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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이야기

같이 가자~

by IMmiji 2014. 5. 21.

 

 

 

 

지난 화요일에 사랑방 모임을 마치고

언덕을 내려와 버스 정류장에 도착해서,

같은 방향인 자매랑 십 분쯤 기다려 버스를 탔는데,

마침 하교 시간이라 버스 안이 학생들로 붐볐었다.

 

어쩔 수 없이 앞쪽에 섰는데,

갑자기 내 앞에 앉아 있던 여학생이 일어서는 거였다.

내릴 때가 되어 그런가 보다며 옆으로 비켜섰는데,

내리지 않고 반대쪽에 가서 서 있는 거였다.

 

생각지 않은 상황에 난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러자 친구가 나더러 '앉으라고 비켜준 모양'이라며

억지로 의자에 나를 주저앉히는 것이었다.

앉혀져서 난 아무 말도 못하고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갑작스런 상황에 내 안은 복잡하고 심란해졌다.

자리를 비켜주는 것만 해왔던 내가 누군가에게 자리를

양보 받아보기는 난생 처음이라 당황스럽고 민망했다.

그건 내가 이제 '노(약)자'라는 의미였으니까...

 

친구는 그런 내 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아줌마와 아가씨의 차이점에 대해서 열심히 나열했다.

아줌마는 챙모자를 쓰고 아가씨는 테가 있는 모자를 쓰고,

아줌마는 자리가 나면 달려가 앉고 아가씨는 앉지 않고...

 

친구가 주절대는 차이점에 난 하나도 해당되는 게 없는데,

자리는 친구가 아닌 내가 양보를 받았다.

내가 더 나이들어 보여서, 그 여학생이 그렇게 벌떡 일어섰을까.

하긴 늦어도 내 나이면 그 여학생쯤의 아이가 있었을테지...

 

그래도 내가 할머니도 아닌데, 아줌마한테 무슨 양보를 하나.

정작 몇 정거장 가지 않아서 내 앞에 할머니같은 아줌마가

섰는데도 난 일어나 자릴 양보하지 못했다.

당황스런 기분이 나로하여금 일어서지 못하도록 하고 있었다.

 

내가 그 얘기를 했더니, 기도모임을 같이 하는 친구가,

예전에 자기 엄마랑 버스를 탔는데, 어떤 여학생이 엄마한테

여기 앉으세요, 할머니...하는 소리가 그렇게 충격적이었다고 했다.

아직도 그 생각을 하면, 속에서 뭔가가 치밀어 오른다나.

 

엄마한테 한 소리도 그런데 본인이 직접 그런 대우를 받으면,

어떤 기분일지 짐작이나 가느냐고 했더니, 그래, 그렇겠다...며 웃었다.

넌 웃지만, 난 정말 심각했다?고 했더니, 더 크게 웃는 거였다.

이젠 나도... 어느새 그 대열에, 나이듦이 드러나는 대열에 속하나보다.

 

이러다 어느 날 갑자기, 친구 엄마처럼, 여기 앉으세요, 할머니...하는

소리를 들으면, 정말 충격일 듯싶다.

충격까지는 아니더라도, 선뜻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 같다.

나이듦이, 몸과 마음이 비슷하게 진행되면 좋은데, 그게 안되니 참...

 

어떤 심리학자가, 아니, 정신가 의사였던가, 여튼, 비슷하게 가야지,

행복감을 많이 느낀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너무 차이가 많이 나게 진행이 되면, 우울해지고 불행을 느낀단다.

마음을 몸에 맞춰 가는 건, 몸을 마음에 맞추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울 듯하다.

 

그래서 여자들이, 어떻게든 덜 늙게 보이려고, 몸을, 얼굴을 열심히

리모델링하고, 좋다는 건 그렇게들 찾는 모양이다.

나도 여력이 되었으면 그랬을려나... 모르겠다.

힘들어도, 내 마음을 몸에 맞추도록, 노화를 시켜야 하는 건가... 쩝.

 

남은 길... 같이 가자, 마음아~~ 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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