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내려,
계속 경사진 길을 걸어 올라가면, 다니는 교회가 나온다.
평일 한낮이라 지나다니는 사람조차 없는 한적한 길이다.
근래 들어서, 몇 번 다녔다고, 그새 익숙해진 듯하다. ^^
내일 수요 예배 때, 피택자들의 임직식이 있어서,
지난 주에도 하지 못한 사랑방 모임을,
더더군다나 더 분주한 오늘 할 거라곤 생각지 못했는데,
그 와중에도 자신의 바쁨으로 인해 모임이 자꾸 미뤄지는 것이
마음이 쓰였던 목자가, 내일 임직식을 앞두고 모임을 소집했다.
그래서 오늘 정오 무렵에 교회에서 모이게 된 거였다.
다른 임직자들은 몰라도,
그래도 오랜 세월, 사랑방을 이끌어 왔고,
사랑방을 하기 훨씬 이전부터
구역 예배에서도 십 년 가까이 구역장을 해온 목자라,
임직을 앞두고, 목양들로서, 그냥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총무에게 꽃과 케잌을 준비해서 오라고 했더니,
좋은 생각이라며 그러자...고 흔쾌히 응했다.
각 자매마다 삶의 무거운 짐들로 고되고 힘들지만,
다들 그 너머의 삶을 바라보고 하루하루 주 안에서 잘 견디고 있다.
몸도 마음도 혹은 물질도... 때론 그 모두로... 힘겨운 가운데서도,
밝은 웃음을 잃지 않고,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위로하는 모습이
애틋하리만치 기특하고 사랑스럽다.
가운데 앉아 계신 목자님...
교회 일에 너무 여러가지로 열심히시다보니,
우리가 종종 마르다라고까지 하지만,
우리 교회 식당은,
그 마르다이신 목자가 없으면 곤란을 겪을 정도다.
그 일만도 버겁고 고단하기 이를 데 없는데,
사랑방 목자까지 하려니,
제대로 역할을 못한다고 늘 미안해 하신다.
그런 목자를 바라보는 우리도 늘 애가 쓰이고 안쓰럽기만 하다.
이번에, 남편 집사님<그분은 몸의 장기마다 종양으로
다 드러내서 사진을 찍으면 군데군데 비어있을 정도이다.
죽었다 살아나기를 수없이 하신 분인데 모든 것을 주 앞에 내려놓고,
직분을 훌륭히 감당해 오셨다>은 장로 임직을 받으시고,
목자님은 권사 임직을 받으신다.
그래도 사랑방 식구들인데,
'화이팅!'의 의미로 미리 응원해 주자고 모였다.
하나님 나라를 위해, 교회를 위해 지금보다 더 열심히 충성하라는
의미로 권사 직분을 받는데, 응원을 해주는 것이 마땅치 않겠는가.
미리 격려와 응원의 인사를 하길 잘했다 싶다.
식당에 가서도, 만나는 이들마다, 우리 사랑방 식구들이 이렇게
자신을 위해 응원을 하러 왔다고, 꽃바구니를 자랑하는 목자님을 보니,
그간의 모든 일들이 다 덮여지고 녹아짐을 느꼈다.
내일 수요 예배에서 다 같이 축하<?>해 주기로 했다.
한 사람씩 돌아가며 기도 제목이나 한 주간의 삶을 나누는 중에,
저마다 감사한 일, 기도 부탁...을 이야기 하다가,
평소 자신의 일을 잘 얘기하지 않던 자매가 처음으로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힘겨운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보이고,
그 이야기를 듣는 우리도 마음이 아파 함께 울었다.
감사한 일에 함께 축하하기는 쉬워도 같이 울기는 쉽지 않은데...
그 자매의 상황과 그 심정을 나름 누구보다 더
잘 이해하는 나로서는, 안타까움에 목이 매였다.
누구의 아픔이 더 크다고 비교할 수는 없지만,
요즘 유행하는 말로, 그게 어떤 건지 느낌을 알고도 남으니까...
그러한 고난의 때를 허락하신 데에는 다 주의 뜻하심이 있고,
그 때를 잘 견디고 넘겨야 하나님께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고,
믿음이 자란다는 것을... 그 자매가 알게 되기를 기도한다.
주 밖에 모르는 마음의 상처를 주님외에 누구에게 보일 수 있으랴.
고통스럽고 절박한 그 마음 그대로 들고나가 주님 앞에 내려놓고
애원을 하든, 통곡을 하든, 왜 자신에게만 이렇게 혹독하시냐 따지든,
오직 그분 앞에서만, 직접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기를 바랄 뿐이다.
오늘 나는, 진심으로, 우리 사랑방의 파이팅!!을 간절히 구했다.
아마 모두들 다 나와 같은 마음이었으리라 믿는다.
홧팅, 우리 사랑방!!
노오란 해바라기같은 꽃을 가르키며 다들,
꼭 목자님 같다고 했다.
우리 모두의 마음을 담아 전해드린 꽃바구니를 받고,
목자님은, 그 노란 꽃처럼 환한 웃음을 지었다.
앞으로의 권사 직분도 늘 그렇게 환한 미소를 지으며
죽기까지 주 앞에 충성하는 감당자가 되기를 기도한다.
꽃향기보다 더 진한 그리스도의 향기를 오래도록 멀리까지 풍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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