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은 초봄 같고, 집 밖은 초여름도 아닌 그냥 여름이다.
집에서 느껴지는 기온으로는 감을 잡을 수가 없어서,
나서기전에 오늘 날씨와 기온을 미리 검색해 봤었다.
낮최고 기온이 28도라고 해서, 어제랑 비슷하겠거니 하고
옷을 입었는데, Y에서의 수업을 마치고 나온 1시의 기온은,
28도라고 하기엔 덥고 햇빛은 너무 뜨거웠다.
열 시쯤 집을 나설 때에 이미 반팔 차림의 젊은이들을 봤었다.
대낮의 거리에는 어르신들 말고는 대부분 그런 차림이었다.
소매를 걷어부치고들 다녔는데, 나도 그랬다.
그냥도 더운데 걸으니 땀이 났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얼음을
가득 넣고서 커피부터~~^^ 밥 생각은 아예 없었다.
보통 첫 더위에 찐하게 더위를 먹고 탈이나는 일이 많았다.
몇 해전에는 그렇게 더위를 먹고 입원도 했었다.
올 더위는, 이제 시작인 듯하다. 길고 긴 더위가 이어질터였다.
오늘 수업은, 기독교인들에게도 어려울 성육신<incarnation>에
대해서 거진 한 시간 가까이 프리토킹을 했었다.
선생님과 나는 크리스천이었지만, 다른 두 사람은 믿지 않는터라,
그들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주제였고 내용이었다.
우리말로도 설명이 어려운 것을, 딴나라 말로 하려니,
오늘은 나도 꽤나 버벅대고 진땀이 났다. ㅎㅎ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쉬운 비유를 들어야 했으므로...
첨엔 갸우뚱하다가 나중엔 고개를 끄덕였지만,
글쎼, 과연 얼마나 이해가 되고 용납이 되었을지...
나로서는 그렇게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좋았다.
공부라는 이유로, 비교적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으니까...
한 언니가 그렇게 말했다.
자긴 불교신자지만, 나를 보면 다음 세상이 있다고 믿어진다나?
다음 세상, 즉 천국이 있다고 말이다.
내가 그 천국을 바라보고 사는 사람 같다니... 뭐, 제대로 본 거지. ㅋㅋ
이 세상적으로도 나 개인적으로도... 아무 소망이 없고 가망이 없는데,
어딜 바라보고 무얼 하며 살아야 되겠는가 말이다.
여기가 좋사오니... 할 것도 없고, 이것만은...하며 붙들고 놓지 못하는
것도 없으니, 별 미련이 없을 수밖에 더 있겠는가.
뭔가가 있다고 해도, 내려놓고 바라봐야 할 판국에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보기에, 내가 암울하고, 절망적으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으니까, '신기하다'고 곧잘 얘기를 한다.
넌 대체 어떻게 사니? 그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럼 난 웃으며 대답한다. 하나님 덕분에요~~ 라고.
내 처지, 형편을 아는 그들은 별 이의없이 수긍의 고개짓을 한다.
그래, 넌 하나님 없으면 안되겠다...고 말이다. ㅎㅎ
그렇지... 안되지... 싫든 좋든 내 전부이신 분인데,
안 계시면 나도 없는 거지...
안 계시면, 믿는 자들 중에서도 아마 내가 제일 불쌍한
존재가 될텐데, 어째도 계셔야지... 무조건적으로~~ ^^
아마 그분이 계시지 않는 내 인생은,
오늘 날씨의 집 안팍보다 더 큰 차이가 있겠지...
내 안은 영하 50도쯤 내 밖은 영상 50도쯤의 차이가 나겠지?
안도 밖도 살기 힘든 혹독한 상황일테니까.
( 이렇게 말하면, 이렇게 어떻다고 글도 쓰고, 사진도 올리고,
성경 공부하러도 다니고... 여유가 있으니 그런다고 하겠지...
그럴지도 모른다. 아님, 정신줄 놓고 사는 건지도... ㅎㅎ )
엄밀히 말해서, 하나님이 나를 위해 계신 것이지
내가 그분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닌 건 분명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불경스럽다고 해도 할 수 없는 이기적인 소리지만, 사실인 것을...
