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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s & stories

변화

by IMmiji 2013. 11. 15.

 

 

 

 

 

오늘은 Y~에 가는 날!

반 시간도 더 일찍 도착이 되어 보니,

불만 켜져있고 아무도 없던 평소와는 달리,

대강의실에는 요양사 수업을 듣는 이들로 가득했다.

 

그 앞을 지나 우리의 '로뎀나무실' 로 들어가니,

부쩍 추워진 날씨로 말미암아 한쪽에 히터가 세워져 있었다.

히터를 켜야 할 정도로 수강실은 많이 썰렁했다.

히터 켜고, 휴지로 공부하는 탁자를 깨끗이 닦고,

다들 오면 마실 커피물도 준비하고...^^

 

수강실 문을 열며 "Hi!" 하는 언니가 늘 두 번째다.

한 주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안부를 묻고,

숙제<영어성경 구절 암기>는 잊지 않고 했냐...며 웃곤 한다.

언니를 안지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 한 번도 같이 사진을 찍어본 적이 없었다.

 

세 번째로 들어오는 젊은 피<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 발령을

기다리는 28살의 아가씨>에게 다짜고짜로 폰을 건네주며

언니랑 같이 사진을 찍어 달랬더니 흔쾌히 응해주었다.

언니를 첨 만났을 때 내가 28살이었는데,

그리고 언니는 막 결혼해서 임신한 상태의 32살 젊디 젊은 새댁이었데,

그새 이렇게 나이가 들었다... ㅜㅜ

 

이제 언니는,

늙어서 사진 찍기 싫다고 몸을 빼는 쉰이 되었다.

시위를 떠난 화살같고, 스쳐지나가는 바람같은... 무정한 세월!

주름을 남기고, 흰머리를 남기고, 기억력을 감퇴시키는 세월의 흔적...

그럴지라도, 이 늙어가는 과정도 우리 인생의 한 부분이지 않는가.

좋든 좋지 않든, 그것은 우리 삶의 결과이고 바로 우리 자신인데,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여야지...

 

 

투석을 시작했을 때,

이식은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투석을 하는 데까지 하다가

부르시면 가리라... 여기고, 길고 긴 어둔 터널로 들어섰었다.

내 부모, 형제조차 나 몰라라 하던 그 때에,

언니가 이식신청을 하도록 나를 데리고 신장실로 갔었다.

 여섯 대롱의 피를 뽑아 이식을 위한 검사를 하고,

그 정보를 전국 병원으로 보내는데 70여만의 비용이 필요했었다.

70만원은 커녕 7만원도 없던 내게,

언니는 자비를 들여 이식 신청을 하도록 해주었다.

내 이식을 위한 하나님의 프로젝트 제 1호로 쓰임을 받은 이가

언니라고 나는 감히 단언한다.

 

그때 그렇게 신청하지 않았더라면,

7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는 동안 투석을 하면서도,

내겐 이식에 대한 아무 소망도 어떤 바람도 없었을 것이다.

통상적<복음적은 아니지만>으로 말하는 '선한 사마리아인'이

바로 이 언니라 할 수 있다.

내게는 두고두고 은혜를 갚고 고마워해야 할 또 한 사람이다.

이렇게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정말 기뻤다.

사진을 잘 찍어준 젊은 피 ㅇㅇ양에게 고마움을~~^^

 

하루 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내 몸이,

나자신이 달라진 '변화'를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투석으로 인해 몸이 많이 붓고 무거웠을 때,

열 걸음을 걷고 서서 숨을 고르고 쉬었다 다시 걷고 했었다.

그땐 한 번 교통카드에 충전을 하면 몇 달씩 갔었다.

그 몸으로 어디 나가는 게 너무 힘들었으니까.

정말 컨디션이 좋을 때만 나갔으니까...

그런데 요즘 난 너무 자주 충전을 하고 있다. ㅎㅎ

 

이식을 받고도, 한동안 계단을 오르지 못했고,

오른편 다리의 동맥을 신장에 이어 많은 피를 거르게 하는 탓에,

걷기가 정말 힘들었다. 10m 가다가 서고, 20m 가다가 쉬고,

그러다 차차 더 많이 더 오래 걷게 되고,

어느 날부터 걷는데 자신감이 생기고, 계단도 잘 오르게 되었다.

 

오늘 수업을 마치고, 언니랑 맛있게 점심도 먹고,

돌아오는 길에 안과에 들러 검사하고 처방받아 버스를 타려는데,

요즘 실시간 버스 운행 정보를 알려주는 알림판에,

내가 타야 할 버스가 도착하려면 16분이나 기다려야 한다는 거였다.

대신 곧 오는 다른 버스를 타면 두 정거장 남짓 집까지 걸어야 했다.

 

전 같았으면,

난 16분 아니라 26분이라도 집 가까운 곳에 내리는

버스를 기다리며 서 있었을 터였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나는 그러지 않는다.

왜?

이젠 기꺼이 두 정거장 걷는 것을 택할 만큼 감당이 되니까!

이 힘과 자신감을 주신 분...

내 아버지께 무한한 감사를 드리며,

오늘도 찬송을 흥얼거리며 집으로 가볍게 돌아왔다.

 

지금은 죽을만큼 고통스럽고 힘들어도,

일 년 뒤에는,

지금을 옛말처럼 하게 될 날이 올 거라던,

수술을 담당했던 내,외과의들의 격려들이 새삼 떠오른다.

그래, 이제 '투석 시절'은 옛날이 되었다.

그러나 결코 잊을 수 없는, 잊어서는 안되는 과거이다.

그 날들이 있었기에 '지금'이 있는 거니까.

'전' 과 '후' 가 늘 공존해 있는 삶이 바로 내 것이다.

잊지 말라고! 감사하라고! 누리라고!

 

 

 

이 사진을 찍은 때는, 지난 달 19일...

향기님이랑 경주에 가기 위해 역으로 가던 중 한 컷!

이때만 해도 은행나무 잎이 푸르렀었는데...

 

 

 

 

그 은행나무길 옆에 은행이 있고,

그 은행 옆에 이런 조형물이 있는 줄 오늘 첨 알았다는...

그렇게 많이 지나다녔는데 왜 몰랐을까.

마음이 없었던 탓이겠지...

관심이 있고 마음이 있으면 다 보이기 마련이니까.

너무 무심했던 것 같아 미안한 마음에 담아봤다. ㅎㅎ

 

 

이건 오늘 집으로 오는 길에 찍었다.

저 멀리 떨어진 은행잎을 쓸고 계신 아저씨의 모습이...

계속 떨어지는데, 어차피 또 쓸어야 하는데,

그냥 두시면 좋겠구만...  혼자 중얼거리며 걸었다.^^

불과 한 달 사이에 이렇게 계절은 변화하고 있고,

우리도, 나도, 시나브로 변해가고 있고,

기식하고 존재하는 모든 것은 다 변하고...

오직 대주재이신 하나님만이 불변하실 뿐이라는

당연한 결론을 내리며 발걸음을 집으로 향했다~~~는 얘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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