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 다시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나...
11월이 되고나서도,
이상하리만치 하늘은 맑고 푸른데다가,
기온마저 높아서 다니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이 이어졌다.
멀던 가깝던, 아직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기대와,
어디로든 떠나고픈 원초적<?>인 나그네 기질과
가진 것은 시간과 가벼운 주머니 뿐인 아줌마 둘이 어제 만났다.
아줌마라고 하면, 향기님이 싫어할까? ㅎㅎ
출발하기 전에, 요기는 해야겠기에,
우리가 만나기로 한 중간 지점인 버스 정류장에서,
제일 가까운 먹거리집이었던 김밥집에 들어갔는데,
허걱, 좁지도 않은 가게 안에 사람들로 가~득한 것이었다.
무엇을 먹을 것인지로 메뉴판<벽에 크게 붙어 있는>을 보다가,
내 눈에 들어온 게 있었으니, 바로 '오므라이스'였다.
그 이름을 입에 담아보기도 정말 오랫만이었다.
이십 대 초반쯤에 몇 번 먹어보다가,
그 이후론 집에서 해먹는 음식이 되어버렸고,
어떤 음식점에서도 그 메뉴를 본 적이 없었는데,
어제, 그 집에서 본 것이었다.
반갑고도 정겨운 추억의 음식 이름이었다.
향기님도 반색을 하며 먹자고 두말 없이 동의를 했다.
그 집 음식이 슴슴해서 내 입맛에는 안성맞춤이겠다고
향기님이 말할 정도로 간이 약하게 되어 있었다.
거기서 오므라이스로 식사를 잘하고 우린 '미술관'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세 동네를 거치면서, 수많은 아파트 숲을 지나
마침내 버스는 시외곽지로, 시골스런 곳으로 빠져나갔다.
시내 버스를 타고 유료 톨게이트를 지나가 보기는 또 첨이었다.
그 사이에 단풍색은 또 얼마나 짙어졌던지...
알고보니, 대구 시립<국립이라고도 적혀 있음>미술관은,
월드컵 경기장 근처에 위치하고 있었다.
버스를 타고 거기까지 가보기는 역시 처음이었다.
지나다니는 차도 거의 보이지 않았고,
신호등은 그냥 불빛도 없이 서 있기만 했다.
우리의 섬세한 사진작가 향기님은,
낙엽진 길과 곱게 단풍든 잎들을 이렇게 찍어서 내게 주었다.
이제사 고백하건대,
난 내가 사는 도시에 시립 미술관이 있는지조차 몰랐었다.
예술의 전당, 문화 회관, 아트 홀...에 대한 건 알았지만...
미술에 남다른 관심과 재능이 있어,
자주 딸아이를 데리고 미술관을 찾는 여동생이,
요즘 대구 미술관에서,
Kusama Yayoi의 Dot 전시를 한다는 것을 알고,
보러 오고 싶어 했었다.
그랬던 것이, 동생네가 오지 않고 내가 포항으로 가게 된 거였다.
향기님은 향기님대로 지인에게서 미술관에 대한 정보를 듣고
나랑 가고 싶었노라고 해서, 이 우연의 일치에 서로 웃기만 했다.
아무튼, 산자락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미술관은 넓었다.
버스에서 내리면서부터 시작된 계단은,
미술관 입구에 이르기까지 이리저리로 돌계단이 한참 이어졌었다.
내가 제일 힘들어하는 오르막과 계단을 요며칠 너무 자주 오르는 듯하다.
이렇게 체력을 단련시키셔서 어디에다 쓰시려고 참...^^
평일이라 방문객이 거의 없었고,
안타깝게도 전시되고 있는 작품들도 겨우 한 두개였다.
