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에 이 치료를 받으러 다녔었다.
잇몸이 자꾸 드러나서, 자칫 신경마저 드러나면,
그땐 정말 문제가 심각해진다는 소릴 들었었다.
반 정도 하고 두 달 후에 나머지를 마저 하자고 했었는데,
갑작스레 이식 수술을 받으러 가는 바람에 중단하게 되었다.
두 달은... 어느새 일년을 더 넘기게 되고,
결국 상태의 심각성을 깨닫고도 한참 지난 지금에서야,
다시 치과 문을 열고 들어가게 되었다.
부부가 하는 치과인데,
부부 아니랄까봐 두 사람 다 얼마나 친절하고
설명도 조근조근하게 잘 하는지 볼수록 닮았단 생각이 든다.
작년에는 남편 의사한테서 치료를 받았었는데,
올해는 부인 의사한테서 진료를 받게 되었다.
마음적으로 훨씬 더 편하고 좋았다. ^^
나이가 들면서 잇몸이 자꾸 약해지고 내려앉는다며,
그걸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최선을 다해서 치간 칫솔과 일반 칫솔로 칫솔질을
꼼꼼하게 신경써서 잘 해주는 수밖에 없단다.
더우기 나처럼, 당뇨, 고혈압에다 이식까지 받은 사람은,
더 그런 문제 발생이 쉽고 치료도 까다롭고 어렵다는...
스케일링마저도,
담당 선생님께 전화해서 해도 되는지 물어보라고 해서,
새삼 내가 어떤 존재이고 상태인지...를 깨달았다.
들어가니, 소파에 몇 사람이 대기하고 있고,
중간에 예약을 한 꼬마 환자가 엄마 손을 붙잡고 들어왔었다.
반 시간 정도 기다리는 동안에,
요즘의 내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대기실에서 보여지는
치과 내부를 두 컷 담았다.
내 이름이 불려지고,
언제나 긴장이 유발되는 의자에 눕다시피 앉아서,
이 상태를 상세히 점검 받고,
찍힌 사진을 보면서 한참 설명을 들었다.
내가 겪어온 고통 지수에 기준하자면,
솔직히 0에 가까운 무고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의사는, 다 마치고 일어나 앉는 내게,
잘 참아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
아무리 형식적인 것이라 해도 그런 인사를 받기 민망할
정도로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일단 약을 바르고, 굳기까지 세 시간 이상 음료수 외에는
아무 것도 먹지 말고, 혀가 대이지 않게 하라는
주의를 받고 나왔다.
수요일에 가서, 본격적으로 치료를 받기로 하고...
치과에 가기전에,
뭐라도 좀 마시든지 먹든지 하고 갈 것을,
그냥 간 바람에 살짝 저혈당이 오려고 했다.
가까운 거리임에도 집으로 오는 걸음이 휘청거렸다.
주스 한 잔 가져와서 마시고,
의자에 털썩 주저앉으니... 멍했다.
한 것도 없는데, 긴장도 전혀 하지 않았는데,
단지 치과를 다녀왔다는 것만으로 그런가...
저혈당 기운에 그런 건가...
내 모습이 어떤가 싶어 앞에 있는 폰으로 셀카를 찍어봤다.
사진이란 게 참 우스운 것이,
거울로 내 모습을 보는 것보다 그렇게 찍힌 모습이
뭔가를 더 많이 보여주고, 숨길 수 없는 것들이 보이는 듯하다.
실제보다 더 피곤해 보이고 더 멍해 보인다고나 할는지...
볼에 난 뾰루지까지 더 크게 보이네 참~~
어젠, 예배를 드리면서, 각막이 심각한 지경이 되어,
눈을 볼 수 없었던 적은 있었어도,
지난 16년 동안 단 한 번도 눈을 수술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에
새삼 감사함이 물밀듯이 밀려와 울컥했었다.
언제가 될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 갖고 있는 지체들을 이대로 쓰다가
이 땅을 떠나고 싶은 게 소망 중에 하나인데...
나이와 함께, 병과 함께 하나 둘 자꾸 탈이난다.
눈도, 이도, 이식받은 신장도, 손과 발도....
더는 내 몸에 칼을 대고 싶지 않은데 말이다.
하기야 어디 그것이 나만의 바람일런가.
최선을 다해서 조심하고 지키려 노력을 기울여야지...
오늘은, 또 그렇게 나의 바람을 아뢰어야겠다, 아버지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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