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내가 영화관에서 가져온 포스터를 찍은 것...
얼마 전에, 친구가 아이들을 데리고 연이어 주마다
영화를 보고 왔다며, 본 영화에 대해 조금 언급을 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Gravity 였었다.
우주 공간에서, 사고로 우주선이 잘못되는 바람에
남녀 두 사람만 살아남아 죽은 동료들의 시신들을 살피며,
귀환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라고 하길래,
뭐 대충 그런 영화인가보다 했었다.
이번 주 내내, 뭘 하느라 바빴었는지,
늘 월요일 아침만 되면 분당우리교회 이찬수 목사님의
주일 설교를 보고 듣는데, 이번 주엔 오늘 아침에서야 봤다.
설교 중에, 이 목사님이 이 영화 Gravity에 대해 언급을 하시면서,
광활한 우주, 광대한 우주에 얼마나 매료되셨던가를,
거기에서 우주보다 더 크고 위대하신 우리 하나님의 전능하심과,
온몸에 전율을 느낄 정도로 경이로움을 깨닫게 되셨다며,
꼭 한 번 볼 것을 강력하게 권하시는 거였다.
이목사님이 권하시는 영화라니, 보고 싶어졌다.
게다가 주연 배우들이 내가 좋아하는 Sandra Block과
George Clooney라는 게 아닌가.
우연찮게 난 그 두 배우의 영화를 제법 많이 봐왔다.
영화를 본 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Gravity의 주연은 Sandra이고,
Clooney는 제 역활을 다한 빛나는 조연이었지만,
너무 아쉽게 나왔다가 들어갔고,
주연이라 이름을 올린 Ed Harris는
목소리만 잠시 나왔을 뿐이었다.
음악이나 미술처럼, 영화도 일종의 개인적 취향이라고
말하고 싶으나, 영화는... 그보다는 더 주관적인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마치 개개인의 인생처럼...
사실 난 나름 기대를 많이 했었다.
내가 본 Gravity는,
죽은 동료 시신들과의 어떤 에피소드도 아니었고,
광활한 우주의 경이로움도 아니었다.
그것은, 죽음 앞에 선 인간의 적나라한 모습 그 자체였다.
지구가 바로 내려다 보이고,
바라다 보이는 우주 공간에,
그처럼 많은 우주 쓰레기같은 잔해들이
무시무시한 속도와 위협적인 모습으로 돌아다니는 줄 몰랐다.
피치못할 사고와 그 잔해들로 인해 급박한 상황이 도래했고,
미처 피하지 못한 우주인들이 단 둘을 남겨두고 끔찍한 모습들로 죽었다.
그렇게 남겨진 둘도, 생사 여부를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 이어지고 그 상황이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이어진다.
심장이 약한 사람은 중간 중간 갑자기 끊어졌다 높아졌다 하는
음향에 가슴이 오그라들었다 서늘해졌다... 장난이 아니었다.
난 오늘 처음으로 3D 영화를 봤다.
그도 그럴 것이 근 십년 가까이 첨으로 영화관을 간 거였고,
내가 마지막으로 본 영화가 Harry Porter 시리즈 3,4 편인가였으니
그간의 세월이 얼마나 흘렀겠는가.
영화 관람료도 내가 끝으로 지불했던 것의 딱 두 배였고,
3D 영화를 보기 위해 3D 안경도 첨으로 써봤다.
화면에서 공구들이, 우주 잔해물들이 내 앞으로 훅 날아오고
그걸 잡으려던 주인공의 손이 내 눈 앞에 불쑥 나타났을 때,
솔직히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
영화가 3분지 2정도 올 때서야 비로소 거기에 적응이 됐다.
이미 그 영화를 아이들과 봤으면서도,
친구는 기꺼이 나와 다시 한 번 그 영화를 봐주었다.
첫 번 봤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 있다고 말은 했지만,
나를 배려한 마음이 느껴져 내심 미안하고 고마웠다.
너무 밝고 너무 어두운 곳에서는 쉬 적응을 못하는 눈 땜에
잘 부딪히고 넘어져서 영화관을 피해왔었고,
의외로 영화관 실내가 먼지가 많고 지저분하다는 보도를 듣고
더 가지 않게 되었지만, 실상은 여유가 없었다는 게 제일
솔직하고 큰 이유일 것이다.