미술관 2층 전시관에서, 사진작가 권부문씨의 성좌전과
그의 대표작들인 풍경사진<보는 내내 우린 그게 다 그림인 줄 알고,
어떻게 이렇게 세밀하고 정교하게 그릴 수 있었을까...감탄했다는~~ㅋㅋ>과
입구에서부터 여러 점의 수묵화<엄청난 크기의>를 관람했다.
겨울을 그린 그림들이라, 보는 것만으로도 우린 내내 추워했다.
그래도 미술관에 왔는데,
그 앞에서 인증샷은 남겨야겠기에,
향기님이 서라는 대로 서서 손까지 흔드는 포즈를 취했다.
머리 윗편에, 희미하게나마, Daegu Art Museum이라 적혀 있다.
이것들은 미술관 안내 데스크 옆에 놓여있던 팜플렛들이다.
한 번 재미로 찍어봤는데, 이렇게 올려놓으니 좀 그럴 듯하기도... ㅎㅎ
이 그림들은 내가 미술관 블로그에서 스크랩해 온 것들이다.
전시관 안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으므로...
그래서 꿩대신 닭이라고 이런 식으로~~^^
우리가 감상했던 그림들은 이보다 세 배쯤 많았지만,
올려져 있는 그림이 이 정도라 요것들만 가져왔다.
그냥 이런 그림들이었다는 것을 알리는 의미에서...
오죽 미술관 안에서 마땅히 찍을 게 없었으면,
이렇게 미술관 천장과 층과 층을 튼 모습까지 찍었을까...
그래도 왔노라고, 미술관 기둥이라도 짚고 모습을 남겨야지...ㅎㅎ
내가 Kasama Yayoi의 작품들이 전시되었던 곳에서
이런 포즈를 취했던 것은, 불과 십여분 전에 저 자세로
젊은 아가씨들이 웃고 떠들며 사진을 찍고 가는 걸 봤기 때문이었다.
이 아줌마도 한 번 해보자~~며!! ㅋㅋ
전시관 한 번 돌아보고,
나와서 사진 몇 장 찍고나니,
할 게 없어서 커피나 마시자...며 엘리베이터를 탔다.
짧은 순간에 때를 놓치지 않고 향기님을 기습적으로 폰에 담았다.
아마 어제 담은 모습 중에 제일 자연스러운 것이었지 싶다. ^^
허락없이 올렸다고 뭐라고 하진 않겠지??
미술관을 나와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이런 설치물<넓은 폭의 다리같은...>이 가로로 길게 놓여있었다.
사진을 찍고 있는 곳 바로 아래에 미술관 유일의 커피점이 있다.
자동판매기조차 하나 없는 곳이 '미술관'이란다.
커피점에는, 안보다 바깥에 사람들이 더 많이 앉아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조용한 커피점에서, 마치 별실처럼 된 공간에서
둘이 마주앉아 커피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중에 한 컷!!
불빛이 다소 어스름하여 사진도 흐릿하게 나왔다.
미술관에, 전시된 그림을 보러 왔다기 보다는,
미술관에 있는 커피집에 이야기를 나누러 온 것처럼 되었다.
겸사겸사 그것도 괜찮았다.
가을빛도 많이 받았고, 가을바람도 폐부 깊숙이 넣었고,
평소에 잘 접하지 않는 벽을 가득 메우는 큰 그림들도 감상했고,
분위기 좋은 커피집에서 커피 마시며 얘기도 많이 나누고~~
그 시간에, 그런 것들을 누리며,
여유를 부리는 이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감사하고 감사할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계단들을 내려오며, 우리가 밟는 한 계단 한 계단마다
감사와 사랑의 마크를 발자국처럼 찍고 왔다~~는 후문이 있다. ㅎㅎ
'photos & stori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변화 (0) | 2013.11.15 |
---|---|
살다보니... (0) | 2013.11.14 |
양동 마을에서~~^^ (0) | 2013.11.02 |
홧팅, 우리 사랑방!! (0) | 2013.10.29 |
가을이랑 놀던 날 ~~^^ (0) | 2013.10.2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