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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이야기

숙 제

by IMmiji 2014. 5. 12.

 

 

 

 

 

 

 

        이 필체를 보니, 오래전에 주고 받던 편지 친구들이 생각난다. ^^

        무슨 암호 해독하듯이, 편지지가 뚫어질듯이 쳐다보며 무슨 뜻인지를

        알려했던 그 시절이...  이젠 아련한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걸 보니,

        나도 나이를 먹긴 먹었나보다. ㅎㅎ

 

 

 

 

 

내가 니 애비<App.>다!! 는 광고가 나온지 백 만년쯤

지난 이제서야, 것두 친구의 도움으로 겨우 Daum app.을

폰에다 깔고서, 일일이 컴을 켜지 않고서도 블방 상황과

메일을 실시간으로 받게 된지라...

요즘 그 편리함을 한껏 맛보고 있다.

덕분에, 컴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졌지만 폰과는 그만큼 더

가까워진 사이가 되었다. ㅎㅎ

 

내 블방을 둘러본 뒤 잠시 블친들의 방을 순회<?>하고서,

크게 할 것이 없던터라 오늘은 일찌감치 컴 앞에서 일어났다.

폰으로 설교 한 편 들으며 점심을 느긋하게 먹고서,

소설처럼 쉽게 쓰인 표준 새번역 성경을 들고 독서(^^)를 했다.

나처럼 바쁘지 않은 존재도 없을 것 같은데 새삼 그런 여유에

혼자 어이가 없어 웃었다. 대관절 뭘 하길래~~

 

그러고보니, 내일은 교회 사랑방 모임이 있고,

글피에는 기도 모임이 있고, 그 다음날에는 Y~~ 수업이 있다.

그런 것들만으로는 바쁘지 않은데, 그 사이 사이에 병원 볼 일이 있어

괜시리 바쁘게 느껴지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저한 소비성 존재라 그런지,

나의 바쁨이 바쁨처럼 느껴지지 않는 건 공연한 자격지심일까...

 

밤근무 들어간다며 오랜 친구가 전화를 했다.

"뭐하냐?"는 친구의 물음에, 머쓱한 웃음을 터뜨리며,

"숙제한다" 했더니, "뭔 숙제?" 하고 되물었다.

우리 선생님이 드디어 이번 주부터 작문 숙제를 내주셨다~ 는 내 대답에,

이젠 시간이 돼도 수업에는 못 나가겠다~~며 친구가 웃었다.

근무 시간이 빌 때면 친구도 한 번씩 수업에 참석했었다.

친구 뿐아니라 학원에서, 집에서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선생님<언니>들도 '작문 숙제' 앞에 다들 움츠러들었다.

 

언니들과 달리 웃고 있는 내게, 학원하는 언니가,

미지씨야 이건 뭐 일도 아니지!!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일이 아닌 건 아니지만, 말보다야 수월한 건 사실이니까. ㅎㅎ

내가 Y~~에 나간 건, 듣기와 말하기가 안되어서...였다,

편지하느라 쓰기만 했지, 누구랑 말할 일이 없었다.

나랑 편지를 주고받아 온 외국인 친구들이 어느 날 갑자기 집으로

전화를 했을 때, 나의 듣고 말하기 실력에 그들은 엄청 놀랐었다.

심지어 터어키에서 기자한다는 친구는, '실망했다'고까지 했었다.

나도 내가 그렇게까지 못 알아듣고 말을 더듬거릴 줄 몰랐던터라,

나자신도 충격이었다.

 

Y~~에서, 비록 일주일에 한 번 두 시간이었지만,

일 년 반이 지난 지금은 그래도 조금은 자신감이 붙어서 재미를 느낀다.

여튼, 질문 다섯 가지 중에 하나를 골라서,

최소 5줄 이상<물론 긴 한 줄로~>의 작문을 해오기...가 숙제였다.

내가 글을 쓰듯이 말을 했으면, 하긴 그랬으면, 편지 친구들도

그렇게까지 놀라지는 않았을테지... 쩝.

어쩌면 편지 대필 의혹까지 가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ㅋㅋ 

 

매 주 예습 차원에서 모르는 단어 한 번 살펴보고,

문장 한 번 정도 읽어가는 거야 늘 해왔지만,

'숙제'라는 명목으로 뭔가를 해가기는 처음이었다.

얼마만인가 싶다. '숙제'를 해보는 것이...

숙제를 하는 것이 이렇게 재밌기는 난생 처음이 아닌가 싶다.

마치 영어 작문을 처음 해보는 것처럼 말이다.

아침에도 편지 한 통 썼었는데... 그거랑 숙제는 다른 모양이다. ^^

 

국어를 잘 하는 사람이 다른 외국어도 잘 한다 하고,

편지나 일기를 잘 쓰는 사람이 대체로 작문도 잘 한다는 소릴 들었다.

내 경우는, 잘 한다기 보다는, 많이 써본 덕분에 연습이 된 거고~~

말을 글자로 옮기는 게 작문이라고 여겼었는데,

말은 잘 해도 글은 잘 쓰지 못하는 걸 보면 그렇지는 않은 듯하다.

영어로 편지쓰기가 어렵대서, 같이 공부하는 두 언니한테, 

그럼 나한테 우리말로 편지를 써보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우리말 편지도 역시나 글은 서툴렀다.

언니들은 그냥 잘 하는 '대화'로 승부를 보시라고 해야 될 섶싶다. ㅎㅎ

 

 

겨울 지나고, 이젠 봄도 다 지나갔는지,

올들어 처음으로 답답하고 후텁지근한 느낌에 창문을 열어놓았었다.

불어들어오는 바람이 시원한 걸 보니... 여름인가 보다~~ ^^

그리고 오늘따라 내가 참 심심하긴 한 모양이다.

이런 이야기를 굳이 쓰고 있는 걸 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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