그분은 내가 없어도 상관 없으시지만 나는 절대적으로 상관이 있으니까.
그래서 내게 그분의 믿음을 주신 거라고 난 생각한다.
넌 나 없으면 안된다...는 그것을 뼛속 깊이 깨달으라고 말이다.
늘 깨닫고 있지만, 요즘 더욱 깨닫고 있고, 오늘은 몸으로 절감하면서~~ ^^
어제 이 나무 아래서 기도 모임을 했었다.
다들 나를 배려해서, 내 부담을 덜어주려고, 우리집에서 하지 않고,
김밥이며 컵라면, 과일이며...를 자기들이 준비해 가지고 왔었다.
말은, 날씨도 좋은데, 답답한 실내에서 하지 말고,
밖에서 하자~~고 했지만, 그 속마음들을 모를 수가 없었다.
자리를 펴고 앉은 가운데, 폰을 꺼내 나무를 찍고,
김밥 먹는 친구의 모습도 담고, 위로 드리워진 나무가지 사이로
쬐금 보이는 하늘도 담고... 했더니,
"ㅇㅇ아, 네가 제일 여유가 있다~"며 친구가 웃었다.
"그래, 네가 제일 잘 사는 것 같다~"고 다른 친구가 말했다.
"어차피 시간은 흘러가니까, 이러나 저러나 지나가잖냐..." 내가 대답했다.
오늘 아침, Y~~로 가는 길에, 중간에 내려 병원에서
양팔과 손목에 근육 이완 주사를 맞고, 버스를 타고서
늘 지나가는 다리 위에 버스가 잠시 정차했을 때 찍었다.
하천을 따라 이런 다리가 십 수 개는 더 놓여있다.
이 다리를 건너야 내가 필요한 곳들<주로 병원이지만>로 갈 수 있다.
그래도 이 하천이 제법 맑고 깨끗한지 수달이 살고 있다. ㅎㅎ
삶이 힘들고 고달플수록 즐거운 생각을 하고 즐거운 풍경을 눈과 마음에
담아야지 않겠냐...는 게 요즘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후에,
나름 내가 깨달은 것이다.
누구도 나만큼 나를 안타깝고 절박하게 여기는 이가 없는 만큼,
나를, 내 삶을 조금이라도 변화시킬 수 있는 존재는 나밖에 없으니까.
여지껏 죽은 듯이 움츠리고 있어봤지만 아무 도움도 안되었고,
도움은 커녕 더 오랜 시간 우울하고 힘들게 보내야만 했었다.
이러나 저러나 지나가려면, 시간은 걸릴 만큼 걸리니까.
기다려야 한다면, 잘 견디며 잘 보내고 싶다.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고, 그렇게 공부한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며
기뻐하고 감사하는지... 늘 봐도 두 언니들이 참 존경스럽다~~
좋아하는 것을 공부하고, 가르칠 수 있다는 것에 오늘도 감사하는
언니를 보며 잘 산다는 것은, 바로 저런 것...이 아닐까 했다.
폰카만 들이대면 수줍어하고 어쩔 줄 몰라하며 얼굴을 가리는 언니가
언제나 사랑스럽다. ㅎㅎ
가끔씩 내게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듯이,
"미지야, 넌 대관절 어떻게 사니?"라고 묻는 언니<위>가 찍어줬다~~ ^^
오늘 화사한 주홍빛 옷을 입고 왔길래, 예쁘게 찍어드릴께요,
가만히 있어보세요~ 했더니, "이젠 늙어서 찍히는 것도 싫다 얘...
너 말고는 나한테 사진 찍자는 사람도 없다!!" 면서도 기꺼이,
모델이 되어 주었다. 고마운 언니~~ ㅎㅎ
기분 탓일까, 오늘은 굉장히 글이 산만한 듯하다.
어수선해진 마음을 모아보려고 어설프게 시작은 했는데...
이걸 올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여질 정도인데,
올려보고 별루면 삭제하지 뭘... 그러고 올린다. ㅎㅎ
나도 내가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다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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