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에,
내가 여늬 때와 다름없이 Y~의 로뎀나무실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감짝 놀랐었다.
언제나 내가 맨 처음이라 누가 수강실에 있으리라곤
생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오셨냐고,
영어 성경 공부하러 오신 거냐고 물었더니,
자신은, Y~에 독서 논술 지도사 수강을 들을까 해서 왔는데,
그 과정은 없다고 하고, 영어 성경반은 있다고 해서,
일단 들어보려고 왔는데, Y~ 강사가 수업 시간을 잘못 알려줘서,
한 시간이나 일찍 오게 되어서 기다리는 중이라 했다.
그러면서 일부러 성경을 구해 가져오기까지 했다고...
낯선 사람을 자연스럽게 잘 대하지 못하는 나였지만,
그 상황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있는 사람은 나뿐이었고, 단 둘이 있으면서 아무 말도 않는다는 건...
영어에 대해서는 기초 수준이라며 염려를 하는 그녀에게,
모두들 시작은 그렇게 한다고, 관심만 있으면 된다고,
웬지 위로같지 않은 위로, 격려같지 않은 격려를 어줍게 했었었다.
그러다가 그녀와 난, 영어가 아닌 성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고,
그녀는 말씀에 대한 나의 설명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서로 이름과 전화번호를 나누고 있는데,
마침 선생님과 언니가 왔고,
새로 온 수강생이라는데 두 사람 다 열렬한 환대를 했지만,
한 시간 정도 수업을 듣던 그녀는,
아무래도 수업 시간과 자신의 근무 시간이 맞지 않는다며
아쉬움을 남기고 돌아갔었다.
그랬던 그녀가 내게 연락을 했다.
'성경<말씀>'에 대해 더 듣고 싶다고 말이다.
어차피 금요일이면 내가 Y~에 가니까,
수업 전에 와서 커피 한 잔 하며 이야기를 하면 어떻겠냐는
나의 제의에 선뜻 그녀는 동의를 했고,
우리가 만나기로 했던 그 금요일에 Y~에 행사가 있어,
우리의 수업은 근처 카페에서 하기로 되어,
그녀와 난 그 카페에 먼저 가서 그녀가 평소에 궁금히 여기던
말씀들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누었었다.
그치만 한 시간은 짧아도 너~무 짧았다.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우리는 그렇게 헤어졌었다.
첫 번 만남은 봄이었고,
카페에서의 두 번째 만남은 여름이었다.
그리고 그때로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카톡으로만 대화를 주고받았다.
좋은 글이나 영상을 나누고, 안부를 전하며 우정을 다져갔다.
내가 친구하자~~고 했더니, 그녀는 이미 나를 친구로
생각하고 있다 했다.
우리는 그렇게 나름 '특별한' 친구가 되었다.
며칠 전 그녀가 카톡으로 좋은 글을 보냈기에,
나도 목사님께서 보내주신 좋은 영상과 글로 답을 했는데,
그녀가 문득 이렇게 묻는 거였다.
"영화관에 가는 건 괜찮으세요?" 라고.
영화는 좋아하는데, 영화관은 거의 안 가봤다,
지난 연말에 거의 십 년만에 친구랑 처음 가봤다고 했더니,
자신도 영화관에 거의 가본 적이 없다고,
근데 요즘 한 번 가보고 싶다고,
'변호인'인가 하는 영화가 보고 싶다며 보러 가겠냐고
내 의사를 묻는 것이었다.
물론, '좋다!' 고 했다.
그래서 우린 지난 여름 이후 처음으로 만났다.
나를 보자마자, 그녀는 "정말 건강해 보인다!"고 했다.
'그럼 전에는...?' 하는 표정으로 내가 보자,
처음 봤을 때도, 두 번째도 내가 '아픈 사람'처럼 보였단다.
그런데 지금은 전혀 아픈 사람같지 않고,
아주 건강하게 보인다고 해서, 그러냐며 웃었다.
하긴 다른 사람들이 보면,
내가 아니라 그 친구를 아픈 사람으로 볼 정도로
안색이 많이 창백하고 여위었다.
