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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이야기

모자 이야기

by IMmiji 2014. 8. 5.

 

 

 

 

 

 

 

 

 

 

 

 

 

 

 

어제 시장에 바지를 바꾸러 갔다가 나오는 길에,

크림색 실로 뜬 모자가 예쁘게 걸려 있길래 가격을 물었더니,

가게 여자가 바로 그 모자를 내려서는,

생각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을 부르며 다짜고짜로 내 머리에 씌웠다.

모자 자체는 고급스럽고 좋았다.

그런데 내 머리에 작았고, 쓰고보니 그다지 편하질 않았다.

그리고 잘 어울리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 여자는 그저 팔아치우겠다는 일념 하에,

나한테 정말 잘 어울린다고,

원래 모자는 이렇게 머리에 푹 눌러 쓰는 게 아니라

얹은 듯이 가볍게 쓰는 거라고... 되도 않는 말을 해댔다.

왜 그렇게 저렴한 가격에 내놓았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나는 벗어서 도로 건네 주었다.

모자는 이쁘지만 나한테는 맞지 않다고, 잘 써봤다고 하고는 나왔다.

아무리 돈이 중요하고, 팔고자는 마음에서 그런 줄은 알겠지만,

거기서 그리고 장사를 그 날로 접을 게 아니라면,

그런 식으로 양심에 어긋나게 물건을 팔아서는 안되는 거였다.

내가 이 나이를 허투루 먹은 줄 아나보다.

그저 잘 어울리고 예쁘다...는 말에 사는 철부지인 줄 아는지.

나한테 맞는지 안 맞는지는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안다.

돌아서면서 씁쓸한 웃음을 지었댔다.

 

 

그런 것처럼, 난 내게 뭐라고 하는 말에,

그 말이 진정 나를 위한 말인지, 내 삶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를,

그냥 인사치레로 하는 것인지 듣기 좋으라고 하는 것인지도,

이제는 어느 정도 분별할 줄 알고 예스와 노우를 확실하게 할 줄도 안다.

하루 이틀 살고 말 일도 아니고, 남은 시간이 적을수록 더 후회없이

제대로 살고자는 마음이 강하고 깊게 자릴 잡으니까.

그래서 나이들수록 더 솔직하고 정직한 말을 하고자 애쓰고,

진실된 모습으로 살고자 하는 게 제 2의 본능처럼 된 듯하다.

그래야만 될 것 같아서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그러고 싶기 때문이다.

 

 

그렇게 할 자유도 있고 그렇게 하지 않을 자유도 내게 있듯이,

나는 내게 있는 그 나만의 자유를 제대로 누리기를 원한다.

그러는 것이 진정한 자유이고 나의 자존감을 지키는 거라고 생각한다.

질병이나 가난이나 관계의 어려움...처럼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건 몰라도

내 의지로 노력으로 어찌할 수 있는 일은 되도록이면 '옳게' 하고프다.

당장의 이익에 눈이 어두워서 양심에 어긋난 일을 한 그 여자처럼,

지금 외롭고 힘들다고, 그런 척 아닌 척... 해댈 수는 없다.

그 여자도 자신의 행동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거다.

내가 옳지 않은 행동을 하는 건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굶어보지 않아서 그런 자존심 운운한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굶어 죽더라도, 양심을 저버리고 옳지 않다는 걸 알면서

뭔가를 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고,

사흘을 굶으면 나 역시도 어떤 다른 소리를 하고,

다른 짓을 할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지금까지의 나는 그렇다.

그리고 끝까지 그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 오늘 쓴 일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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