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필체를 보니, 오래전에 주고 받던 편지 친구들이 생각난다. ^^
무슨 암호 해독하듯이, 편지지가 뚫어질듯이 쳐다보며 무슨 뜻인지를
알려했던 그 시절이... 이젠 아련한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걸 보니,
나도 나이를 먹긴 먹었나보다. ㅎㅎ
내가 니 애비<App.>다!! 는 광고가 나온지 백 만년쯤
지난 이제서야, 것두 친구의 도움으로 겨우 Daum app.을
폰에다 깔고서, 일일이 컴을 켜지 않고서도 블방 상황과
메일을 실시간으로 받게 된지라...
요즘 그 편리함을 한껏 맛보고 있다.
덕분에, 컴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졌지만 폰과는 그만큼 더
가까워진 사이가 되었다. ㅎㅎ
내 블방을 둘러본 뒤 잠시 블친들의 방을 순회<?>하고서,
크게 할 것이 없던터라 오늘은 일찌감치 컴 앞에서 일어났다.
폰으로 설교 한 편 들으며 점심을 느긋하게 먹고서,
소설처럼 쉽게 쓰인 표준 새번역 성경을 들고 독서(^^)를 했다.
나처럼 바쁘지 않은 존재도 없을 것 같은데 새삼 그런 여유에
혼자 어이가 없어 웃었다. 대관절 뭘 하길래~~
그러고보니, 내일은 교회 사랑방 모임이 있고,
글피에는 기도 모임이 있고, 그 다음날에는 Y~~ 수업이 있다.
그런 것들만으로는 바쁘지 않은데, 그 사이 사이에 병원 볼 일이 있어
괜시리 바쁘게 느껴지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저한 소비성 존재라 그런지,
나의 바쁨이 바쁨처럼 느껴지지 않는 건 공연한 자격지심일까...
밤근무 들어간다며 오랜 친구가 전화를 했다.
"뭐하냐?"는 친구의 물음에, 머쓱한 웃음을 터뜨리며,
"숙제한다" 했더니, "뭔 숙제?" 하고 되물었다.
우리 선생님이 드디어 이번 주부터 작문 숙제를 내주셨다~ 는 내 대답에,
이젠 시간이 돼도 수업에는 못 나가겠다~~며 친구가 웃었다.
근무 시간이 빌 때면 친구도 한 번씩 수업에 참석했었다.
친구 뿐아니라 학원에서, 집에서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선생님<언니>들도 '작문 숙제' 앞에 다들 움츠러들었다.
언니들과 달리 웃고 있는 내게, 학원하는 언니가,
미지씨야 이건 뭐 일도 아니지!!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일이 아닌 건 아니지만, 말보다야 수월한 건 사실이니까. ㅎㅎ
내가 Y~~에 나간 건, 듣기와 말하기가 안되어서...였다,
편지하느라 쓰기만 했지, 누구랑 말할 일이 없었다.
나랑 편지를 주고받아 온 외국인 친구들이 어느 날 갑자기 집으로
전화를 했을 때, 나의 듣고 말하기 실력에 그들은 엄청 놀랐었다.
심지어 터어키에서 기자한다는 친구는, '실망했다'고까지 했었다.
나도 내가 그렇게까지 못 알아듣고 말을 더듬거릴 줄 몰랐던터라,
나자신도 충격이었다.
Y~~에서, 비록 일주일에 한 번 두 시간이었지만,
일 년 반이 지난 지금은 그래도 조금은 자신감이 붙어서 재미를 느낀다.
여튼, 질문 다섯 가지 중에 하나를 골라서,
최소 5줄 이상<물론 긴 한 줄로~>의 작문을 해오기...가 숙제였다.
내가 글을 쓰듯이 말을 했으면, 하긴 그랬으면, 편지 친구들도
그렇게까지 놀라지는 않았을테지... 쩝.
어쩌면 편지 대필 의혹까지 가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ㅋㅋ
매 주 예습 차원에서 모르는 단어 한 번 살펴보고,
문장 한 번 정도 읽어가는 거야 늘 해왔지만,
'숙제'라는 명목으로 뭔가를 해가기는 처음이었다.
얼마만인가 싶다. '숙제'를 해보는 것이...
숙제를 하는 것이 이렇게 재밌기는 난생 처음이 아닌가 싶다.
마치 영어 작문을 처음 해보는 것처럼 말이다.
아침에도 편지 한 통 썼었는데... 그거랑 숙제는 다른 모양이다. ^^
국어를 잘 하는 사람이 다른 외국어도 잘 한다 하고,
편지나 일기를 잘 쓰는 사람이 대체로 작문도 잘 한다는 소릴 들었다.
내 경우는, 잘 한다기 보다는, 많이 써본 덕분에 연습이 된 거고~~
말을 글자로 옮기는 게 작문이라고 여겼었는데,
말은 잘 해도 글은 잘 쓰지 못하는 걸 보면 그렇지는 않은 듯하다.
영어로 편지쓰기가 어렵대서, 같이 공부하는 두 언니한테,
그럼 나한테 우리말로 편지를 써보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우리말 편지도 역시나 글은 서툴렀다.
언니들은 그냥 잘 하는 '대화'로 승부를 보시라고 해야 될 섶싶다. ㅎㅎ
겨울 지나고, 이젠 봄도 다 지나갔는지,
올들어 처음으로 답답하고 후텁지근한 느낌에 창문을 열어놓았었다.
불어들어오는 바람이 시원한 걸 보니... 여름인가 보다~~ ^^
그리고 오늘따라 내가 참 심심하긴 한 모양이다.
이런 이야기를 굳이 쓰고 있는 걸 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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