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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이야기

오늘은 굶식일...

by IMmiji 2014. 2. 13.

 

 

 

 

 

 

  

 

 

여지껏 이렇게 입으로 들어가는 것에

신경을 쓴 적이 없다고 할 정도로 조심하고,

나름 '별나다' 소리를 들을 정도로 가려서 먹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17개월 넘게 12시간 마다 꼬박꼬박

복용해 온 면역억제제는, 작은 균, 바이러스조차도 적으로

분간하지 못하게끔 나의 면역력을 무력화시키는 듯하다.

 

저혈당보단, 합병증이 와도, 차라리 고혈당이 낫다는

의사선생님의 처방에 따라, 저녁에는 급격히 떨어지는

혈당을 막기 위해 식전 인슐린을 맞지 않는데,

아무리 그래도 고혈당이 되는 건 싫어서, 

소식을 해온지 여러 달이 되었다.

어제도 하루를 잘 보내고, 삶은 달걀 두 개와 바나나 한 개로

저녁을 해결했는데, 먹고난 뒤 한 시간 후쯤부터 천둥소리가

내 배에서 들려오기 시작하는 거였다.

 

그리고 지난 밤새, 스무 번 가까이 화장실을 드나들었다.

아무리 사람의 몸의 70%가 수분이라고 하지만,

난 내 몸을 그렇게 많은 수분이 차지하고 있는 줄 첨 알았다.

열 번을 넘어가면서부터, 기운 빠지고, 몸살난 것처럼 춥고 떨리고,

나중에는 의식마저도 분명치 않은 듯했다.

빠져나간 수분을 보충하기 위해 물을 마시지 않을 수도 없었고,

그 물을 마심으로 해서 수분이 몸에 제대로 흡수되지 못해 다시금

설사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터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란하기 짝이없는, 그리고 위험한 밤을 보냈다.

 

아침이 되자마자, 기다렸다가 집에서 가까운 병원에 갔다.

그 상황에서도, 절대로 면역억제제 시간을 어길 수도 빠트릴 수도

없는터라 약을 챙겨 먹고서 집을 나섰다.

세수도 하지 않고, 외투 하나 걸치고 모자를 눌러 쓰고서...

가서 증상을 이야기하고 주사를 한 대 맞거나 약을 처방받아

오려고 했는데, 이미 탈수 상태라고,

그 상태에서는 약으로 되지 않는다는 의사의 말에,

그대로 주사실로 가서 링거를 맞았다, 것두 두 팩이나...

 

두 시간에서 두 시간 반쯤 걸린다는 간호사의 말에,

맞다가 화장실로 뛰어가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어쩌나

내심 불안했다.

커튼을 다 치고, 이불을 덮고 누워 있는데 차가운 링거액이

들어가니까, 살짝 몸이 떨리면서 한기가 느껴졌다.

간호사가 다른 환자들(온통 감기 환자들인 듯했다)을 연이어 데리고

들어와 주사를 놓으니 언제라도 급하면 말을 하면 되겠지만, 

중간에 링거 들고 화장실에 가야 한다는 말을 간호사한테

하는 일은 정말 하고 싶지 않았다.

 

이식 수술 이후, 링거를 맞아보기는 첨이었다.

그렇게 주사실에서, 두 시간 남짓 동안 수액이 똑똑거리며

떨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누워있자니,

새삼 그런 상황이 너무나 익숙하고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는, 

나의 지난 날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오히려 그 상황이 거의 일 년 반쯤인 것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참 오랫만이다...싶었다.

링거액이 잘 들어가지 않아 자주 팔이나 손이 붓던 내가,

오늘은 그렇게 빠른 속도로 들어가게 했음에도

전혀 붓지를 않아 신기했다.

이 또한 몸이 호전된 증거라 해야겠거니...

 

반 시간쯤 지났을 때,

간호사를 따라 들어온 남자<목소리와 어투로 봐서 삼십 대

중후반인 것 같았는데>가 감기몸살에 걸렸다며 누군가에게

전화로 '죽겠다' '죽을 지경이다'를 연발하며 앓는 소리를 했다.

하긴 심하긴 심한 모양이었다.

젊은 남자가 감기로 링거를 다 맞는 걸 보면...

그렇게 죽는 소리를 하던 남자가,

간호사가 링거를 꽂아주고 나가자마자,

천장이 내려앉을 정도로 코를 골기 시작하는 거였다.

링거 바늘 꽂고 그렇게 크게 코를 골며 자는 사람은 첨이었다.

것도 옆 침대에서, 바로 내 귀에다 대고 고는 것처럼...

 

링거를 다른 것으로 바꿔 달러온 간호사가,

내게 "정말 시끄럽지요?"라며 웃었다.

고개를 끄덕이고 입꼬리를 올리며 따라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 소음에, 잠은 고사하고,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밤새 뛰어다닌 걸 생각하면,

피곤함에 졸음에 절로 잠이 왔을텐데 말이다. 

두 시간이 참으로 길게만 느껴졌다.

얼른 수액이 다 들어가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링거액이 들어가면서부터 배에서 치던 천둥도 가라앉고,

화장실에 가야하는 난감한 상황도 생기지 않음에,

더없는 다행으로 여기고 감사했다.

 

오늘은 종일 인슐린도 맞지 말고,

약 먹을 때 외에는 물도 최소한만 마시고,

음식은 장을 자극해서 다시 수분화시켜 설사를 유발하니까

금식하라는... 의사의 처방이 내려졌다. 

병원 아랫층에 있는 약국에서 작은 알약 세 개 받아서 집으로 왔다.

6시간마다 먹으라고...  웃기는 건, 밤새 그렇게 화장실을 다니고,

아무것도 먹지를 않았음에도 배가 고프지 않다는 게...

탈이났다는 증거였다.

수분이 너무 많이 빠져서,

얼굴이며 몸이 홀쭉하니 줄어들어 쪼글해졌을 것 같은데,

이상하게 오히려 부은 듯 보였다. 

거 참... 희한할세... 거울 속 내 모습을 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밥 차리고 먹는데 기껏 십 분이면 충분한 게 나의 식사 시간인데,

하루 세 끼를 다 합해도 반 시간이면 족할 듯싶은데,

그 반 시간을 하지 않는데,

주어진 하루가 너무 헐빈하게 느껴지는 거였다.

하긴 힘이 없다고, 누워서 시간을 보냈더니, 더 그랬을 거다.

링거 두 팩 맞고 와서는, 배앓이도 사라지고,

화장실도 더 이상 가지 않고, 모든 의식이 너무나 또렷해져서...

참으로 감사하고 있다. 의학의 힘에...

그보단 빨리 병원으로 가게끔 걸음을 인도하신 하나님께...

 

이 예기치 않은 굶식일을 가지면서,

앞으로 좀 더 조심하고 더 신경을 써야겠다 다짐을 하고,

새삼 멀쩡한 듯 보이는 내 몸이 얼마나 바람 앞의 촛불 같은지,

하나님의 도우심 없이는 한 순간도 살아갈 수 없는 존재가 바로

나임을 절감하게 되었다.

사실 나를 보자마자, 의사가, 숨쉬기가 힘들지 않냐고 물었을 때,

그 생각들이 한꺼번에 뒤섞여 내 머리 속을 휘저었었다.

어젯밤부터 오늘밤까지...

딱 하루만 이렇게 고생하고 힘들기를 기도한다.

하기야, 이렇게 컴 앞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걸 보면,

나의 기도는 이미 응답받은 게 아닌가 싶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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