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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이야기

오늘 아침에~~

by IMmiji 2014. 1. 17.

 

 

  

어제 난 종일 집에 조신(?)하게 있었는데,

새벽에서야 빨래 건조대에 붙어 있는 종이 하나를 발견했다.

우체부 아저씨가 등기를 전하러 오셨다는 증거물이었다.

벨도 울리지 않았고,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대관절 언제 오셨고, 왜 그냥 붙여 놓고만 가셨다는 말인가...

우체국에 가서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우체부의 말에 의하면, 벨을 아무리 눌러도 되지 않았다고...

그럼 현관문 앞에 있는 건조대에 그 영수증같은 건

누가 붙여 두었다는 것인지... 모를 일이었다.

 

그 종이에는, 다음 날<즉, 오늘...> 같은 시간에

방문을 할 예정인데, 그때도 사람이 없으면,

보낸 곳으로 그 등기물을 돌려보낸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어쩌나... 그 시간에 난 Y~에서 한창 언니들이랑

수다를 떨고 있을텐데 말이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Y~에 가기전에,

그 등기물을 가지러 이 지역의 중심 우체국이랄 수 있는,

굳이 표현을 하자면, 본점<?>같은 곳으로 방문을 했었다.

고객 센터 여직원이, 미리 우체부 아저씨랑 통화를 해서

내가 직접 가지러 간다고 상의를 하지 않았음을 나무랐다.

그 말을 듣고보니, 일의 순서를 그르친 내 잘못인 듯하여,

뭐라 달리 대꾸할 말이 없었다.

 

그러자 여직원이,

아직 우체부들이 우체국을 나서기 전이니까,

윗층에 올라가서 종이에 적힌 담당 우체부를 찾아보라고 했다.

물론 그러기 전에, 그 우체부한테 전화를 했지만 받지를 않아서,

나더러 직접 올라가서 찾으라고 한 거였다.

일이 점점 내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는 듯했다.

그러다 Y~에 가는 시간이 늦어질 것만 같았다.

 

아랫층의 분주하지만, 말끔히 정리되고 나름 질서있는,

조용한 사무실 분위기와는 너무나 다르게,

소음과 부산한 광경이 윗층에서는 벌어지고 있었다.

수십 명, 아니,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짙은색 유니폼을 입은 남자들이, 넓은 장소에 가~득 했고,

우편물과 배달될 상자들이 던져지고, 여기저기로 날아다니고 있었다.

내 앞으로 순식간에 던져진 상자에 정강이가 살짝 부딪히기도 했다.

아프지는 않았지만 흠칫 놀랐었다...

 

흡사 아수라장 같은 그 상황 속에,

어떤 아줌마<나~^^>가 불쑥 들어가서는,

무턱대고 종이 한 장을 내밀며 이 우체부가 어딨냐고,

물론, 본의아니게 그 난리 속에 침입한 죄로,

나름 환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물었다.

고맙게도, 몇 사람한테나 물었는데,

누구도 불쾌해하거나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고,

친절하게 위에 매달린 동네 이름을 가르키며,

그 쪽으로 가보라고, 그리고 하던 일 내려놓고 가서,

직접 그 우체부를 불러다 주는 바람에... 더 미안했었다.

 

담당 우체부 아저씨조차도,

자기한테 전화하면 동네 수퍼에라도 맡기면 되는데,

일부러 그렇게 수고롭게 찾아왔다고,

오히려 나를 생각해주는 말씀을 하셔서 정말 감사했다.

연유야 어찌되었든, 내 평생 그렇게 큰 우체국 현장에서,

그렇게 많은 우체부들이 정신없이 일하는 광경을 언제 볼 수 있겠는가.

 

삶이 우울하고 힘들 때면, 시장에 가보라고 하던데,

난 또 다른 곳인 우체국 현장으로 가보라고 적극 추천하고 싶다.

집집마다 있는 우체통에서 우리는 너무 쉽고 편하게 받지만,

우편물들이 그런 수고로움을 거쳐서 우리 손에 온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직접 보니, 새삼 소중함으로, 감사함으로 다가왔다.

모두 모두 수고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라고,

큰소리로 외치고 싶었지만, 주책스러울까봐,

그보다는 그럴 용기가 없는 아줌마라, 마음으로만 전하고 왔다~~^^

 

아침부터, 분주함으로 가득한 공간을 다녀오고나니,

나자신이, 세상이, 살아있다~~는 진한 감격이 전해졌다.

죽은 듯 보이는 회색빛 도시 그 안에, 

끊임없는 작은 꿈틀거림들이 생명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온 몸으로 느끼며, 즐거운 마음으로 Y~를 향해 갔다.

무거운 몸은 걸어서, 마음은 가볍게 뛰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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