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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이야기

새로운 학생들~~^0^

by IMmiji 2013. 10. 11.






이번 봄부터 YWCA에 나가면서,

1학기 넉 달 동안, 중간에 들어온 아가씨 두 명이

아주 저조한 출석율을 보이다가 그나마도 나오질 않고,

향기님과 이제는 나와 카톡 친구가 된 참한 아줌마는,

우리들의 어리버리한 영어 실력에 다니기를 체념하고,

결국 언니와 나 둘이서만 영어 선생님과의 오붓한 시간을 보냈었다.

 

9월 첫 주에 개강을 했지만,

홍보 부족으로 여전히 학생은 언니와 나 단 둘 뿐이었다.

물론 그래도 우린 즐겁게 공부했고 그 시간을 즐겼다.

그 좋은 선생님과의 알찬 수업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지 못한다는 게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문화 강좌마다, 몸으로 하고, 뭔가를 만들고 그리고 하는 건

그렇게도 많은데,  아줌마들이 아이들을 닦달하는 것처럼,

자신들은 영어 공부에 그닥 관심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러다가 시월이 되면서 변화가 생겼다!

20년 가까이 알아오던 친한 언니가 수업을 들어보겠다고

지난 주에 첨으로 참석을 했는데, 계속 나오기로 결정을 하더니,

오늘은, 나의 친구가 자기도 들으면 안되냐고 묻는 게 아닌가!!

왜 안되겠어... 당연이 되고말고지...^^

20년 동안 영어라곤 손을 놓았기 때문에 자기는 그저 앉아만

있을 거라고 하길래, 그러라고 시원스레 답했다.

앉아만 있고 싶어도 그럴 수 없으리라는 걸 잘 알기에~~ ㅎㅎ

 

지금까지의 수업도 충분히 재미있었지만,

새로운 두 학생이 옴으로써 수업은 더없이 즐거워졌다.

더군다나 그 학생들이 모두 다 내가 오랜 세월을 두고 알아온,

너무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이...^^

처음부터도 공부가 목적이 아닌 교제가 더 큰 의미였지만,

내게 이제 영어 수업은 정말 소중한 만남의 시간이 되었다.

 

지금까지 온 몇몇 학생들 가운데,

영어에, 특히 말하기에 자신이 없던 학생들은,

생각처럼 영어로 표현은 안되고 그렇다고 우리말로 하려니

웬지 좀 창피한 것 같고...해서 제대로 입도 열지 못하고 갔었다.

선생님을 비롯해서 우리가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그들 입장에서는 결코 괜찮은 것이 아닐 수도 있음을 이해는 하지만,

조금만 버티면, 시간이 지나면, 이내 익숙해지고 자신감도 생기는데,

경험자로서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아, 그러나 내 친구는 달랐다!!

머리 속에 온갖 단어들이 떠다니는데 붙들어 표현할 수가 없다며,

당당하게, 아니 아무렇지 않게, 우리말로 자기 생각과 감정을

에누리없이 잘도 말을 하는 것이었다.

"얘가 내 친구예요!!"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그런 친구의 태도가

난 마음에 들었고,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모르면 어때서? 모르니까 배우러 왔지... 게다가 오늘 처음인데?

 

친구가 일하는 요양원에 외국인이랑 결혼한 아줌마가 계시는데,

이제 쉰 넷 밖에 안됐는데 치매가 왔다는 거였다.

그 아내를 날마다 보러 오는 남편분이 그렇게 지극정성이시란다.

그런데 그 남편 분이 아내에 대해 자꾸 친구한테 질문<영어로^^>을 해서,

기본적인 회화 정도는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는 거였다.

역시 사람은 뭔가가 절실해야 시작을 하는 법이지...ㅎㅎ

 

원래도 유머 감각이 남다르고 흔히들 말하는 '말발'도 끝내주지만,

오늘 친구의 자연스럽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은 정말 좋았다.

그 친구랑 26년을 지내도, 오늘처럼 같이 한 테이블에 앉아

뭔가를 배워보는 건 처음이라 그저 난 감개무량이었다.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좋을 따름이었다.

 

배움의 열정을 따라갈 수 없는 두 언니들과

배우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든든한 내 친구와

또랑또랑하고 열심히 가르치는 젊은 선생님이랑 함께 하는

그 시간들이 앞으로 더욱 기대가 되고 기다려질 것 같다.

 

새로 온 언니한테, 오늘 기분이 어떠냐고 선생님이 묻자,

I'm happy! 라고 대답했다.

What makes you so happy? 라고 내가 묻자,

Because I'm here to study with you. 라고 했다.

오늘 우리는 모두 happy했다!

날씨도 우릴 happy하게 했고, 함께 공부해서 happy했고~~^^

그러나 the happiest one은 바로 나였다!!

앞으로도 우리 모두 계속 해피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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