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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이야기

친구 이야기...

by IMmiji 2014. 4. 26.

 

 

 

 

내게는, 실질적으로 만나서, 차 마시고 밥 먹고 하는 친구가,

다섯 손가락이 헐빈할 정도로 몇 되지 않는데,

한 친구는, '친구'라는 이름 말고 달리 부를 호칭도 없고,

어쩌다 통화를 하면, 한 번 보자, 내가 갈까, 네가 올래?

그러면서 굳건히 세월만 보내는 희한한 사이인데도 불구하고,

나나 그 친구나 철썩같이 '친구'라고 여기고 있고 믿고 있다.

 

웃기는 것은, 이미 알아온지 30년이 다 되어 가고,

더 웃기는 것은, 십수 년이 지나도록 만난 적도 없다는 것이다.

어느 글에선가 보니, 최소 얼마동안 연락을 주고 받지 않았다거나

만나지 않았다거나 서로의 근황에 대해 알지 못한다거나.... 하면

그건 친구 사이가 아니라는 얘기도 있던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친구로 지내고 있다.

 

짧게는 몇 달, 아니, 몇 년인가?, 여튼, 그렇게 간만에 전화를 해도,

마치 늘 통화를 해오던 것처럼 어색하지 않고 불편하지도 않다.

기억 주머니 속 어딘가에, 늘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꺼내면 바로 쏙~하고 나오고, 부끄럽고 아프고 힘든 이야기도,

뜸들일 필요없이 허물없이 나오는 걸 보면... 친구인 건 맞다. ^^ 

 

오늘 아침 그 친구가 나누고 싶다며 글과 영상과 노래가 담긴
카톡을 보내왔다.  좀처럼 그런 걸 보내오지 않을 뿐더러,

어쩌다 내가 안부 메시지를 보내도 금방 답을 하는 일도 드물다.

가르치는 것과 원생들 차량 제공까지 하는 분주한 생활이라,

답도 새벽 일찍 아니면 밤 늦게 보낼 때가 많다.

그런 친구가 저답지 않게 그런 동영상을 보내왔으니... 뜻밖이었다.

 

그 글에, 누군가를 생각하면 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함께 했던 소중한 추억이 떠올려진다면 당신은 행복한 사람~~

이라는 구절이 있었다. 구구절절이 그런 내용의 글이었다. 

읽고나서는,

너는 그렇게 미소 지어지는 사람이 몇이나 되느냐고,
글 고맙다는 말보다 다짜고짜로 그 질문부터 했다.


물론 시비조로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ㅎㅎ
그저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사람이 떠올려지지 않고,
함께 했던 소중한 추억은 고사하고 잊을래야 잊을만한
기억조차 변변치 않은 나자신의 가난한 기억과 관계에
회의가 들어서 그랬던 거였다.
웬지 한참 잘못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내가 이런데, 과연 나는 누구의 기억 속에,

떠올리면 미소가 지어지는 존재로,
소중한 추억을 공유한 존재로 남아 있을까...싶었다.

몸도 마음도 더불어 삶도... 난 왜이리 가난하게 살아왔을까.

남들 열심히 사랑하고, 추억을 만들고, 시간을 나누며 살 때,

대관절 뭘 했을까 말이다. 

어디 수도원이라도 들어가 면벽 기도를 한 것도 아니고 참...

내게 남은 날들 가운데 제일 젊었다는 오늘부터, 이제부터라도,

놓쳐버리고 잃어버렸던 그 시간들을, 그 관계들을 회복하고자,

열심히 나누고 만들고 해야 할까 싶다.

그럼, 어느 날 다시 오늘같은 영상 메시지를 받게 되더라도,

그땐 누군가를 떠올리며 미소짓고, 함께 했던 소중한 추억을

생각하며 행복해 하고 감사하게 될는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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