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에는 감 농사가 안됐다는 소릴 자주 들었다.
감으로 유명한 청도나 영동에,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무슨 병인가가 돌아서 감이 다 떨어졌다고 하는데,
내가 사는 이 동네에는,
그 병이 오지를 않았는지 가지마다 감이 많이 달려있다.
죽 뻗은 골목길을 따라 집집마다 넓은 정원이 있고,
그 정원마다 여러 종류의 감나무들이 있다.
이 집에도 제법 오래된 단감 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해마다 가을이면, 아랫층 집사님께서 감을 따는 날에,
가지랑 잎사귀가 붙은 채로 따서 갖다 주시곤 한다.
그래야 더 이쁘다고...
그저께 외출에서 돌아오니,
빨래를 널어둔 건조대 옆에 둔 세탁 바구니 안에,
잎사귀에 싸인 감들이 소복히 들어앉아 있었다.
지지난 주에, 햇살에 익어가는 감들이 예뻐서
폰을 들고나가 그 모습을 담아두었었는데...
이렇게 쓰일 날이 있을 줄이야~~ ^^
집사님댁 단감은, 단맛은 많지 않지만,
금방 딴 것이라 싱싱함은 어디에도 비할 수 없다.
해마다 빼놓지 않고 챙기시는 집사님의 마음이 친정 엄마 같다.
작년부터, 당신 몸이 부쩍 편찮으시니까,
나를 볼 때마다 눈물 글썽이시며 어깨를 쓰다듬으신다.
어쨌든지 건강 잘 살펴서 아프지 말라고...
몸도 아픈데, 신경 쓰고 마음 상하면 못 견딘다며 토닥이신다.
누구도 나를 그렇게 따습게 토닥여주지 않는데,
그렇게 마음을 써주시는 것이 고마워 눈물이 절로 나온다.
눈물 흘리지 말라고, 그러시면서 나를 붙들고 집사님도 같이 우신다.
몸도 마음도 아파본 사람들만이 아는 이심전심의 눈물이라고 할는지...
감을 보니, 집사님 생각에, 고마움과 애틋함이 가득해져서,
먹지 못하고 그냥 식탁 위에 고이 얹어두기만 했다.
생각날 때마다 집사님을 위해 기도하고 있는데...
그런데 자꾸만 더 마르고 편찮으셔서... 안타깝기만 하다.
벽이든 난간이든 붙들지 않고는 제대로 서지도 걷지도 못하시는 분이,
내게 그 감을 갖다주시겠다고 여기 2층까지 오셨을 걸 생각하니,
울컥해지면서 목이 다 매인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기도한 대로,
너무 좋은 분 집에 와서 이렇게 살고 있는 은혜를 누리는데,
자꾸 편찮으시니까... 내 마음이 너무 아프다.
당신도 편찮으시면서, 내 몸 아픈 걸 늘 염려하시니 더 속상하다.
내가 해드릴 것이 기도 뿐이라...
부디 하루 속히 건강이 회복되시기를 더 많이 기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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