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수요일 저녁까지 장마처럼 연이어 왔고,
사랑방 식구들과 목요일에 나들이를 가기로 잡아놨는데 계속되는 비의 기세로 보건대,
과연 나설 수 있을까... 싶었다.
오랜 투석과 수술 후 회복 상태로 인하여, 거진 십 년만에 함께 가보는
사랑방 나들이여서 이왕이면 좋은 날씨이기를 바랬는데,
연이어 사나흘 계속 비가 올 줄이야 어찌 알았겠는가.
전 날 밤까지도 쏟아지던 비가, 그리고 목요일 아침에도 하늘 표정은 영
찌푸둥 그 자체였는데, 신기하게도 집을 나설 무렵에 햇빛이 비치기 시작했다.
목자댁으로 가는 골목길에, 언제 그렇게 피었는지 집집마다 장미꽃들로 가득했다.
비 온 뒤라 장미가 모두 비에 젖어 쳐져있었다.
기인 골목길이 끝날 무렵에 어느 집에 핀 장미가 그래도 비교적 생생해 보였다.
폰을 꺼내서 그 모습을 담았다. 장미 밑부분에 빗방울 맺혀 있었다.
동네 통장을 맡고 있는 자매가 빠지고 모두 다섯 명이 출발했다.
고속도로 위에 차를 올리기전에 뒤에서 목자의 뒷모습을 담았다.
가까운 곳<부산>으로 간다고, 다들 몸만 챙겨 나섰는데 비해,
목자께선 이것 저것 여러가지를 챙기셨다.
그런 여러가지 준비로 인해 많이 분주하셨을 게 분명했다.
크던 작던 한 모임의 리더가 된다는 건...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처음 계획했던 것과는 달리, 자갈치 시장부터 들렀었다.
첨 계획에는, 가기로 했던 곳에 다 갔다가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자갈치 시장에 들러 필요한 것을 구입한다... 였었는데,
어쩌다보니, 순서가 바뀌었고, 난생 처음 가본 자갈치 시장에서 다들
보는 것마다 사고 싶다고 구경이 길어졌다.
그런 식재료에 관심이 특심이신 목자께선 정말 열심히셨다.
티비에서 봤던 것보다 시장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듯했고,
바다가 가깝다고 해서 그리 물이 좋은지도, 가격이 저렴한지도 모르겠고,
그보다는 딱히 사고 싶은 수산물이 없었다...고 해야 맞는 말이겠지.
아무래도 내게는 주부로서의 자세와 자질이 심히 부족한 듯... 싶다. ㅎㅎ
온통 물에 젖어 미끄러운 어시장 바닥을 눈길을 걷듯 엉거주춤 걷는 게 힘들었고,
사지도 않을 수산물들을 보고 다니는 것도 별로 재미가 없어서,
대충 한 바퀴 돌고서 난 맨 먼저 입구로 나와 있었다.
정신없이 분주한 시장 한가운데서, 담아놓은 생선을 이것 저것 찍는 것도
웬지 볼썽사나운 것 같아서, 몇 장만 담았다.
아무튼, 맨 아래에 있는 생선은, 사진에서는 별로 커보이지 않아도,
1m 남짓 되는 삼치<비슷하게 생긴 물고기들이 옆에 있었는데 그 위에
'국내산 삼치'라고 적혀 있었음>이다.
시장 입구 바로 앞에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을 기다리다 들고 있던 폰으로~~
십 년치 혹은 그 이상 맡을 생선 냄새를 어제 자갈치 시장에서 다 맡았다.
결코 잊을 수 없는, 아니 잊혀지지 않을 냄새였다.
그렇게 많은 생선을 한 곳에서 다 보기는 살면서 처음이었다.
한참을 기다리고 있어도 누구 하나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길래,
저 편으로 보이는 바다를 향해 혼자 걸음을 옮겨봤었다.
어시장 바로 옆은 바다였고, 거긴 생선 냄새가 아니라 바다 냄새가 났다.
이렇게 한 편에 열을 지어 배들이 서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을 폰카에 담고 있으려니, 근처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찍는 게 보였다.
자갈치 시장에서 아귀찜으로 점심을 먹었다.
내가 처음 먹어보는 물고기 맛이라고 했더니 다들 놀라워했다.
찜을 자주 먹는 것도 아니었지만, 가오리나 게, 미더덕...찜은 먹어봤어도,
아귀찜은 먹어본 적이 없었는데, 어제 먹은 걸 끝으로 난 두 번 다시 아귀찜은,
찜 뿐아니라 아귀가 들어간 다른 음식들도 먹을 일은 없을 듯했다.
무슨 약초인지 채소인지가 들어갔는지 모르겠지만 특이한 향이 너무 거북했고,
매운탕에나 넣는 거라는데, 나 뿐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 향은 싫어했다.
산지에서 먹는 음식은 좀 더 특별하고 더 푸짐할 거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영... 아니었다는 게 좀... 쩝
노동절에 어딜 가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더우기 도시를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가본 일이 없던터라,
노동절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차들이 움직일 줄은 미처 몰랐었다.
다들 평일에 다니는 것이 생활이 된 탓에 그 북적거림과 마냥 밀리는 것에
어리둥절해 하고 힘들어 했다.
자갈치 시장에서 해운대까지 12~3km라고 하는데,
그 거리를 주차장화 된 도로에서 한 시간 반 가까이 서 있었다.
