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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이야기

이야기 보따리

by IMmiji 2014. 4. 14.

 

 

 

 

 

 

 

 

 

 

글씨가 마음에 들어서 옮겨와 보긴 했지만,

굳이 '보따리'라고 할 것까지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떡하니 위에 걸어놓은 것은,

불과 이틀 사이에 내가 부딪혀 온 일들은,

잔잔하다 못해 밋밋하기 짝이 없는 나의 생활에서는,

보기 드물게 복잡하고 신경 곤두설 일들이다보니,

뭔가 보따리 속에 잔뜩 들어있는 것만 같아서이다.

돈 문제, 건강 문제, 일 문제... 수많은 문제들이 있지만,

사람과의 문제 만큼 힘들진 않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어젠 부활절 전 주일, 즉 종려주일이었다.

예수께서 십자가의 구원의 역사를 이루시기전에,

예루살렘으로 들어오실 때, 쬐금 형식적인 표현으로 하자면,

입성하실 때, 모두들 자신들의 겉옷과 종려나무 가지를 펴고

예수님을 환호하며, '호산나!!'라고 외쳐 부르던 그 때를

기념하는 주일...  고난 주간의 시작이다.

 

보통 석 달마다, 그 첫 주일에 '성찬식'을 하는데,

어젠 종려주일을 맞아 그 성찬식을 치루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의미하는 빵과 포도즙을 마시며

그분을 기념하는 의식이다.

알고 폰카를 누른 건 아니었는데, 스크린에 부르던 찬양 가사가

뜬 것을 보니, 찬양 하던 나의 심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듯하다. ㅎㅎ

 

 

 

 

 

 

 

 

 

 

위의 두 장식은, 함께 기도 모임하는 자매가 한 것이다.

하고나서, 자신이 보기에도 좋았는지, 주말 오후에 보내왔다.

한 번도 자기가 한 꽃장식을 찍어서 보내온 적이 없었는데,

받고보니, 새삼 고맙고, 좋아서 '아름답다, 잘했다.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엄지손가락을 두 개 치켜든 이모티콘도 보냈다.

 

 

 

 

 

 

 

그리고... 주일 예배 후에, 사랑방 자매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조용히, 그리고 심각하게 의논할 일이 있어서,

시외를 살짝 벗어난 곳에 있는 커피집에 가서 한참 있었다.

주일에, 것도 의논할 곳을 찾아서 이렇게 밖으로 나가보긴... 첨이었다.

 

표면적인 것은, 이번에 물의를 일으킨 자매 일이었지만,

이면적인 것은, 그 불거진 일을 계기로 인하여 여러 해 동안 쌓였던,

목자에 대한 불신과 잘못된 처신에 대하여, 더는 참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짚고 넘어가야 하고, 바로 잡아야 한다는 나름 심각한 상황이었다.

문제는, 그 일이, 본의아니게, 내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됨으로 인하여,

딱히 멜 사람도 없었지만, 그 '총대'를 내가 메야 했다는 거다. 

아무튼, 막중한 책임을 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이 커피집에 들어가서 자릴 잡고 앉아,

이야기를 시작할 때만 해도, 보다시피, 사람도 거의 없었고 조용했다.

그렇지만, 우리의 대화가 열기를 더하게 되면서부터 커피집의 자리도

빠르게 채워져가고, 결론을 더 빨리 짓게끔 꽤나 소란스러워졌다.

그 소란함을 피해 일어나고 싶게끔 했으니까...

 

 

 

 

 

 

 

 

 

 

 

 

 

 

 

 

 

 

 

 

 

 

 

 

 

 

 

 

 

 

 

커피집 건너편에 꽃가게들이 줄지어 있었다.

여러 시간에 걸친 긴 대화<반복되어지는... ㅜㅜ>에 나는 지쳤고,

총대 메고 부딪힐 일에 심란했으므로, 그만 집으로 가서 쉬고 싶었는데,

다들 기력이 넘치는지, 그러고도 굳이 그 꽃가게로 가서 구경을 하고 싶다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따라가 봤었다.

