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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s & stories

살다보니...

by IMmiji 2013. 11. 14.

 

 

 

 

지난 9월에, 병원 가서 하던대로 4주 뒤 예약을 하려고하니,

마침 그 날이 개천절이라 진료를 보지 않는다고,

간호사가 며칠 앞당겨 예약을 하겠다는 것을,

얼른 집에 약이 충분히 있으니까 그 다음 주로 해달라고 해서,

첨으로 5주 뒤로 예약일을 잡았었다.

 

그리고 지난 달에 정기 검진일이 되어 병원에 갔을 때,

유달리 환자들이 많아서 선생님이 경황이 없으신 틈을 타,

지난 번하고 똑같이 처방해 주시면 된다고 슬쩍 말을 흘렸고,

선생님께서는 별 말씀없이 "그래~" 하시며 그렇게 해주셨었다.

덕분<?>에, 이번에도 다섯 주만에 병원엘 가게 되었다.

한 주 더 늦게 가는데, 얼마나 여유있게 가는 듯한지 참...^^

 

 

 

 

요근래 부쩍 추워졌다고는 하지만,

병원에 갈 때 외에는 이렇게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서는 일이 없다보니,

오늘 아침 바깥에 나가보고 깜짝 놀랐다.

가을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11월의 아침은 겨울 그 자체였다.

날은 밝았지만, 해는 비치지 않고, 공기는 싸하니 더없이 차가웠다.

 

그렇게 추울 줄 모르고,

옷 안에 붙어 있던 속은 떼내고 그냥 입고 나갔었는데...

다시 들어와 일일이 단추 꿰고 붙이고 할 시간이 없어 그냥 갔다.

그래도 정말 추웠다면 세상 없어도 달고 갔겠지...ㅎㅎ

 

몇 번의 경험으로, 오늘은 밥도 좀 더 먹었고,

맞던 주사도 한 단위 더 낮춰 맞고 갔음에도,

지난 번처럼,

20대나 30대까지 위급할 정도로 내려가진 않았지만,

49라고 해서, 또다시 주사 단위를 조정해야 했다.

의문점을 제기했다가 한 차례 열띤 강의를 듣고,

솔직히 온전히 납득을 한 건 아니지만,

무슨 말씀인지 이해했다고 일단락을 짓고 일어섰다.

 

당화혈색소 수치도,

혈당이 아주 잘 조절되고 있다는 안전지대였고,

신장도 좋고, 다 좋은데, 그 혈당이란 녀석이 참...

올라가서 문제였지, 이렇게 내려가서 심각해진 적은 없던터라,

나 뿐아니라, 아니 나보다 선생님이 더 노심초사이시다.

식전보다, 밥 먹고 식후에 저혈당으로 떨어지는 특이한 경우라고,

선생님은 일일이 자판을 두드려 기록에 남기셨다.

 

아~~ 그리고 기쁜 소식~~

오늘 처음으로, 예약 날짜를 6주 뒤로 잡았다!!

1주마다, 2주마다, 그리고 최고로 4주마다 정기적으로 가던 병원이었다.

이번처럼 5주만에 가보기는 가뭄에 콩나듯 드문 경우였고...

그런데 6주라니... 살다보니, 세상에 이런 날도 다 있다.

게다가 마침 예약 날이, 선생님이 계시지 않는 날이라고,

닷새 뒤인 화요일로... 자그마치 45일 뒤에 가기로 되었다~~

물론 간호사는 앞당기려고 했지만 그걸 허용할 순 없는 일이지...^^

 

 

수치가 49이다보니, 그리고 이젠 새로 바뀐 인슐린에도 몸이

적응을 하는지 저혈당 증상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그 감지 덕분에, 평소와는 달리 주문하는 일이 거의 없는

카라멜 마끼야또<병원내 커피가게에서 제일 단 것으로>를 사서

자리에 앉아 마시다가, 마침 앞에 있던 아가씨한테,

폰을 내밀면서 한 컷 찍어줄 것을 부탁했다.

 

누가 찍어준대도 손으로 가리고 피하던 내가,

살다보니, 먼저 폰을 건네며 찍어달라는 말을 할 정도로

뻔치가 늘어난 것에, 누구보다 나자신이 더 놀랐다. ㅎㅎ

뭐 이런 웃기는 아줌마가 다 있냐...는 아가씨의 표정을 보며,

그 앞에서 멋적고, 쑥스럽고, 민망한 웃음을 지어야 했던

내 기분을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향기님 말처럼, 그러다보면 조금씩 '염치불구하고...'의

경지에 이르게 되지 않을까 싶다.

 

때로는, 고통을 견디고 삶의 휘둘림을 참는 것보다,

이런 사소한 일이 더 어렵게 여겨지고, 

도저히 못할 일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

주변머리라고는 없는 나에게는... 차라리 참고 견디는 게 쉽지,

누군가에게 멋적고 쑥스러운 일을 부탁하기가 정말...

그런데 이제 하나씩 둘씩 하지 않던 것들, 못하던 것들을 하고 있다.

 

해서, 난 요즘 내 나이를 잊고 사는 듯하다.

유행가 가사처럼, 그래,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지~~~ ㅋㅋㅋ

나를 사랑하고, 주변을 사랑하고,

허락된 모든 것들을 누리며 감사하는 거지.

사는 게 뭐 별건가.

이러면서 하루 하루 살아가는 거지 뭘!!

하나님이 허락해 주신 시간이고 삶인데 누려야지, 마음껏~~^^

 

 

병원에서 집에 돌아오면 맨먼저 하는 일 -

비누칠 해서 손 깨끗이 씻기.

그 다음에 옷 바꿔 입고, 커피 한 잔 마시기.

그 다음에, 점심을 먹지 못했을 경우, 늦은 점심 먹기.

맨 마지막으로,

받아온 약을 다 꺼내서 약봉지마다 하루치씩 나누어 담기.

그것을 나는 '재조제'라고 부른다. ㅎㅎ

 

정해놓고 하는 일상이지만,

매번 약을 꺼내놓고 일일이 잘라 넣으면서

이 약들이 내 몸을 한 편으론 유지하고

다른 한 편으론 병들게 한다는 사실에 씁쓸해진다.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은,

이 약을 통한 주님이심을 다시금 깨달으며,

오늘도 무사히 병원에서의 모든 일들을 잘 마치고

집으로 무사히 돌아오게 해주신 것을 감사드리는 것으로 마무리~~

 

45일 뒤에야 다시 본다고 선생님께서 먼저 크리스마스

잘 보내라고 인사를 건네셨는데,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한 해의 마지막 날에 뵙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

이렇게 이른 성탄 인사를 해보기도 처음이었다... ㅎㅎ

아무튼, 그때까지 선생님도 간호사님도 안녕하시고 잘 지내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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