겨우 도착이 된 곳에는 주차장마다 '만차'가 세워져 있었고,
공용주차장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럴 때 쓰는 말이 '천우신조'가 아닐까 싶게,
나가지도 머무르지도 못해 어정쩡하게 서 있던 참에,
절묘한 타이밍으로 바로 앞의 차가 나가는 바람에 거기에다 세우고,
우린 동백섬 안에 있는 '누리마루'로 향할 수가 있었다.
2005년에 APEC 정상 회담이 열렸던 곳이라는데,
바깥에서 찍었어야 했지만, 안팍으로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안에 있던 모형을 대신 찍었다. ㅎㅎ
그렇잖아도 누가 누리마루가 뭔 뜻일까 궁금해 하기에,
누리는 세상을 뜻하고 마루는 아마 꼭대기나 정상이 아닐까 했었는데,
집에 와서 검색해 본 결과 그러한 것으로 나왔다.
회의장 안으로 들어가는 건 어렵다고 들었는데,
들어가서 직접 보도록 개방을 해두었다.
들어간 참에 회의장 모습을 폰카에 몇 장 담아봤다.
생각보다 그렇게 넓지도 화려하지도 않고, 그냥 회의장이었다는~~ ^^
물론 위치로 인하여 주변 풍광은 더없이 좋았다.
회의장을 나와서, 창 너머로 등대가 보이길래, APEC 하우스 안에서 찍어봤다.
등대로 다가가면서, 바다 모습을 담았다.
멀리 오륙도<인 줄 나야 모르지만 몇 번이나 가본 사람들이 그렇다고 해서>도 보이고,
광안대교도 보여서 찍었다. 날이 아주 맑지는 않아서 대체로 시야가 흐릿했다.
사람들이 많다보니, 등대 옆 사진 촬영지<?>가 된 곳에,
차례를 기다려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는 모습이 새삼 특이했다.
차라리 안 찍었으면 안 찍었지 그렇게 기다리는 건 멋적고, 질색인터라 멀리 바다만
보고 있었는데, 어쩐 일인지, 갑자기 아무도 그 자리에 없는 것이었다.
우릴 부르는 목자의 소리에 하나 둘 모이고, 마침 그 자리에 있던 아저씨한테 부탁해서
다섯 명 한꺼번에 다 찍힐 수 있었다. 동갑내기 친구와도 한 컷 담아보고~~
평지같은 도로가 주욱 나 있어서 걷기엔 편하지만 바다는 볼 수 없는 길과
해안 가까이로 계단으로 이어진 산책로가 있었는데,
나 개인적으로야 걷기 편한 길로 가고 싶었지만 모두가 바라는 것을 나 때문에
못 걷는 건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친구의 팔을 잡고, 내리막과 오르막을 반복해서 걷느라 온 신경을 발에 모으고,
심장은 벌떡 거렸지만, 기꺼이 감수할 만큼 산책로 옆 바다는 아름다웠다.
바다 모습을 담는 건, 자주 해보지 않아서 그런지, 자주 해도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싫증나지 않는 것 같다.
사시사철 옷을 갈아입는 산만큼 바다도 변화롭기는 마찬가지인 듯싶다.
산책로 중간 지점에 앉아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거기서 가져간 커피도 나눠 마시고, 엄마랑 둘이 온 듯한 아가씨한테 부탁해서
사진도 연거푸 두 판<?>을 찍을 수 있었다. ㅎㅎ
금방 찍은 사진<은 전부 내 폰으로 찍었다>을 남편과 딸아이에게 보내겠다고,
바로 자기한테로 보내달라고 하는 유달리 부부금실<?>이 좋은 자매와
그렇게 아름다운 바다를 보게 된 것과, 좋은 날씨를 허락해 주신 것과,
다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을 감사하는 이들 사이에서,
그저 바다를 바라보며 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면... 이상할려나?
그 상황이 현실이 아닌지, 거기 있는 내가 실체가 아닌지...
둘 중 하나는 허상인 듯, 꿈이라도 꾸는 듯... 어떻다고 표현이 되지 않았다.
좋다, 좋지 않다...거나 즐겁다 즐겁지 않다...로 단순하게 말할 수가 없었다.
기껏 그렇게 갔으면, 그 시간과 그 상황을 즐기고 누려야 하겠지만...
꼭 그래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까, 솔직하게 표현하는 거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한 자매가 내게 그랬다.
집사님, 나라 전체가 세월호로 인해 어수선하고 비통한 상황이긴 하지만,
그래서 이런 말을 하면 안될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전 와서 너무 좋았어요...라고.
난 그녀의 마음이 솔직하다고 생각한다. 비통한 것도 사실이고 좋은 것도 사실이니까.
마음의 무거운 것들을 바다에 다 던지고 오려했지만, 웬지 그 바다에 이번만큼은
그래서는 안될 것 같아 그냥 담아온 나로서는, 좋았다는 그녀가 내심 부럽기도 했다. ^^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해서인지, 이식받은 신장이 있는 부분이 뻐근했다.
가만히 있었음에도 차 안에 오래 있었더니 피곤하기도 했다.
그 긴 시간 동안 혼자 운전을 하고서, 우릴 내려주고서는 다시 교회로 가서
다음 날 음식 준비를 해야된다는 목자의 말에, 새삼 체력과 책임감이 대단하다 싶었다.
피곤했지만 어젯밤에 블방에 사진을 올려놓을 정도로 괜찮았고,
모두에게 각각의 사진들도 다 편집해서 오자마자 폰으로 보내주었다.
그닥 무리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만하면 나로서는 지극히 좋은 상태인 거다.
잘 다녀왔고, 어쨌든지 간에, 가길 잘 했다고 생각한다. 그럼 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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