 

첫 번째 가게에는, 온통 '다육이들' 천지였는데,

솔직히 별 관심이 가지 않을 정도로 예쁘지 않아서,

아니, 좀 징그럽기도 해서, 그때까지만 해도 폰을 꺼낼 생각조차 않았다.

그러다 그 옆집으로 옮기면서, 꽃이 제대로 피어있는 모습에,

폰을 꺼내 이리 저리 담아본 것이다.

 

다른 자매들이 세 번째 가게에 가서 둘러보는 사이에,

나는 거기엔 동행하지 않고, 두 번째 가게 앞에서 혼자 찍었다.

해가 지면서, 다소 바람이 싸늘해지고 옷깃을 여미게 되었는데,

웬지 그 바람 속에 서 있으면,  카페인이 주지 못한 '각성'을 줄 것만 같았다.

찍을 땐, 그냥 이것 저것 생각없이 담았는데, 이제보니, 참 예쁘네~~

 

 

 

  

 

 

 

아... 그리고 오늘, 아침부터 교회로 모여서,

결전을 치루듯 비장한 각오로 모임에 임했다.

목자의 개인적인 문제 해결도 있었고,

그보다 더 심각한 '영적이고 교회적인' 문제 해결이 있었다.

교회 생활 몇 십년만에, 내가 이런 문제에 직면하게 되리라곤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오래 살고 볼 일이었다.

두 시간 남짓 걸렸지만, 생각보다 해결은 빨리, 그리고 잘 되었다.

그건 이미 모든 정보들이 준비되어 있는 상황이었고,

인정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막다른 지점이었기 때문이었다.

 

새삼 이 일을 통해서, 여지껏의 나로서는 취할 수 없는 태도와

어렵게만 느껴졌던 대상의 존재적 부담과 상황 대처에 대하여

훈련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굳이 다른 자매들의 표현을

빌리지 않아도,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많이 회복한 듯했다.

목자는, 모든 것에 대해 인정을 했고, 진심으로 사과를 했고

앞으로는 마음을 다해 자신의 역할을 하겠노라 약속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의 감정과 불신이 깊었던 나머지,

앞으로 두고봐야 한다...는 게 모두의 솔직한 마음임을 시인했다.

 

아무튼, 이 나이에도, 배워야 할 건 배워야 하고,

이런 식으로라도 연습을 시켜서, 실전에 내보내시는 하나님의 뜻에...

그저 나는 할 말을 잃고, 한없는 노곤함을 느꼈다.

지금, 이렇게 나자신의 일만으로도 경황이 없고,

간신히 버티는 듯한 나에게, 이런 정신적으로 고단한 훈련까지 시키시고,

부딪히게 하셔야 하나... 싶어서, 솔직히 '그럼에도 감사'가 잘 되지 않았다.

 

이런 나를 기도 모임을 같이 하는 자매들이 데려가서,

밥을 먹이고, 커피를 마시게 하며 위로와 격려를 해주었다.

그제서야 감사한 마음이 들고, 아무도 내게 힘이 되어 주지 않는다...고

여겼던 허허로운 마음이, 혼자가 아니구나... 싶어 위안이 되었다.

널을 뛰는 듯했던 날들이 지루하게 이어지면서, 지치게 되고,

쉬고 싶고, 이젠 매듭을 짓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하던 차에,

어제, 오늘은 그 정점에 이르렀던 것 같다.

 

그래도 수월하게 잘 넘어가고, 일단락 지어져서 감사하다.

물론,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 ing 상황이지만...

그것도 때가 되면, 어떤 식으로든 해결이 되어지리라 믿는다.

문제 안에 답이 있고, 처해 있는 지금 이 상황 속에 해결 방법이

있다고 하듯이, 여기서, 내가, 찾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더디더라도, 하나씩 해결이 될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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