게다가 기분 전환한다고 어제 머릴 짧게 잘랐다더니,
날도 추운데 더 핏기가 없어 보였다.
가까운 영화관에 가서,
시간을 알아보고, 예매부터 하고나서,
우린 근처 한식당에 가서 밥을 먹었다.
마치 오래도록 만나온 친구처럼,
자연스럽게 밥을 먹으며 온갖 이야기를 나누며,
나오는 이야기마다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듣는 것같은
공통점과 닮은 성격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
대화를 나누며 어떤 부분에 대해 '공감'을 하고,
'이해'를 할 수는 있어도 공통점을 발견하고,
'닮음' 을 알게 되기란 흔한 일이 아니라 여겨진다.
동지를 만난 듯 반가운 마음과,
또 다른 누군가가 나와 흡사한 삶의 고충들을 겪었다는 사실에
마음 한 켠이 아려오며 안쓰러움이 느껴졌다.
뭐라 말할 수 없는 감정이 저 밑으로부터 올라옴을 느꼈다.
자신은 정말 '사진발'이 받지 않는다는 친구의 말에,
나도 마찬가지라며, 그래도 이렇게 영화관에 온 인증을
남겨야 하지 않냐며 옆에 앉혔다.
곁에 있는 여학생에게 부탁해서 모습을 담았다.
그 친구한테 허락을 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은 스스로 터득<?>한 방법으로 스티커 처리를 살짝 했다. ㅎㅎ
이 정도는 이해해 주겠지 하면서~~~
처음 만난 것을 생각하면,
그냥 그렇게 헤어지고 끝이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말씀에 대한 내 이야기에 그렇게 공감을 하고,
말씀에 대해 더 듣고 싶어 찾아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리고 그 후로도 주욱 연락을 주고 받으면서,
결국 이렇게 다시 만나 밥도 먹고 영화까지 보는 사이가
될 줄이야 생각이나 한 일인가 말이다.
인연이란 따로 있는지...
내 오랜 친구 외에 나한테 '영화'를 보자고 청한 사람은
그 친구가 처음이었다. 고맙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무튼, 난 오늘 그 친구를 만나 함꼐 해서 즐거웠고,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를 벗으로 허락해 주신 주님께
그저 감사하는 마음만 들 뿐이었다.
어디까지, 얼마나 오래... 그런 건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고,
앞으로 우리가 함께 하면서 나눌 많은 이야기들이
그저 기대가 되고 기다려질 뿐이다.
예전에는, 한 번 어긋나고 끝이나면,
다시 시작하기가 두렵고 망설여지고 마음을 열기가 어려웠는데,
정작 그래야 하는 지금, 나는 오히려 설레이고 기대가 된다.
우리 두 사람의 만남을 주님이 어떻게 이끌어 주실지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끔찍한 고문 장면이 많아 난 자주 눈을 질끈 감아야만 했다.
그래도 시대의 단면을 새삼 깨달았고,
새롭게 많은 것을 접한 것 같고 배운 듯해서 좋았다.
그 영화를 보고 나와서, 예수님과 바리새인들과의 관계에 대해
언급할 정도로 모든 것을 성경에 대입해 보는 친구의 태도에
내가 더 놀랐고 감탄했다.
조만간 다시 만나 말씀에 대해 실컷 대화를 나누자고 하고
우린 손 흔들고 헤어졌다.
돌아서는 내 발걸음이 그렇게 가벼울 수 없었다~~^^
영화가 시작하기 직전에 화장실에 간 친구를 기다리며,
사진 찍어달라 한 여학생을 기다리게 하는 것이 미안해서,
폰을 건네며 그럼 내 모습이라도 찍어달라고 했다.
그런 식으로라도 뭔가를 하며 기다려야 할 것 같아서 말이다. ㅎㅎ
실내가 어둡다고 플래쉬를 켰더니 불빛에 얼굴마저~~
'내가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귀한 환자?? (0) | 2014.02.11 |
---|---|
오늘 아침에~~ (0) | 2014.01.17 |
2014년의 문을 열면서~~ (0) | 2014.01.01 |
대림절 넷 째 주일에~~ (0) | 2013.12.22 |
오늘은... (0) | 2013.12.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