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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이야기

정 리

by IMmiji 2014. 2. 14.

 

 

 

 

 

 

 

 

나는 요즘 '정리'를 생활화하고 있는 듯하다.

첨엔 그 '정리'가 쉽지 않았다.

특히나 나처럼 따로 '정리'란 걸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좁은 인간 관계와 한정된 생활 범위 속에서,

단순하기 짝이없는 삶을 사는 존재에게는 말이다.

 

때로는, 굳이 내가 '정리'하지 않아도,

알아서들 너무 잘 정리되어 주고,

표도 없이 원래자리로 돌아들 가 주기 때문에,

서운할 지경으로 말이다.

내가 무슨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해서 그냥 그 자리에 있어 주어도 될 성싶은데,

별 재미나 매력을 못 느껴서인지 잘 사라져 주었다.

만남다운 만남조차 한 번 가져보지 않았는데,

교제다운 교제 한 번 나누지 못했는데도...

 

그런 존재들조차도, 잊을 수 없을 만큼,

아니, 잊을래야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언제나 나는 누군가 그 존재가 그리웠다.

이 사람 저 사람 너무 많아서, 곧잘 잊어버렸다거나,

기억조차나지 않는다고 하는 이들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어쩌면 잊어버릴 수가 있을까...하여.

 

그러던 내가,

요즘 그 몇 안되는 관계들조차 먼저 끊고 있다.

설마하니 네까짓 게...싶었을 존재인 내가 그런다는 사실에,

거절을 당한 그들보다 나자신이 더 놀라고 있으니...

관계 뿐아니라,

소중히 여기던 추억들조차 서슴없이 지우고 있다.

어차피 그들도, 그 모든 것들도,

내가 이 땅에 존재해 있을 동안만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는 것일 뿐...이란 생각에 말이다.

내가 없으면, 누구도 그들을, 그것들을 기억조차 않을,

부질없고 헛된 것임을 점점 절감하고 있어서이다.

 

어제는, 카스에 올려놓았던 글과 사진들을,

하나 둘 삭제하다가 점점 그 수가 늘어나면서,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정말 많이 없애버렸다.

이식을 받고나니, 갑자기 생긴 스마트폰이 낯설어서,

쓰던 폰만 손에 들고 스마트폰은 저만치 던져 두었었다.

쓰던 폰을 없애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새 폰을 잡게 되고,

하나 둘 사용방법을 배우면서,

기나긴 입원 생활을 좀은 덜 지루하게 보냈었다.

 

카톡이며 카스며... 용어도 낯설었던 그때는,

카스에 글이나 사진을 올린다는 건 생각도 못했었다.

그러다 편지 친구가 보내온 튤립을 키우면서,

그 자라는 모습을 담아 첨으로 카스에 올리게 되었었다.

그때의 신기함과 설레기까지 하던 즐거움을...

한동안 잊고 지냈던 것 같다.

아니, 어느 순간부터 당연한 것처럼 여기고 살았다.

그랬는데... 그것들을 살펴보다가 하나 둘 '삭제'를 했다.

 

나라는 존재도 언젠가는 이 땅에서 '삭제'가 되듯이

사라질테지만, '삭제'라는 삭막한 표현보다는,

좀 덜 살벌하게 '정리'라고 달리 부르고 싶다.

끊임없이 정리를 해나가야 질서가 생기고 유지될 것 같다.

눈에 보이는 사물들이나 관계의 정리 뿐아니라,

나라는 존재 자체에 대해서도 조금씩 정리를 하고 있다.

내가 이 땅에서 사라진 뒤에도,

나로인해 옆의 사람들이 힘들거나 부담스럽지 않도록 말이다.

 

필요에 의해서든, 요구에 의해서든, 생겨난 것들은,

그 목적대로 사용되어지다가 제 역할을 다하고 낡아지면,

버려지고 없어지는 것이 자연스럽고 맞는 일이라 생각한다.

거기에 애착이나 집착을 가지고 붙들고 있거나

버리지 못한 채 쌓아두고 있으면...

그건 결국 애물단지나 쓰레기가 된다.

거기에 추억이 담겼네... 남모를 애정이 있네...하지만,

그건 버리지 못하는 병에 불과하다는 정신과 의사의 말을 들었다.

 

난 '새것'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오래된 것을 버리지 못하는 구질구질한 사람이

되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나이를 먹어가는 요즘, 난 과감이 정리하고 있다.

주변도 정리하고, 관계도 정리하고, 나자신도 정리하고...

정리를 조금씩 생활화하다 보니,

내 태도나 언행도 전에 없이 분명해지는 듯하다.

 

Yes와 No를 분명히 할 줄 모르던 내가 요즘 분명히 했더니,

마치 원래부터 내가 그래온 것처럼, 

우습게도, 그걸 나의 '장점'으로 여기는 이들마저 생겼다.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싶다.

언제부터 이리되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물론 나의 의지나 원함도 있겠지만...

그분의 뜻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자주 해본다. 

이 땅의 것들에 마음 두지 말고, 사람에게 마음 주지 말고,

돌아가서 영원히 거할 하늘의 것들을 바라보라고 말이다.

 

아무튼, 나는 요즘 '정리'하는 맛으로 살고 있다.

너무 정리해서, 안 그래도 허전하고 외로운 내 삶이,

더 고립이 되고 더 왕따가 되어,

마치 원래 '혼자'인 것처럼 될지라도...

이 '정리'는 남은 날 동안 계속 될 것만 같다.

올 때 아무 것도 가지고 오지 않은 것처럼,

갈 때도 아무 것도 남기지 않고 갈 생각으로 사는 것처럼...

미련두지 않고자, 아쉬움이나 후회를 어떻게든 덜 남기려고,

내가 남겨온 흔적들을, 정리하듯 '수습'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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