경제적인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는 심적인 여유가 늘 부족했다.
오늘 Gravity의 긴박감 속에서 일어나는 장면, 장면들에도 불구하고,
지금 내게 인상 깊게 남아있는 장면은 두 가지다.
하나는 Dr. Stone<Sandra Block 분>이 살아날 모든 가능성이
사라지면서, 죽기만을 기다리는 절박한 상황에서 했던 말들...
"난 오늘 죽을 것이다... 아직도 난 무섭다...
나를 위해 슬퍼해 줄 사람도 없고 나를 위해 기도해 줄 사람도 없다...
나는 기도해 본 적이 없다.
아무도 내게 기도를 가르쳐 준 적이 없으니까..."
그러면서 주파수에서 들려오는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개소리를 따라 자기도 개소리를 내며 미친듯이 몸을 흔들고 하던...
자신이 죽을 것을 감지한 인간의 내면은 과연 어떨까...
무섭고 두렵고 미칠 것 같겠지...
더우기 믿고 의지하는 절대자가 없을 경우에는 더...
그 상황에서 나라면... 어땠을까?
나를 위해 슬퍼해 줄 사람에 대해서는 모르겠지만,
나를 위해 기도해 줄 사람들은 있으리라 믿는다.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기도뿐이고,
할 수 있는 게 있었다 해도 기도부터 했을 것이다.
아님, 미친듯이 하나님을 찾고 부르짖었겠지...
어떠한 극한 상황에서도,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내 기도를 들어주시는 분이 계시다는 것은...영광이다.
그 생각에 얼마나 감사해지던지...
온갖 우여곡절 끝에,
그 한없이 이어지는 무중력 상태에서 가까스로,
기적처럼 벗어나 중력이 존재하는 이 지구에,
이 땅에 마침내 유일한 생존자로
Dr. Stone이 착륙을 했을 때,
폐부 깊숙이 공기를 들이마시고, 그 해변가에 엎드려
자신의 손으로 흙을 감싸쥐면서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얼굴로,
간신이 땅에, 흙에 발을 딛고 일어서면서,
그녀가 남긴 마지막 말이자 그 영화의 마직막 대사가,
바로 "Thank You"였다.
그 감사는 누구를 향한 감사였을지... 알 것 같지 않은가?
숨을 쉬어야 사는 인간이, 숨을 쉴 수 없다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상황이 있을까...
고통과 죽음에 대한 공포로 그 자체가 죽음이었을테지.
여러 시간의 수술 끝에, 모든 장기가, 특히 폐가 기능을
멈추고 오그라졌다가 다시 활동을 정상적으로 하게 될 때까지,
숨쉬기가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죽을 것 같던 때가 떠올랐다.
사람이 숨을 쉰다는 것만큼 행복하고 기쁜 일이 있을까.
Sandra가 산소 부족으로, 정신을 잃을 만큼 호흡이 어려울 때,
지난 시간과 오버랩이 되면서 나까지 호흡이 괴로울 지경이었다.
날마다, 숨쉬는 순간마다 우리는 감사를 내어놓아야만 하는
존재들임을 새삼스럽게 절감했다.
내가 살기 위해 얼마든지 남을 죽일 수 있는 존재인 인간이,
다른 사람을 위해, 그 사람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기꺼이 포기할 수 있다는 건... 예수님같은 마음 뿐인데...
그 역할을 멋지게 해주고 간 George Clooney는
잠깐이었지만, 잊을 수 없는 멋진 인상을 남겼다. ^^
그런 멋지고 남자다운 사람...이 왜 주변에는 없는지 참~~
친구 덕분에, 이목사님 덕분에,
아주 아주 오랫만에 좋은 영화를 보고 너무 행복하다.
영화 중에, 잠깐씩 비친 지구와 우주의 모습을,
폰으로 찍는 매너없는 짓을 하고픈 것을 억지로 참았다.
손에 폰을 들고 있었지만, 옆에 앉은 친구가 창피해할까봐...ㅎㅎ
나 혼자였으면 어쩜 매너없는 짓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ㅋㅋ
여튼,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영화였다.
이건 나로서는 영화에 대한 최고의 극찬이라는 점~~~
이건 스크랩해 온 포스터와 영화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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