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도 예배 시작 십 분 전에는,
자리에 앉아 있어야 마음이 편하고,
좀더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를 드릴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건... 이것도 고정화된 습관일는지...
내내 한다고 말만 하고 하지 않더니,
하필 주일 아침에, 변기 교체 공사를 한대서,
서둘러 아침밥 먹고 준비해서 평소보다 더 일찍 교회로 향했다.
그래서 예배당 안 자리에 앉았을 때는,
예배 시작되기 반 시간 전이었다는...
그 넓은 예배당에 열 명도 채 되지 않는 사람들만
자리에 앉아 있어서 고요하다 못해 적막함마저 감돌았다.
하지만 그 적막함이 주는 분위기가 나는 좋았다.
그 좋음을 이렇게 폰을 꺼내 예배당 모습을 담는 것으로~~ ^^
예배가 시작될 무렵 사모님이 조용히 내 곁에 와 앉으셨다.
오늘도 변함없이 교회 버스를 타고 오셨을텐데도,
붙잡은 손이 차가웠다.
감기가 다 나았다고 해서 기뻐했더니,
아직 다 떨어지지 않았는지,
비음 섞인 음성에 감기 기운이 살짝 느껴졌다.
그저 곁에서 함께 예배를 드린다는 것만으로도 좋고,
청아한 목소리로 부르는 찬양을 들을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사실, 개인적인 일들은 서로 잘 모르는데도,
영적인 소통이 이루어지고 깊은 호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참... 놀랍고 감사하다.
예배가 끝나고 같이 사진을 찍자고 내가 청했다.
"지금 모습이..." 하며 당황해하는 사모님의 손을 꼭 붙잡고서,
요즘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사진을 찍어서 간직하는 게
나의 '낙'이라며 찍고 싶다고 했더니,
"그럼 그래요~~" 하며 기꺼이 응해 주셨다.
십 년전이나 지금이나 늘 그 모습인 사모님의 젊음의 비결이 궁금타~ ㅎㅎ
찍은 사진을 집에 와서 카톡으로 보내주었더니,
답이 왔다.
<집사님, 한 주간도 행복하세요.
당신이 사랑이 참 많이 느껴집니다. 감사합니다> 라고.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지난 십 여년간 못해 본 거 한꺼번에 다 하려는 듯이,
걸핏하면 이러고 있는 나자신이 정말 주책스럽게 느껴진다.
이래서 애같다는 소릴 듣나 싶다.
지금보다 더 나이들면, 이러라고 해도 못하겠지...
지금 이러는 게 마지막 주책인지도 모르지~
집에 가면, 기술자들이 공사한다고 드나들까봐
바깥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들어가자 싶어 식당엘 갔는데,
입맛도 없고, 웬지 오늘따라 맛도 별루였다.
먹다 말고는 나왔다.
집으로 걸어오는 길에, 미용실 앞을 지나오는데,
보통 주일에는 가게를 열지 않더니만 오늘은 어쩐 일인지,
안에 사람들도 있고, 조명도 밝게 켜져 있는 거였다.
작년 여름 이후 처음으로 가보는 거였다.
문을 밀고 들어서자 원장이 나를 한참 쳐다보더니,
알아보고 깜짝 놀라는 바람에 나도 놀랐다.
살이 싹 다 빠찌셨네요?? 로 시작해서,
얼굴이 정말 좋아 보인다까지...
하긴 일년 하고도 반만이니 시간이 많이 흘렀지.
원장의 얼굴이나 모습이 그대로여서,
나도 내 모습이나 얼굴이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줄 알았다.
해도 그렇게 놀랄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싶으면서도,
달라지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하니, 새삼 말문이 닫혔다.
끊임없이 탈모가 이어지니,
굳이 자를 일도 없고, 파마는 더너군다나 할 일이 없는터라,
미장원에 갈 생각조차 못하고 지냈었다.
얼마 남지도 않은 머리카락이라...
웬만하면 내가 잘라도 자를 수 있을 것 같고,
돈 주고 자르기에는 낭비인 것만 같았다.
그러다 차일피일 미루는 사이에 시간이 이만큼 지나버렸다.
그런데도 굳이 오늘 그렇게 미용실 문을 열고 들어선 것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유일한 신체 일부는 머리카락 뿐이고,
삶에서 할 수 있는 건 이 블방 꾸미는 것 뿐이라...
그렇게라도 잘라서 기분 전환을 하고,
내 흐트러진 감정을 추스리고 싶었던 까닭이라고나 할는지...
내 마음대로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라지만,
그렇게 안되는 사람 중에 둘찌 가라면 섭할 존재가
바로 나이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이 더 들어서라고 할는지...
지저분하고 너불거리는 것 뿐아니라,
아예 숏컷으로 다 쳐내다시피 했다.
쳐낼 머리카락이라도 낭아있음을 감사하여야 되는데,
왜 그마저도 안되는 것인지 참...
무엇을 그리도 자신에게서 쳐내고 싶었던 것일까.
거미줄처럼 나를 움쩍달싹도 못하게 하는 모든 것들이라고 할지...
머리카락을 잘라서 쳐낼 수만 있다면 민머리도 감수할 터였다.
다 쳐내고 다시 나는 머리카락으로 새로 지붕을 삼고 싶다.
그래서, 그렇게 해서 되는 일이라면...
그럼에도 겨우 그렇게 머리카락 자르는 것으로,
울분을 삭히고 감정을 해소할 수밖에 없는 게... 나였다.
마음 속에 표현하고 싶은 것들 가득 담고 있어도,
담고 있을 수밖에 없는 게 내가 감당할 일이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퍼내서는 안되지...
참되 끝까지 참고 견뎌내야지...
그래도 그렇게 얼마 남지 않은 머리카락을
미련없이 쳐내고나니 묘하게 시원함이 느껴졌다.
흐트러진 것도 어느 정도 정리되어 말끔해진 것 같고,
알 수 없는 가벼움도 내 안에 새로 생긴 듯했다.
이렇게 또 한 고비 넘기고 살아오던 것처럼,
그렇게 이어서 살아가는 게 인생인가 보다.
"이제, 몸도 가벼워지고 자유로워지셨는데,
여행도 많이 다니고 하고 싶었던 것도 하고 그러세요..."
나보다 한참 연상인 원장이 손님이라고 꼬박꼬박 존어를 쓰며
지난 수년 간 보아온 나의 안타까움을 그렇게 위로했다.
대답 없이 입꼬리만 살짝 올리며 웃기만 했다.
'네, 나도, 누구보다 내가 더 그러고 싶어요...'
속으로만 대답을 하면서...
살다보면, 그럴 날이 오겠지...
주님 내게 허락하시면,
그런 삶이 내 것이 될 날도 있겠지...
스스로 위안을 삼으며,
그분의 자비하심에 의지하여 가던 길 가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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