
나중에, 가을이 좀 깊어지면, 아저씨하고 꼭 같이 와서
산책로를 걸어보라고 했더니,
에휴, 그럴려고 하냐...면서 언니는 조용히 웃었다.
어쩔 수 없이, 전망대 건물 안에서 유리창 저편을 향해,
여기 저기 풍경을 담아봤지만, 내 마음에 드는 풍경만 올렸다.
나중에 '피'들이 옆으로 누워서 저수지 풍경이 제대로 시야에 들어오면
좀 더 가까이에서 그 모습을 '철새들'과 함께 담고 싶단 생각을 했다.
그럴 날이 올지 모르겠지만 마음은 그랬다.
늘 같은 장소에만 머물러 있는 듯한 나를 배려해 준 언니 덕분에,
넓은 저수지에 가서 그 풍경도 눈과 마음에 담아보고... 즐거웠다.
그래서 '예기치 않은' 일은 종종 삶의 활력소가 되는 것 같다.
가기전보다 다녀온 뒤에 그만큼 내 안이 넓어지고 여유로워졌노라고
감히 단언할 수 있는 것도, 새로운 시간과 풍경이 담겨졌기 때문이 아닐는지...
같은 풍경을 조금 더 당겨서 크게 올렸다.
그래서 같은 모습이 연이어 있다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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